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 학교에서 회복적 생활교육 연수를 마련해 주었다. 요즘 회복적 서클에 관심이 있던 나는 교육과정 함께 디자인하기 주간에서 하루 종일 회의의 연속으로 지친 상태였지만, 그 와중에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작년에는 어린아이 둘을 혼자 케어하고 등하원 시키고 출근길이 편도 1시간 10분이 되니, 도저히 담임을 할 엄두가 안나, 담임만 빼달라고 사정을 해서 맡은 업무는 당연히(?) 학교폭력 담당교사.
그동안에는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알아차리고, 알아차린 감정을 나 전달법으로 솔직히 표현하는 것을 중점으로 지도했다. 가정에서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연습하고, 학교에서도 실천해 보았다. 나를 위해서도 그리고 아이들과 학생들을 위해서도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과정이었다. 학교 생활에 어려움이 있거나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친구들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불러서 따로 만나기도 하고, 어려움을 느끼는 여러 아이들을 만나면서 함께 스스로의 감정을 더 잘 알아차릴 수 있도록 했었다.
‘나 전달법’은 효과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자신의 감정과 관련된 정보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나의 감정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효과적으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이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그대로 알고 이해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게 하면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여, 상대방 스스로 행동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적인 표현 기법이 ‘나 전달법’이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너는 도대체 왜 그러니?” “너는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니?”라는 식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한다. 이 문장의 주체는 바로 ‘너’이다. 부정적인 문장의 주체가 된 아이는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자존감을 다친다. 이와 같은 너 전달법(YOU-message)은 문제의 주체를 다른 사람으로 넘기기 때문에 말할 때 상처를 주기 쉽다.
그래서 나 전달법은 첫 번째, 문장 주체를 ‘나’로 바꾸어서 표현하고 두 번째, 행동보다 행동 결과에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엄마가 중요한 통화를 하는데 네가 큰 소리로 떠들어 상대방 말이 잘 안 들리기 때문에 조금 짜증 나”라고 말하는 식이다.
나 전달법은 아이 행동을 비난하지 않으면서 어떤 행동이 부모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과정에서는 아이에 대한 평가, 해석, 질책 등이 배제되기 때문에 대화가 계속될 수 있다. 또 부모도 나 전달법으로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나아가 회복적 질문은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긍정적 발견을 내면화할 수 있고, 문제로 인한 부정적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긍정적인 미래를 모색하며 새로운 이야기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한다.
회복적 질문 만들기 4단계는 아래와 같다.
1. 상황 이해: 무슨 일이 있었나요? 무슨 일이야?
2. 영향 확인: 이번 일로 누가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3. 피해 회복: 이번 일로 영향받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피해 회복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4. 재발 방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렇게 문제 대신 긍정적 가치와 자원에 초점을 두고 질문을 한다면 회복적 관점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자녀들이 이제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니, 이렇게 공부하고 배웠던 것들을 실험하기에 딱 좋다. ’ 이것 좀 해!’, ‘너 때문에 시끄러워 그만해!’ 이런 말 보다 배운 대로, ‘엄마는 큰소리 나는 게 굉장히 불편하고 힘들어, 그러니까 조용하게 조심해 줄 수 있을까?’라고 부탁하니 4세 6세 아이도 반항 없이 잘 들어준다.
‘이렇게 방을 어지러 놓으면 누가 불편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하면 어린아이들도 생각이란 걸 하고 알아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참 감격스럽다. 이렇게만 커주면 좋으련만... 아직 걱정할 때는 아니지만 사춘기도 이렇게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