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 자기 조절의 뿌리

by 트라이쌤

부모들은 아이의 체력을 이야기할 때 흔히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이는 운동을 싫어해요.”,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굳이 운동까지 해야 할까요?” 이 질문 속에는 한 가지 공통된 오해가 숨어 있다. 체력을 ‘운동을 잘하는 능력’으로만 바라본다는 점이다. 하지만 체육교사로서, 그리고 수많은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본 어른으로서, 학창시절 운동만 했던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체력은 운동 능력이 다가 아니다. 체력은 아이가 자기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힘이다.

체력이 약한 아이는 오래 뛰지 못하는 아이가 아니다. 체력이 약한 아이들은 조금만 피곤해도 감정이 먼저 흔들린다. 또한 실패 앞에서 쉽게 짜증을 내거나 포기하거나,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몸이 먼저 버거워진다. 부모는 이를 두고 “의지가 약해서”, “멘탈이 약해서”라고 말하기 쉽다. 그러나 많은 경우, 아이의 문제는 마음이 아니라 몸의 준비 상태다. 자기조절은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다.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마음이 안정되는 구조다. 체력이 돼야 정신력도 발휘할 수 있다.

자기조절이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부모는 ‘참는 힘’, ‘버티는 힘’을 떠올린다. 하지만 진짜 자기조절은 다르다. 지금 내 몸의 상태를 느끼고, 필요하면 잠시 멈춰 숨을 돌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조정할 수 있는 힘이다. 이 능력은 훈계로 생기거나 개선되지 않는다. 반복적인 몸의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다.

해외 명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와 인터뷰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하버드 대학교 Harvard University와 스탠포트 대학교 Stanford University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상위 성취 학생들은 IQ나 선행학습보다 지속력과 자기관리 능력을 더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이 학생들 중 상당수는 어릴 때 경쟁 중심의 엘리트 훈련을 받기보다, 스포츠, 악기, 야외활동 등 몸을 꾸준히 사용하는 활동을 오래 지속해온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힘들어도 다시 루틴으로 돌아오는 법을 일찍 배웠다.”, “컨디션이 무너졌을 때 회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 말의 핵심은 재능이 아니다. 자기 몸과 마음의 상태를 조절하는 힘, 즉 체력에서 비롯된 자기조절 능력이다.

서울대 진학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지도하거나 상담해본 교사들의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대학교에 진학한 아이들 중 다수는

중학교 시절,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한다. “공부가 항상 잘됐던 건 아니에요.” 혹은 “슬럼프가 없었던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이 아이들은 한 가지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었다. 무너졌을 때 생활 리듬을 다시 회복하는 힘이다. 운동을 꾸준히 해왔던 아이, 매일 걷기나 달리기를 생활화했던 아이, 정기적인 신체 활동으로 하루의 리듬을 유지했던 아이들은 성적이 흔들려도 생활 전체가 무너지지 않았다.

체력이 받쳐주니 잠을 회복하고, 집중을 되찾고, 감정을 다시 정돈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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