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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우선순위

by 사라랄라 철사라

삶의 우선순위를 달리기에 두면 누구나 감탄할 만한 좋은 기록을 낼 것은 분명하다. 그와 비례해 잃는 것도 클 것이다. 시간은 저축하거나 멈출 수 없으니 잘 사용하지 않으면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


달리기는 제가 하루키보다 낫습니다 | <박태외(막시)> 저




철인3종을 시작한 첫 해에는, 다이어트 그리고 완주를 목표로 출전했다. 하지만 그다음 해 일이 터졌다.

첫 경험부터 짜릿한 성취감과 시상대는 나의 심장을 뛰게 했다. 이듬해 순위 욕심에, 있는 족족 다 신청해 버린 대회는 일주일 간격으로 치러졌다.


육아하랴 일하랴 집안일하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텐데, 주말 대회까지 치르는 일정이 반복이 되었다. 주말에 대회에 나가기 위해선 평일에 더욱 육아에 힘쓰고 아이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더 보냈어야 했고, 대회 뛰는 동안에 기다려 주니 미안해서 피니시 하고는 계속 안아주고 더 놀아주려고 노력했다.


올림픽 코스(표준거리)는 수영 1.5km 자전거 40km 마라톤 10km로 비교적 짧은 코스로, 내 기록으론 2시간 30분 언저리면 피니시 라인에서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의 전환은 아이언맨 코스를 뛰고 난 후였다.

아이언맨 코스는 수영 3.8km 자전거 180.1km 마라톤 42.195km를 자력으로 완주하는 아주 극한의 스포츠이다. 컷오프 시간은 17시간! 나는 첫 출전에 11시간 9분이라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피니시 하고 나서 기다리던 아이들을 바라보니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이 긴 시간 동안 어린아이들은 엄마가 빨리 들어오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아이들도 엄마가 해내는 모습 그리고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고, 엄마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라는 나의 바람.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리고 이면에는 내가 이 어린아이들을 놔두고 지금 나 좋자고 뭐 하는 거지? 여행을 빌미로 철인 3종 대회를 다니고 있지만 이게 누구를 위한 것인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런 엄마가 어디 있나 싶기도 했다..


불현듯 찾아오는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치에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

엄습해 오는 두려움과 여러 복잡한 감정들


나는 조금 더 가족들을 생각하고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사실 소소한 꿈은 한국최초 아이언맨 여성 SUB10!

(아이언맨 코스를 10시간 이내로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수명을 깎아먹는 것 같은 고통과 괴로움의 시간들, 성찰의 시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극한의 도전인 아이언맨 기록단축. 그래서 이 꿈은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아이들은 자라나고 있고, 이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모습들이 너무 예뻐서 나중에 커서 그리움에 사무치지 않으려 한걸음 물러나 본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아이들이다.


하지만 짧은 코스의 기록단축 도전은 계속됩니다!

단, 일 년에 대회 2~3개만 나가는 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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