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이별은 하고 싶지 않아도 언젠가는 겪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 직장을 그만두거나 할 때 겪는다. 이때 생기는 상실감을 애도반응이라고 한다. 아주 거스를 것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얼마 되지 않아서는 슬픔과 헛헛함 그리움 등과 같은 어두운 색채를 띄고 있는 감정들이 쓰나미처럼 마음에 휘몰아치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마음을 다잡고 일상으로 돌아와 아린 가슴을 부여잡고 아무렇지 않지 않은데, 아무렇지 않은 것을 알지만 애써 괜찮은 척을 하며 지낸다.
애도는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만 하는 것도, 슬픔을 애써 잊으려고 부정하는 것도 아닌 ‘기억’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슬플 때 충분히 슬퍼해야 하고 아플 때 충분히 아파해야 한다. 그래야 새롭게 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애도가 충분치 않을 때 그렇지 않으면 해소되지 못한 감정들이 이후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 시작한다. 애도는 그 자체로 신체적, 정신적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순 교수는 <데리다와의 데이트>(행성B, 2022)의 부제를 ‘나는 애도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썼다. 이유는 "우리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순간 애도가 시작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안녕.”
만났을 때 반가움의 안녕과, 헤어질 때 다음에 또 만나자는 안녕, 그리고 아무 탈 없이 편안하다는 뜻의 안녕으로 쓰인다.
나는 “안녕”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여러 가지 뜻을 알고나서부터, 인사할 때 안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꽤 오래된 기억 같다. 서랍 속 어딘가에 넣어두었는데, 분명히 넣어두었는데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 기억 저편 어딘가에.
만남에는 헤어짐이 분명 있고, 영원한 것은 없다. 모두 한 때이다. 우주와 지구의 관점으로 보았을 땐 더 그렇다. 우리의 생은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이며, 존재는 우주먼지일 뿐. 강남순 교수님의 “우리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순간 애도가 시작된다. “는 말처럼....
혜성처럼 지나가는 우리의 인생, 그래서 더욱 순간순간 집중하며 애도해야 할 것들을 위해 오래오래 애도하고 기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