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연하는 삶
나는 초등학교 3학년, 10살 때부터 27살까지 수영선수 생활을 했었다. 그만큼 경쟁이 익숙했다. 27살에 은퇴하고 28살에 임용고시를 보고 단번에 합격했지만, 순전히 운이 많이 따라줬다.
항간에는 그렇게 아등바등 치열한 삶을 살아왔는데 철인 3종이 웬 말이냐? 또 경쟁을 하고 사느냐? 하는데, 사실 재미도 있었고 새로운 세계에 들어왔는데 그 안에 또 다른 새로운 세계가 있더라.
아이언맨 킹코스의 SUB10.
수령 3.8km, 자전거 180.1km, 마라톤 42.195km
를 10시간 안에 들어오는 SUB10 말이다.
마라톤 42.195km에서는 SUB3, 3시간 안에 들어오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려준다.
이처럼 철인 3종 아이언맨에는 SUB10의 세계가 있다.
아직 한국 여성 중에는 SUB10한 사람이 없어서 내가 해보겠다며 이제 시작하려는 찰나, 문득 생각이 들었다.
재미도 있지만 다이어트 겸, 건강하려고 시작한 운동인데 내 수명을 갉아먹고 아이언맨 코스 완주를 위해 들이는 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 무엇보다 그것을 완주하기 위해 내 삶을 내려놓고 피폐해지는 삶. 그것을 원치는 않았다.
과연 내 삶을 내려놓고 그것에 몰두하여 스트레스받고 과정에서 강박을 느끼고 즐기지 않을 것 같은 나의 모습이 그려졌다. 나는 하나를 하면 파고 들어가는 성향이 있었기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받을 스트레스와 강박을 생각하니,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그 스트레스가 전해질 것 같아서. 오늘부로 마음을 접기로 한다.
기록과 순위, 그리고 보이는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것들은 내 삶과 하루하루를 병들게 했고 온전히 건강한 삶이라고 할 수 없었다.
건강이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이다. 하지만 운동을 해서 건강해진다? 이것은 모순이다. 과정을 즐기지 않고 순위와 기록에 연연하는 순간 정신적 건강은 저리 가라이다.
건강을 전도하고, 평생 자기 주도적으로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는 체육 교사로서, 내 몸과 마음이 먼저 더 튼튼하고 건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은 항간에서 보는 나의 모습은 힘들게 치열한 기록 경쟁 속에서, 그리고 임용고시 속에서 아등바등 힘들게 살아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나는 온 마음을 다해 아등바등 치열하게 살았던 순간들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과정 그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 수영선수 생활도, 그리고 임용고시생 시절도. 즐기다 보니 오래 했고, 즐기다 보니 교단에 서 있었다. 하루하루 과정을 즐기며 니만의 행복 속에서 지냈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하루하루 행복을 모으며, 내일은 어떤 하루의 소소한 행복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