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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youth Sep 17. 2019

#6. 난 매일 우리 집에 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운하우스에 사는 이유

타운하우스의 현실적인 삶에 대해 써보겠다는 나의 어쭙잖은 각오 때문인지 부정적인 에피소드로만 글을 쓰는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타운하우스 101동 2호 매거진 발행 후 정말 많은 분들이 타운하우스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 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타운하우스 단점'을 검색해서 내 글을 보신 분들이 많다는 거다. 아마 철없는 우리 부부보다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타운하우스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혹시 그분들께 내 글이 혼선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환상, 딱 하나만 가지고 이곳에 온 초짜 전원생활 중인 내가 '환상을 접어뒀다' 외친(?) 것에 대해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책임을 느낀다. 그래서 드디어 내가 경험한 타운하우스의 장점에 대해 써보려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거실 지박령
아름다운 나의 집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이 집의 가장 큰 장점은 너무 예쁘다는 거다. 아직도 우리 집을 처음 만났던 그때 그 순간이 생생하다.


집을 구경하기 위해 부동산에서 차를 타고 마을에 진입할 때까지만 해도 '이런 곳에 집이 있나' 싶을 정도로 이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불안감마저 들었다. '아무래도 여긴 역이랑 멀어서 무조건 탈락'이란 나름 확고한 마음을 먹고 이 집과 처음 만났다. 타운하우스 부지에 마침내 도착했을 땐 영화, 드라마에서나 나올 것 같은 뾰족한 지붕을 갖춘 그림 같은 하얀 집에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내 마음이 변하지는 않았더랬다.


어쩌면 문을 열고 내부를 구경하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앞서 다른 몇 군데를 구경한 터라 소형 타운하우스치곤 꽤 넓은 내부에 한눈에 반하고야 말았다. 고개를 숙여야 했던 다른 집과 달리 3층 활용도가 무척이나 높은 점도 후한 점수를 줄만 했다. 남편과 짠 것 마냥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1층부터 3층까지 구석구석 어느 곳 하나 예쁘지 않은 공간이 없던 이 집을 우린 그렇게 덜컥 계약했다. 아름답다는 것이 결국 불리한 입지조건을 초월하게 만들었다.


꽃 한 송이를 놓아두더라도 그림 같은 이 집, 첫눈에 반했던 우리 집의 그때 그 느낌은 여전히 유효하다.


커피와 책, 다이어리만 있다면 집순이는 한 달도 밖으로 안 나갈 수 있을 것 같네?
집순이에겐 더할 나위 없는 집

나는 지독한 집순이다. 퇴근을 하면 집으로 달려가고, 주말엔 정해진 일이 아닌 이상 좀처럼 집을 떠나지 않는다. 어쩌다 외부 일정이 길어질 땐 집에 가고 싶어 일분일초가 마음 불편한 사람이다. 타운하우스는 이런 집순이의 하루를 늘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공간이다.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말엔 타운하우스의 매력이 정점을 찍는다. 나의 주말은 거창할 것 없이 무척이나 단조롭다. 눈을 뜨자마자 커피를 마신 뒤, 정신을 차리면 넷플릭스를 보거나 책을 읽는다. 요즘엔 글쓰기도 더해졌지만 이 단순한 루틴이 내가 주말을 보내는 방법이다. 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보통의 시간 속에서 나는 마음의 여유를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집이란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내겐 매우 중요한데, 타운하우스에선 이 여유를 방해하는 일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지난 이야기에 썼던 것처럼 새를 쫓기 위해 총소리가 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층간 소음이 없는 데다 독립된 공간 또한 보장되기 때문에 고요한 일상을 즐길 수 있다.


이 고요한 일상 덕에 자연스럽게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우리 부부는 주말에도 웬만하면 집을 나가지 않는 편이다. 집순이인 나의 영향도 크지만 청소와 정원 관리 등 오롯이 집에만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이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는 탓에 구비해 둘 수 있는 것들은 웬만하면 항상 모두 준비해두고 있는 영향도 있다. 우리에겐 요새처럼 느껴지는 이 곳에 있다 보면 정말이지 집 밖으로 나가기가 싫어진다. 


남편과 함께 온전한 휴식과 쉼을 겸할 수 있는 타운하우스에서 집순이인 나는 정서적 안정감을 누린다. 

 




겨울 추위와 성가신 정원관리 옵션이 더해져도 이 집은 우리 부부에게 아직까지 선물 같은 존재다. 남편과 내가 원하는 대로 꾸민 집은 우리의 입맛에 딱 맞는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편의에 여유까지 제공하니까. 부지런하지도 않고 이곳 삶을 감당하기 살짝 버거운 서툰 타운하우스 주민이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매일 아침 난 이 집의 매력에 반한다. 햇살 좋은 날, 비 오는 날 정원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때 '정말 타운하우스에 이사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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