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포기하는 용기

by 사라랄라 철사라

'아, 그래. 나 지금 이 선택 올바른 게 아닐 수도 있어'하면서 확 접을 수 있는 것 또한 용기거든요.

-김이나 <보통의 언어>, 212p.



자신의 욕망이라고 믿고 있던 것들로부터 벗어난다는 것. 그것에는 커다란 불안이 동반된다.

이틀 뒤면 자전거 그란폰도 대회가 열린다.

이탈리아어로 '크게 타기' 혹은 '위대한 경주', 즉 장거리 자전거 주행을 뜻하는 용어. 주로 여러 명의 사람들이 참가하는 장거리 자전거 이벤트를 말한다.

자전거 그란폰도 대회나, 마라톤 대회, 철인3종 대회 등 사람이 몰리는 대회는 길게는 1년 전, 짧게는 서너 달 전부터 참가 신청을 받는다. 이틀 뒤 열리는 자전거 그란폰도 대회도 물론 약 4개월 전 참가신청을 해두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별일 없겠지 하고 신청해 두었는데, 애기들 아빠도 출장, 친정 엄마의 여행으로 아이를 맡기고 나갈 수가 없게 되었다.

대회장에 열리는 엑스포에, 친한 선배가(육아고수) 온다고 하여, 아이를 맡기고 얼른 그란폰도 코스를 타고 오기로 했다. 이 글을 쓰기 5분 전까지만 해도.

그. 러. 나.

굳이 멀리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나름 운동장에 풀어놓고 아이들을 봐달라고는 하지만, 적게는 4시간의 레이스, 혹은 중간에 이벤트라도 생기면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자전거 그란폰도에서 마음 불편하게 대회에 참가하느니 안 가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하루하루 쑥쑥 커가고, 이제 나의 그늘에 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그리고 한 번의 포옹과 입맞춤, 손 꼭 잡고 다니는 일상들이 벌써부터 그리워졌다.

그래, 운동은 아이들 커서도 할 수 있는데 아이들은 커버리면 끝이니까.

그리고 괜히 정신승리해 보려고 비용을 계산해 보았다.

참가비 7만 원을 결제했지만, 왔다 갔다 유류비에 톨게이트비용, 육아를 맡기면 선물과 밥 한 끼라도 대접하고 와야 하고, 아이들한테도 미안해서 괜히 레고를 사줄 것 같다. 참가비 7만 원이 아깝더라도, 아이들이랑 집 근처로 소풍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비경쟁 대회이기도 한 이 대회에 '포기'와 '용기'라는 단어를 쓰기엔 어울리지 않은 것 같지만, 대회를 나감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우리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선택했다. 그것이 나에겐 욕망에서 벗어나 큰 불안을 감내해야 했던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상한 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