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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일 Oct 11. 2020

 ◁ 1등에 대한 갈망과 2등의 여유 ▷

새로운 도전운 여유 속에서 새로움을 찾을 수 있다.

항공기 엔진 카울 중 가장 먼저 열고 끝에 닿는 팬 카울(Fan cowl)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 1등에 대한 갈망과 2등의 여유 ▷

1984년 전국기능올림픽 인천 대회 작품을 제출하고~ 한참 뒤 선생님께서 조용히 호출하셨습니다.
AB형: 수일아 메달 성적이던데 어떻게 할 거니?
B형: 내년에 금메달 도전하겠습니다.
AB형: 그래 알았다.

왜 질문하시는지 알고 있음에도 망설임 없이 내년에 재도전하겠다 했습니다.
일찍 메달을 따면 더 많은 기회가 있음을 알았지만 만드는 것이 그냥 좋았고 1등에 대한 강한 의지와 욕심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1년 동안 판금, 용접, 배관 실습을 하고 자기 특성에 맞는 분야를 선택하면서 나머지 2년을 전공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3개 과정 중 손재주가 있고 선생님께서 관찰하시는 학생들 가운데 지명(권고)하는 방식으로 선수 선발이 이루어집니다. 물론 본인 의사가 가장 앞섭니다.

1985년 기능선수에게는 끝이자 다시없는 두 번째 대회 장소가 전주였습니다. 특히나 학교 특성상 금메달이 아니면 부사관 임관, 금메달이면 군 5년 면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체육선수와 다르게 기능대회 선수는 입상 시 동일 종목에 다시는 출전하지 못합니다.
일전에 쓴 공예 취미(대회 묘사)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3017463091653530&id=100001696078165

첫날 첫 제작에 들어갔던 대회 작품에 마이너스 점수가 있어 선수들 숙소의 밤,
아무도 없는 옥상에 올라가 한 뼘 남짓한 옥상 난간 테두리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간담이 서늘했습니다.

마음을 다 잡아서인가 다행히 2,3,4일 차 무난히 마쳤지만 결과는 전년도와 같이 은메달이었습니다. 결과를 받으러 시상대에 오르는 순간 그냥 덤덤했습니다. 그 날 이후 삶은 그 시상대에 서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만의 은메달 시상대가 남아있던 그 전주를 2003년 다시 가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대표하여 전국 품질분임조 대회 조장인 리더 자격으로 출전하였습니다.
회사의 다른 한 팀은 예선대회를 우수한 성적으로 내놓으라 하는 인재들이 모여있는 팀으로 우리 팀보다 출중했기에 전국대회를 앞두고 사내 시연회에서 우리 팀은 항상 2등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이 빠졌다고 늘 지적을 받았습니다. 마음은 부인하였지만 사실 객관적 실력도 그랬습니다.
그러함에 회사에서는 우리 팀이 주력 팀이 아니었기에 내놓았습니다.

그러함에도 발표 주제의 선택과 실행은 최고였다 자부합니다.
CF6-80C2 엔진 팬 카울 개선으로 엔진 결함 감소가 주제였습니다.
팬 카울 끝(edge) 부분 마모(erosion)를 방지하기 위한 박판의 스테인리스 성분분석과 스테인리스 국내 생산업체 파악, 자재 구매, 프레스, 금형,,,
조원들과 전문가 교수님께 자문 의뢰, 대회를 준비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2등으로 인식되어있는 우리 팀은 확실한 무언가 한방이 필요했었습니다.
수많은 대회 준비 중 토론에도 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히든카드가 있어야 함은 모두가 공감과 동의했습니다.
그러한 브레인스토밍 결과로 영상을 외주 제작하여 첨부한 24초 영상이 만들어졌습니다.
전폭적 지원이 없던 우리 팀은 전용 노트북이 없어 개인이 구매하여 준비했었고 영상까지 별도로 준비해야 했습니다. 사내대회에서 받은 상금은 회식비 지출과 대회 준비기간 중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그러한 상태에서 영상을 리더의 자비(自費)로 외주 제작하였습니다.
전국대회 나가기 전 회사 시연회에서도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본부장님 이하 임원진께서 실력이 부족하다고 늘 지적은 반복되었지만 앙꼬 없는 찐빵 스토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반복적으로 늘 연습을 하였기에 더 이상 변경할 수도 없었습니다.

2003년 대회 당일 회사 대표 2개 팀 중 우리 팀은 팀 소개부터 2등이었습니다.
우리 팀이 대회 발표를 하면서 24초 영상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렸습니다.

20분의 화려한 언변의 발표보다
결함 원인 분석을 24초 영상이 간단명료하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원인 분석이 명확하니 PDCA (Plan-Do-Check-Action)가 잘 전달되었습니다.
심사위원 주제에 대한 15분 질의응답 시간도 필요 없었습니다.ㅎㅎ

결과는 일순간 바뀌어 우리 팀이 금메달, 당연 금메달 유력 팀은 은메달이 되면서 개인적으로는 1등에 대한 갈망이 사라지고 1985년 마음에서 내려오지 못했던 그 시상대에서 18년 지나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시상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그냥 무덤덤했습니다.

다시 또 그만큼이 시간이 17년 지난 지금은 오히려 누구도? 하지 않는 저만의 항공기 자(Ruler)를 개발하고 만들고 있음에 뒤따라 가는 2등의 여유가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자(Ruler)를 만들면 그냥 재미있습니다.
자 이름 Corea AB Ruler 이유
Corea 스페인에서 한국을 COREA로 사용하며 더해 한반도를 의미이며
A: AIRBUS B: BOEING을 의미하며, Corea로 파스너 통합 사용 의미입니다.
이름도 내 마음대로 짓고
자를 통하여 양쪽 문화를 결합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항공분야(기계산업)에서 미국은 미국 단위계(인치 야드 법)를 주로 유럽은 인치 단위계를 미터법으로 약분 후 표준화하였고 우리에게는 다르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AIRBUS가 같으면서 다르게 표시한 부분 있으나 인치를 미터로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점을 배울만합니다. 지금까지 공부한 결과 유럽 항공 분야는 인치를 다르게 미터법으로 호칭하여 부르고 또는 새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함에 기초는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시간임에도 2등의 여유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프라인에서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곳에서 가져봅니다.

항공기 심장인 엔진의 카울 중 가장 먼저 열고 끝에 닿는 팬 커울(Fan cowl) 이야기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CoreaABRu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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