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veyouth Oct 09. 2019

"인간에 대한 기대가 없어요"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특히 부모 자식 관계를 제외하면 인간관계에서 영원을 찾는 것보다 어리석은 건 없다. 이건 30대 중반에 접어든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깨우친 어떤 진리다. 괜스레 절대불변의 관계를 기대했다간 어리석은 희망만이 남아 나를 무력하게 만든다.


오랜 시간을 이어오고 몰두했던 어떤 것이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판단되고 그를 인정할 때 나는 무기력해진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 진다. 도망가고 싶어 진다.


TV조선 <아내의 맛> 방송 캡처


<아내의 맛>에 출연 중인 함소원의 상담 내용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함소원의 삶에 대한 상담이었지만 나는 '인간에 대한 기대가 없다'는 말에 '버텨왔다'는 말에 인간관계를 떠올렸다.


 때론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투쟁의 역사로 쓰여질 때가 있다. 버티고 버티며, 참고 참으며 개인의 투쟁을 벌여야만 간신히 이어지는 관계. 내가 처음 봤던 아름다웠던 그 모습이 진실이라 믿으며 그게 필시 아니더라도 결국엔 그렇게 되어줄 거란 환상. 이를 상상하며 버티고 버티는 거다.


그런데 우린 어느 순간 깨닫고야 만다. 결국 그건 나만의 환상이며 욕심이라는 걸. 그리고 설령 그 환상이 이루어지더라 해도 내가 얻는 건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다는 걸. 미움과 아픔 위에 쓰여야 했던 너와 나의 이야기는 결코 온전할 수 없으며 어차피 슬픈 이야기라는 걸. 이를 깨닫는 순간 상대에 대한 궁금증은 사라지고 호기심도 잃고 만다. 결국 질려버리는 관계가 되는 거지.


살다 보면 처음부터 내가 손해인 관계들이 있다. 그 손해를 감수하며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 내 행복과 즐거움을 바라보며 살기에도 인생은 짧으니까. 염세주의적인 발언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떨 땐 인간에 대한 기대가 없는 편이 나을 때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