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똑같지 않은
하루의 반복이 지금은 싫을 수 있지만, 사실 하루에 반복되는 것들은 그저 해가 뜨는 위치, 시계 속 숫자 뿐이예요. 그것 말고는 매일이 완전 새로운 하루거든요. (중략) 또 새로운 기회처럼 새로운 하루가 끊임없이 주어진다는 것이 그 자체로 기적인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매일매일 새 하루가 지속해서 주어진다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 204p.
10대 때는 그랬었다. 하루의 반복이 지겹고 싫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고 학교가고 먹고 자고 운동하고의 반복적인 삶이 지겹기도 하고 무척이나 힘들어 하루만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다음 날이 오지 않았으면 했던 적도 있고, 잠이 들때는 눈이 안떠졌으면 좋겠다고 나쁜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소포클레스의 명언 중에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던 내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하루하루가 쳇바퀴 돌듯이 지겹다고 느껴진다면 이 명언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자연의 생물들이 약동하는 3월도 지나고 지금은 4월, 나무들마다 잎을 돋우는 잎새달이다.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고 또 이렇게 새 봄이 찾아왔다. 어제는 해가 쨍쨍했고 오늘은 바람도 많이 불고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목련도 활짝 피어나고 어느새 핀 벚꽃잎들도 다 떨어져간다. 어제와 같은 시계속 숫자 이지만 어제랑 오늘은 완전 다른 풍경이고 하루이다. 해가 지고 해가 뜨면 새로운 하루가 것이다.
어제 했던 실수를 오늘 하지 않게 노력할 수도 있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가꾸어 나가는 오늘은 분명 어제랑은 다른 하루이다. 새 하루가 시작 되기에 감사하다.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도 있고, 완숙해 지기 위해 무언가를 더 할 수도 있다.
인체에 바이오리듬에 따라서, 그리고 전 날의 활동량에 따라서, 컨디션과 마음가짐에 따라서도 하루의 시작 상태는 다르다.
꾸준히 한다고 해서 매일이 같을 수도 없는 것이다. 자연의 섭리와 인체의 신비에 따라 우리는 달라질 것이다.
기적이다. 자고 일어나면 또 새로운 기회처럼 새로운 하루가 주어진다. 하루가 지나면 또 주어지고 주어지고 당연히 또 주어질 것처럼 살다보면 대충 살 것 같다. 그러나 그 소중한 하루는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내일이 또 주어지는 것은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