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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youth Sep 24. 2019

#8. 타운하우스에 살며 변한 것들

1. 난 꽤나 민감한 사람이다. 타인보다 예민한 만큼 남에게 피해 주는 것도 싫어하고 피해를 받는 것도 싫어한다. 이런 나의 성향은 여러모로 아파트에 사는 것과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 부부도 타운하우스로 이사 오기 전 약 6개월가량 아파트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아파트에 산다면 감수해야 하는 엘리베이터 소리와 옆집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소리, 배달 음식이 도착하는 소리, 잘 지어졌더라 해도 피할 수 없는 층간 소음들로 인해 나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좀 무던하면 좋으련만!


특히 남편이 출장을 가거나 장시간 집을 비울 때는 혼자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예민해졌고 때때론 두려움에 떨었다. 내 집에 있는데도 불편함을 느꼈다. 타운하우스에 이사 온 뒤 우리 집이 근원지가 아닌 소음에서 해방되면서 나는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민감하게 반응하던 일이 없어지니 마음이 조금 너그러워졌다.


무엇보다 우리 강아지들과 함께 살 수 있게 된 것 또한 타운하우스가 준 큰 변화다. 우리 집에 살고 있는 14살 쮸삐와 13살 동순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짖는 개들이다. 주인을 닮아 그런 건지 평소엔 가만히 있다가도 어떤 소리가 들리면 민감하게 반응하고 집이 떠나가라 짖기 시작한다. 나이를 무색게 하는 짖어댐으로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다 점은 내겐 큰 기쁨이다.



2. 집순이인 나는 과거 와식 생활의 선두주자이기도 했다. 혼자 살 땐 어찌나 게으른지 주말에 겨우 일어나 스타벅스에서 좋아하는 커피 한잔 사 마시는 게 유일한 스케줄일 때가 많았다. 그리고 먹지도, 움직이지도 않고 싱글 매트리스를 벗어나면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냥 그곳에 드러누워 주구장창 책과 영화만 봤다.


이건 결혼을 하며 생긴 변화이기도 하지만 타운하우스에 온 이후 부쩍 바지런을 떨게 됐다. 남편과 나의 첫 집이라 애정이 많은 게 사실이기 때문에 열심히 관리를 해준다. 처음 우리가 이 집에 반했던 그때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자 퇴근 후와 주말 1층과 3층을 움직이며 집안일을 한다.


열심히는 하되 바삐 움직이진 않는다. 우리만의 스타일대로 여유롭게 집안일을 하는데도 손길이 닿아야 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느지막이 일어난 주말엔 밥을 해 먹고 좋아하는 영화나 프로그램을 보는 시간 이외엔 남편과 나는 항상 무언가를 하기 위해 움직인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인바디 검사 결과 근육량이 꽤 늘어난 장점도 있다.  



3. 나름 열심히 가꾼 집이 주는 안정감 덕에 예전엔 생전 하지 않았던 일도 곧잘 한다. 그게 뭔고 하니, 집으로 친구들과 지인을 초대하는 일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우리 집에 누가 오는 게 싫었다. 우리 가족만의 공간이란 개념이 강했다. 그래서 택배나 배달 음식을 시키는 일도 극히 드물었다. 이랬던 내가 타운하우스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실컷 하는 게 참 좋아졌다. 단순히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게 좋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초대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모든 과정을 어느새 즐기게 됐다.


돌아보니 이곳에 살면서 여유를 배웠고, 그 결과 어느 정도 마음을 다스리게 될 수 있게 된 것 같다. 결혼 후 늘 곁을 지켜주는 남편이 있어서도 그렇겠지만, 타운하우스에 살면서 투 두 리스트(To Do List)대로 늘 움직이고 해야 할 일들을 완수함으로써 얻는 성취감 덕에 삶의 활력과 질이 높아진 게 가장 큰 변화 같다. 너무 과장인가? 아무튼 타운하우스에서 살며 이렇게 변한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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