1. 네번째 첫사랑
때: 크리스마스 이브
장소: 에일린의 작은 카페, 영국, 킹스턴 지역 코리아 타운
에일린: 엄마 (이민 1세대, 한국이름 임애리)
윌리엄: 큰 아들.
케이티: 윌리엄의 와이프.
헬렌: 큰 딸(윌리엄의 동생)
다렌: 둘째 아들
크리스: 막내 아들- 중국으로 이민.
이화: 크리스 와이프.
데이빗(에일린을 짝사랑하는 이웃집 노인, 한국이름 김대희) / 이 남자(헬렌의 남자친구) / 변호사 / 유정(유품 정리사) / 다렌 (가족 대행 용역회사 대표, 둘째 아들과 같은 이름)
배우들은 가짜와 진짜 가족 연기를 번갈아 할 수 있다. 이 공연은 음악이 있는 연극으로 배우들은 피아노, 첼로, 기타,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으면 한다. (캐스팅이 어려울 경우 별도의 전문 연주자가 필요하다.) 공연이 시작되기 5분전 무대 왼편 작게 고정으로 마련된 악기와 마이크가 설치된 곳에서 배우 3명이 등장해 마치 카페에 고용되어 음악을 연주하는 뮤지션처럼 함께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여성 싱어 한 명은 비니를 쓰고 있다. <슈프림 팀>의 ‘그땐 그땐 그땐’ 스타일의 노래 정도면 좋다. (https://www.youtube.com/watch?v=_-TouIiWb5E) 실제 가사는 희곡의 내용에 맞게 조금 변경해 불러도 되고 배우들은 경우에 따라 자연스럽게 장면 속으로 들어가 배역을 소화하고 다시 나와 연주 및 노래를 할 수 있다. 역할이 없는 경우엔 그 자리에 앉아 공연을 바라보면 된다.
가끔 극중 배우들의 장소 이동이나 움직임이 빠르게 보여져야 할 때, 비디오 2배속 설정처럼 빠르게 연기하는 장면은 지문으로 “2배속 움직임”으로 표시되어있다. 바로 그 다음에 정상적으로 이어지는 대화를 강조하기 위한 설정이다.
SCENE ONE- 네번째 첫사랑
2022년 크리스마스 이브, 영국 런던 한인타운, 에일린의 작은 카페.
벽에는 오래전 그 카페를 다녀간 사람들의 사진들이 추억처럼 붙어있다. 한 쪽 구석에 마이크가 있고 세 명의 배우가 만들어내는 음악 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노래가 끝난다.
2배속 움직임 - 손님도 자리에서 일어나 차례로 계산을 하고 떠난다. 에일린이 마지막으로 떠나는 손님에게 인사를 하고 카페 문을 닫는다.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던 세 명의 배우들은 그곳을 떠나지 않고 악기 바로 뒤에 마련된 작은 의자에 앉는다.
딸 헬렌이 카페에 들어온다. 화난 헬렌이 엄마를 째려본다.
헬렌
아니, 엄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딸인 나보다 손자가 더 귀하다는 거야? 걔들 결혼할 때 오빠에게 결혼 자금 보태라고 5천만원 줬다며? 나는 엄마 자식 아니야? 아무리 내가 이혼하고 다시 재혼이라 해도 그렇지 이건 너무 불공평 하잖아.
에일린
재혼이 아니라 이번에 하면 네번째다.
헬렌
하- 이제 결혼 이혼도 자주하니까 실감이 안나. 아니 뭐 어째든..
에일린
그만큼 했으면 됐지 결혼이 뭐 야구 경기냐? 1,2,3루 돌아서 홈으로 오게? 그리고 이게 불공평 하다구? 그동안 니가 나한테 가져간 돈만 해도 3천이 넘어가는데, 그건 다 잊고 또 나한데 와서 돈 타령이야? 이번에 니 오빠한테 해 준건 아이들 집 장만 할 때 보태라고 그런거고. 넌 도대체 윌리엄 동생이 되가지구, 조카 결혼하는데 오빠에게 뭐 좀 해준거라두 있어?
사이
엄마가 너한테 바라는 건 큰 거 없잖아… 너두 잘 살아서 손주 녀석들 얼굴들 한 번 비춰 줘바. 생전 얼굴 한 번 비춘 적 없으면서 어디서 돈을 해달라 마라야?
헬렌
내가 손주들 안보여주고 싶어서 그러는거 아닌거 알잖아. 애들 아빠가 키우는데 외할머니 보자고 데리고 나올 처지가 못 돼. 그리고 엄마도 알잖아. 누가 진짜 애 아빠인지 나도 헷갈려하는거. 이번엔 실패 안하고 잘 살 자신 있어. 나 좀 살려주라.
에일린
뭐? 나..참. 여기두 맘마미아 나셨네. (뮤지컬 맘마미아: 아빠를 모르는 딸이 결혼식을 올리면서 옛 엄마의 연인들을 초대해 벌어지는 이야기에 빗대어)
갑자기 누군가 닫혀있는 문을 두드린다.
헬렌
뭐야? 누구야? 이 시간에..
데이빗
에일린 여사~ 나 데이빗이야.
헬렌이 문을 열지는 않고 화가 난 목소리로 말한다.
헬렌
에일린? 뭐야? 왜요? 무슨일이죠? 카페 닫힌거 안보이나요?
하지만 에일린 문을 열어준다. 데이빗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아이들 집에 간다고 말하려고 반갑게 들어오다가 헬렌과 에일린의 분위기가 이상함을 감지한다.
데이빗
에일린 여사, 이번 크리스마스때 말야…. 아!.. 이따가 올까? 좀 바쁜것.. 같은데..
에일린
아니에요, 난 괜찮아요. 아..여긴 우리 딸 헬렌이에요.
헬렌
이 노인넨 뭐야 또? 혹시 그 옆집.. 엄마! .. 설마 남자친구 된거야? 지금 뭐 연애라도 다시 시작 한다는거야? 참… 가지가지 한다.
헬렌은 엄마와 데이빗을 번갈아 쳐다본다. 비꼬 듯 한 마디 던진다.
참! 요즘 한인 노인네들…. 잘 들 하십니다. 뭐, 에일린? 이름도 영어로 바꿔 부르면 뭐.. 이국적인건가? 임애리 여사! 김대희 할아버님!
엄마가 헬렌에게 말을 이어간다.
에일린
오랜만에 만났으면 예의를 좀 지켜. .. 그리고 돈 달라는 소리 할려고 왔으면 가. 너 줄 돈 죽을래도 없어. 그러게 가정하나 잘 지키지도 못하고 내가 노름하는 딸을 배 아파서 낳을 줄이야. 어디 창피해서 이웃사람들에게 말도 못해. 너 요즘에는 그런데 절대 안가지? 다시 가는 날에는 아주 너랑 나랑 같이 죽는 줄 알아!
헬렌
아, 또 그 소리네. 잠깐 실수로 그런 거야. 나 이번에 이 남자 놓치면 다 엄마 책임이야.
갑자기 부분 조명 들어오면
음악.(경쾌하고 빠른 라틴 삼바)
카페 밖 무대 한 쪽 구석에서 홀로 조명을 받으면서 춤 추고 있는 헬렌이 말한 “이 남자”, 헬렌의 새로운 남자친구가 보인다. 사교 댄스 강사다. 이 남자는 과도하게 기름져 뒤로 넘긴 머리스타일과 검은색 실크로 만든 스키니 진과 역시 타이트한 검은색 시스루 탑을 입고 혼자 매우 열정적으로 사교 댄스를 추고 있다. 그의 표정을 보면 오르가즘이라도 느끼고 있는 양 지나치게 자신의 춤에 흠뻑 젖어있다.
갑자기 조금 지쳤는지 시간을 체크하며 관객을 향해 말한다.
이 남자
아.. 씨.. 얼마나 더 춰야 하는 거야?
조명 꺼진다.
다시 엄마가 헬렌에게
에일린
이번에 놓치긴 왜 놓쳐?
헬렌
아, 내년에 또 누구로 바뀔지 어떻게 알아? 암튼 이번 크리스마스에 이사람 놓치면 나도 이제 엄마 안 볼 거라구! 성인이 된 자식들 끝까지 책임도 못 지면서 무슨 엄마야… 그런 엄마 따윈 필요 없어!
다시 부분 조명 밝아지면
음악. (경쾌하고 빠른 라틴 삼바)
이 남자 너무 격렬하게 사교 댄스를 추다가 목을 삐끗한다.
이 남자
아……. 아!…잠깐만… 씨발! 존나 아프네! 아--- 이씨~
이 남자 뒷 목을 잡고 천천히 무대 밖으로 퇴장한다.
부분 조명 꺼진다. 다시 헬렌과 에일린 사이 물건들이 바닥에 던져진다.
헬렌은 화가나서 엄마에게 욕을 하며 카페 물건을 마구 던진다.. 엄마는 익숙한 듯.. 고개를 돌리고 . … 데이빗은 날아오는 물건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벽에 걸려있던 사진이 떨어진다. 잠시 침묵. 보고있던 데이빗이 참지못하고 큰 소리로 한 마디 한다.
데이빗
뭐? 엄마가 필요없다구? 당신 이리와 봐. 이리와 보라구.
헬렌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말한다.
헬렌
할아버지 뭔데?
데이빗
나 니 엄마랑 300일… 297일.. 된 절친인데, 아니, 엄마가 필요 없다구? 들어봐요. 당신이 에일린 여사의 마음을 1%라도 이해하나요? 당신이 평생 누구를 만나봐도 여기 엄마처럼 당신을 위해주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 신은 모든곳에 있을 수 없어서 에일린 여사를 당신에게 보낸 거에요. 나도 당신 나이 때 그렇게 많이 경찰서 들락날락 거렸어두 우리 어머님이 날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는거구요.
헬렌
할아버지 그만하세요~~ 뭐래! 이 노인네가…
헬렌이 문을 차고 카페를 나간다.
에일린
에혀~~~ 쟤는 언제나 말을 왜 저렇게 하는지… 미안해요, 데이빗. 맘에 담지 말아요. 남편도 떠나고 이 세상에 남은건 이제 아이들 밖에 없는데 서로 의지해 가면서 살아야지… 날 뭘로 생각하는지… 내가 사라져 주면 되는건지... 그럼 되겠죠….
에일린 말없이 어질러진 물건을 줍다가 그만 데이빗 얼굴과 마주치고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훌쩍인다. 데이빗이 에일린의 어깨를 감싸며 위로의 말을 던진다.
데이빗
이봐 에일린여사. 진정해. 진정하라구. 요즘 애들이 뭐 다 그렇지. 이러다가도 다시 돌아올꺼야. ….
(사이)
데이빗이 더이상 말이 없고, 침묵이 길어지자..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에일린이 갑자기 데이빗을 올려다 보고,
에일린
내가 지금 당신 꼴리게 만든거 아니지?
사이.
데이빗 말이 없다.
이 더러운 노망난 늙은이 같..
데이빗
아니, 꼴리긴 뭐가 꼴려? 난 그냥… 이번 크리스마스에… 웨일즈에 있는 아들 집에 간다고.. 말 할려고 온 것 뿐인데…
에일린
이 응큼한 노망난 늙은이야. 욕정만 살아가지구선…
에일린은 바닥에 흩어진 물건들 가운데 소프트 한 것을 주워 데이빗에게 던진다. 데이빗은 황급히 들어왔던 문으로 나간다.
사이.
나갔던 데이빗 다시 들어와
데이빗
임여사. 자식들 권리의 끝은 부모님의 삶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지점에서 끝나야 해.
사이.
사랑해. 임여사!
에일린은 바닥에 흩어진 물건들 아무거나 다시 주워 데이빗에게 던진다. 데이빗 도망가듯 퇴장한다.
말없이 앉아서 이 모습을 바라보던 배우 세 명 다시 일어나 악기를 잡고 처음 불렀던 노래의 후렴 부분을 다시 이어 부른다. (02:10 https://www.youtube.com/watch?v=_-TouIiWb5E)
에일린은 여전히 이리저리 바닥에 흩어진 헬렌이 던지고 간 물건들을 쳐다본다. 바닥에 있는 물건들 가운데 가족 사진을 한 장 줍는다. 헬렌과 데이빗이 나간 문을 쳐다본다.
사이.
다시 노래 소리 작아진다.
에일린은 가족 사진 속 남편을 바라보며 갑자기 표정이 밝아진다. 혼자 남편에게 말하듯….
에일린
여보 오늘, 중국으로 이민 갔던 막내 아들 내외, 둘째 아들이 모두 자리에 모여서 함께 저녁 식사 나누기로 했어… 조금 전 들었지? 옆집 데이빗은 웨일즈에 있는 아이들 집을 방문한다고 하고. 작년엔 혼자 문을 걸어 잠그고 하루 종일 텔리비전만 보더니, 잘 됐지 뭐. …
아이고, 아니야. 300일은 무슨. 저 노망난 늙은이 하고는 아무 사이 아니야. 내가 아무렴 당신 절친하고… 매번 혼자서 저러니까 그냥 웃고 살아 여보, .… 당신도 알잖아. 사실 난 저렇게 늙고 싶지는 않아.
아.. 큰아들 부부? 게들은 손주 결혼 준비가 워낙 바빠서... 그래. 벌써 마이클이 결혼할 나이가 됐어요. 손주 며느리 될 사람도 함께 직장을 다니다 보니 둘 다 시간 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야. 애들 결혼식 준비를 손주가 못한다고 하더라구. 죽을 때 갖고 갈 재산도 아니라서 마지막 남은 것 좀 줬어. 그래도 게가 착해서 자꾸 온다는 것을 내가 오지않아도 된다고 막았어. 새해에 또 볼 텐데 뭐. 결혼식에서도 또 보구.
하-- 그럼~ 내가 당신한테 거짓말을 왜 해? 지금 다른 아이들 올 때 되었으니 이따 다시 얘기하구, 한번 지켜 보라구.
에일린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 퇴장한다.
음악.
말없이 앉아서 이 모습을 바라보던 배우 세 명 다시 처음 불렀던 노래의 후렴 부분을 다시 이어 부른다. (02:42 https://www.youtube.com/watch?v=_-TouIiWb5E)
무대 조금씩 어두워 진다.
2장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