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존
유난히 올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설산이나 가보자!
간혹 친구들은 말한다. “추운데? 눈 왔는데 산엘 왜가?”.
겨울산행을 가려니 준비물이 많다. 등산화, 스패츠, 등산 스틱, 하산 시 껴입을 여벌옷, 장갑 두 켤레, 넥워머... 등.. 그리고 가방에는 나의 당을 충전해 주고 체온을 올려줄 비상식량들 까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다.
산은 춥지 않다. 얇게 입고 올라가 땀을 최대한 내지 않아야 정상에서 그리고 하산할 때 체온을 잘 유지할 수 있다. 얇게 입어도 춥지 않다. 정상에 다다르면 바람이 세차게 부는데, 그전에 미리 옷을 더 챙겨 입어야 한다. 정상 부근에 잠시 멈춰 체온유지할 겉옷을 챙겨 입는다.
처음 가본 설산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눈앞에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하늘에서 슈가파우더를 살살 뿌려놓은 것 같은 풍경들, 눈에 아름답게 내려앉은 눈송이들, 바닥에 두텁게 쌓인 발길이 닿지 않은 곳 모두 장관이다.
힘듦 그리고 추움은 느낄 순간이 없었다.
넘어지면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고, 춥다고 움츠러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체온도 올릴 줄 알아야 하고, 열이 올랐을 땐 식히는 법도 알아야 하는 것,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