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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youth Sep 12. 2019

#5. 타운하우스에 살려거든 부지런히 돈을 벌거라

타운하우스는 입주를 위해 거의 완벽하게 준비된 아파트와는 다르다. 세심한 배려도 없다. 그래서 계약과 함께 모든 것이 집주인의 몫이 되며, 그와 함께 끊임없는 지출 또한 각오해야 한다. 용기와 배짱 하나로 당당하게 타운하우스에 입성한 우리 부부는 이사 후 여기저기 들어가는 비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먼저, 25평 아파트에 살다가 45평 집으로 이사를 했으니 텅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부지런히 돈을 썼다. 사실 이땐 내가 상상하던 집을 꾸미는 게 마냥 기뻐 비어 가는 잔고에도 어깨춤을 췄다. 우리 부부의 노후가 조금은 우려되던 날도 있었지만 돈 쓰는 재미와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집을 꾸미기 위한 소비가 아닌, 이 집에서 살기 위한 소비가 시작되자 기쁨은 곧 부담이 되어 지그시 우리 어깨를 누르기 시작했다. '어서 와. 이런 돈 쓰기는 처음이지?'

 

아파트와 비교하면 우리가 고른 타운하우스는 수납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살림 베테랑이라면 한눈에 알아봤을 텐데 이제 막 결혼한 내가 이 사실을 눈치챌 리 만무했다. 처음엔 짐이 없기도 했기 때문에 수납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도 못했다. 이것저것 짐이 늘어나면서 이 부분도 그제야 깨우치게 됐다. 사람 사는 집이 아니라 살림 전시실이 될 무렵이었다. 다른 집들은 붙박이장 같은 수납공간을 별도로 설치하기도 했는데, 전문업체와 미팅을 하고 설치할 시간도 비용도 넉넉지 않았기 때문에 우린 가구를 사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짐이 정리된 후 생각했다. 가구를 버리지 않는 한 이제 좁은 집으로 이사 가긴 틀렸다고.   


이사 전 2층 모습. 아무것도 없구나


편의에 맞게 집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필요도 있었다. 이때 가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비용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폴딩도어, 울타리, 썬룸, 어닝 등등 이건 정말 선택의 문제이지만 살다 보면 어느 정도 필수적인 부분이 되기도 한다.


우리 집은 테라스 타운하우스로 홍보를 했던 곳인데, 2층과 3층 모두 테라스가 있다. 3층은 실질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안방이 있는 2층은 테라스에 폴딩도어가 꼭 필요했다. 타운하우스 라이프의 어려움을 열거했던 첫 번째 글에서 설명했지만 이 집이 가장 취약한 계절은 겨울이다. 겨울이 시작되자 테라스에 있는 수도가 동파된 집도 있었기 때문에 우린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뻥 뚫린 테라스에서 들어오는 추위도 우리를 힘들게 했다. 결국 여러 가지 이유를 종합해 2층 테라스에 폴딩도어 설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진행했다.


집 예뻐지는 중


폴딩도어 이외에도 현재까지 우리가 집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한 부분은 1층 거실의 햇살과 비를 막아 주길 바라며 설치한 어닝과 어두운 밤 정원을 밝혀줄 조명이 전부다. 지금 당장 꼭 필요한 부분만 시공을 했는데도 500여만 원의 거금이 들어갔다.


타운하우스에서 이만하면 됐다는 건 없다. 정원 관리에도 이래저래 돈이 들어간다. 잔디 깎기 기계부터 정원 가위, 빗자루, 조리개 등등 아파트에 살았다면 관리사무소에서 도움 줄 부분을 모두 직접 해내야 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모든 것에 지출이 따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우리 부부는 또 열심히 돈을 벌고 있다. 마지막으로 딱 하나(이길 바라며) 남은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다.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는 우리 강아지들이 집을 벗어나 도로로 돌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울타리를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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