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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youth Sep 20. 2019

#7. "기차 타고 다니는 거 안 피곤하세요?"

기차 타고 다니는 거 안 피곤하세요?


이 말은 내가 싱글 라이프의 마침표를 찍은 후 '결혼 생활 좋냐'는 말 다음으로 많이 들은 질문이다. 나도 한때는 TV에서인지 신문에서인지 봤던 것 같다. 우리나라도 서울의 높은 집값 때문에 일본처럼 회사원들이 기차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는 거다. 그땐 까맣게 몰랐다. 내가 그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거라곤.


나는 천안아산에서 서울로 기차를 타고 출퇴근 중이다. 벌써 이렇게 출퇴근을 한 지 2년 2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내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이 일이 처음엔 무척 두려웠다. 아직도 그 두려움과 우려가 내 마음에 또렷하게 남아있다. 사실 시작점에 섰을 땐 괜찮은 척하느라 주위 사람들에게 '나 진짜 괜찮을 것 같은데?'라고 했지만, 결국 이 일을 가장 걱정하고 두려워했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 하지만 나는 나 스스로를 믿었다. 여기서 뜬금없이 자랑 하나를 하자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초·중·고를 개근으로 근면 성실하게 마쳤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단 한 번도 지각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때문에 난 내가 결국엔 해내고야 말 거라고 그렇게 믿었다. 그 믿음 하나로 당당하게 아산 타운하우스에 입성했다.



다행히 내가 다니는 회사는 광화문에 위치하고 있다. (처음엔 아니었지만 지금 우리 부부는 모두 광화문에서 근무 중이다) 회사는 서울역에서 1호선을 타고 딱 한정거장만 이동하면 내리는 시청역에서 그리 멀지 않다. 집에서 회사까지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1시간 20분. 이 시간을 쪼개어 설명해보면 우리 집에서 천안아산역까지 차로 12~15분, 천안에서 서울까지 KTX로 37분이 소요된다. 기차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서울역에서 시청역까지 오는 데 10분, 역에서 회사까지 도보로 10~15분 정도 걸린다. 남편과 나는 이렇게 대략 1시간 20분을 출퇴근 시간으로 잡고 움직인다.


사실 이 시간은 과거 내가 서울 송파동에서 출퇴근하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했을 때와 기차로 출퇴근을 할 때의 차이점은 있다. 우선 어마 무시한 비용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한 달에 KTX 비용으로 25만 원 정도를 지출한다. 여기에 지하철 비용까지 더하면 교통비만 대략 30만 원이 든다.


라이프 사이클을 내 스케줄이 아닌 기차 시간에 맞춰야 한다는 것 또한 큰 차이점 중 하나다. 예전엔 회사 일과 약속이 끝나는 시간이 중요했다면 이제 내게 가장 중요한 건 기차 시간이다. 이 점은 기차 출퇴근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사실 내 기준에서 출근은 전혀 힘들지 않다. 정해진 시간에 기차만 탄다면 95% 이상은 앉아서 오기 때문에 지하철보다 나은 부분도 있다. 오히려 퇴근 후가 문제다. 야근이나 회식, 오랜만에 친구라도 만나는 날엔 나는 언제나 기차 시간을 체크한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움직인다. 내 삶에 하나의 큰 제약이 생긴 셈이다.



‘기차를 탄다'는 행위 자체가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 내 사연을 알게 된 많은 분들이 매우 힘들 것으로 간주하고 조심스럽게 질문을 주신다. "기차 타고 다니는 거 안 피곤하세요?" 사실 앞서 언급한 대로 몇 가지 제약이 따르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은 할만하다고 대답하고 싶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그렇다고 매일 여행 가는 것처럼 이 일이 설레거나 들뜨지는 않는다. 어차피 출퇴근 길은 피곤하니까. 언제나 서울 집값이 합리적으로 내려갔으면 하는 마음은 나와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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