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일등으로 오면 좋겠다!"
"아냐, 나는 엄마가 꼴등으로 왔으면 좋겠어!"
"엄마 오늘은 왜 꼴등으로 왔어?"
"내일은 엄마가 일등으로 오면 좋겠어!"
"엄마 내일은 10등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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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등 하원길 나누는 인사말이다.
"오늘은 친구들 다~ 가고 혼자 색칠놀이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어! 엄마 내일도 꼴등으로 오면 좋겠다!"
그럴 때면 옆에서 듣고 있던 둘째가 말한다. "나는 엄마가 일등으로 오면 좋겠는데...!"
오늘은 내가 말했다. "겸댕아(둘째의 애칭) 뒤에서 일등은 어때?" "좋아!" 허허허.. 아직 수의 개념이 부족한 만 3세이다. 다시 말해주었다. "겸댕아 뒤에서 일등이 꼴등이라는 소리야 그래도 괜찮겠어?" "아니야! 아니야! 앞에서 일등 해야 돼!"
오늘은 일등으로 가려고 했는데 퇴근 무렵 쌓여있는 교내 메신저.. 수업하고 뭐 하고 하다 보니 확인하지 못한 메시지가 약 20건..
반 아이들 종례하고, 청소하고 교무실로 내려오니 퇴근시간 5분 전이다. 칼퇴근을 해야 거의 1등으로 하원을 시킬 수 있다. 그런데! 실수(?)로 눌러버린 메신저의 미확인 메시지.
하나하나 답변하고, 내일 해도 되는 파일 제출을 굳이 굳이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성격상 하나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는 법이 없다. 많이 내려놓긴 했지만 아직도 중간에 멈추는 것은 힘들다.
나도 모르게 미확인 메시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답변을 하고 퇴근을 한다. 매일 쌓이는 메시지들 그리고 공문서함. 그렇게 아이의 1등 하원은 놓쳐버렸다.
부랴부랴 도착한 유치원에서 초인종을 누른다.
얼마 후 둘째 아이가 신나서 뛰어나온다. "꺄!! 엄마다!!" 엄마가 너의 우주인데. 미안해진다. 이 시기는 지금 한 번뿐인데...
어제는 엄마가 늦어서 유치원에서 잠이 들었다고 한다. 오늘은 하원 1등 친구가 가고, '우리 엄마가 1등이면 좋았겠는데...'라고 시무룩해져 있는 찰나, 선생님께서 "엄마다!!"라는 소리에 신이 나서 짐을 챙겨 나왔다고 한다. 오늘은 기다리다 지쳐서 잠들지 않았다고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보니 짠 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첫째는 엄마가 일찍 와서 그림 그리기 마무리를 못했다고 아쉬워한다. 꼴등은 아니고 조금만 늦게 오라고, 둘째는 그래도 엄마가 1등으로 오면 좋겠다고 한다. 적절히 타협을 좀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