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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일 Oct 22. 2020

직업의 시작이 된 철판 다루기

수작업으로 철판의 늘어남과 줄어듬을 이용한 만들기

먼지 하나 없는 새하얀 천 위에 장갑을 끼지 않은 손으로 기름 엷게 묻어있는 회색의 철판(1.2m x 2.8m x 1mm)을 조심스럽게 사뿐히 내려놓습니다.

백색의 작은 천(걸레)을 이용하여 철판에 긁힘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기름기를 닦아내며 어떻게 그릴(drawing) 건가 철판 곳곳에 하나씩 자리를 매김 합니다.

넓은 철판에 1m 직선 철자(ruler)를 만들 작품의 가장 큰 부분에 중심을 잡고 살며시 놓습니다.
이제 도면을 보고 눈짐작으로 배치한 곳 중심을 기준으로 날카로운 금 긋기 바늘 이용하여 작업을 시작합니다. 작품 도면을 삼각법으로 전개도를 그리며 이때 소요자재가 최소화되도록 합니다.

전개도가 완성되면 전동가위를 이용하여 그어놓은(drawing) 금이 살짝 보이도록 하여 일차 자르기 작업을 합니다. 그런 다음 다시 줄(file)을 이용하여 절단면을 매끄럽게 마름질 작업을 합니다.
줄을 이용하여 매끄럽게 한 부분을 또다시 디버(deburr) 공구를 이용하여 철판 에지(edge)에 손등으로 밀어도 상처가 나지 않도록 매끄럽게 해 줍니다. 철판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끝부분(edge)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을 들입니다. 이런 과정이 지나면 작품 제작이 시작됩니다.

작품의 시작은 외형에 타격 없이 제작하는 직선 부분부터 시작하여 1차 모양을 만들어갑니다. 그런 다음 유선형 작업 부분에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에 앞서 외형에 영향 없이 직선으로 만들고 용접하여 1차 조립을 합니다. 1차 조립 후 2차 유선형 가공을 위해 망치(hammer)를 이용하여 철판을 줄이거나(shrinking) 늘이는(stretching) 작업을 하여 유선형으로 만들어갑니다.
철판이 줄어들거나 늘어나는 재미를 보며 거친 유선형 외형이 완성되도록 하며 이때 사용하는 망치의 접촉 단면은 항상 1000번의 고은 사포를 이용하여 수시로 닦아 줍니다. 이렇게 유선형 가공이 되면 이제 유선형 면을 아주 곱게 고르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연필 지우개의 단면을 하얀 천에 다시 한번 깨끗하게 손질 후 거친 철판의 유선형 부분 가공 때문에 생긴 때를 지우개를 이용하여 때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닦아줍니다.  때를 닦아주는 부분이 어쩌면 완성되었을 때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나타납니다.
이제 얼굴이 보이는 망치를 이용하여 면을 고르는 작업을 합니다. 처음 회색의 철판이 유리알 같이 변하면서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합니다.

이제 1차 직선 부품과 2차 유선형 부품을 가스 용접으로 접합합니다. 이때 직선과 유선형의 철판의 두께 차이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며 특히나 얇은 쪽에 촉각을 세우는 동시 숨을 골라가며 용접을 합니다. 소총을 쏘기 전 숨을 고르듯이 아주 아주 조용히 왼손 오른손 박자를 맞추며 3000도의 검붉은 용융점을 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1차 직선 부품과 2차 유선형 부품이 용접으로 접합되면 용접 부분이 매끄럽고 수평이 되도록 망치로 마름질을 합니다. 이때 두 부품의 두께 차이가 없어지도록 최대한 가공 작업을 합니다.
두 개의 부품 용접 부분 후 1차 거친 망치 작업이 되면 다시 2차 고운 마무리 작업을 위해 얼굴이 보이는 망치로 마무리 작업을 합니다.
물론 2차 고운 마무리 망치질 작업 전 지우개 작업은 필수로 수행합니다.

두 개의 부품이 조립되고 전체 5개 모두 완성되면 정반(surface plate )에 올려놓고 수평거리 수직거리 각 부분마다 정해진 20여 개소 치수(만점 +/- 0.5mm)를 측정합니다. 치수를 측정하여 수평 수직이 된 상태에서 치수 보정 작업을 마치면 24(4+8+8+4) 시간의 4일간 기능올림픽 경기가 마무리되며 선수는 자신의 완제품을 심사위원에게 제출합니다.

결과는 이제 심사위원 손에 달려 있으며 발표의 순간을 기다리는 선수는 4일간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지쳐 있음에도 아직 말똥 말똥 한 눈망울로 기다림을 지속합니다. 기다림 속에 속속 들려오는 결과를 듣고 선수들은 숙소로 야외로 발길을 향합니다.  경기 후 몇 시간을 잤는지 아직도 정확한 기억은 없습니다.

글 읽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사진은 35년 전 제작한 것으로 옛날 우리나라 주막의 술병을 위에 언급한 과정으로 제작하여 기념으로 가지고 있습니다.ㅎ

참고: 본과정은 자동차 신차 시제차를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공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IMF 이후 관련 분야가 많이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으며 지금은 방짜유기에서 볼 수 있는 작업 방법입니다. 그러나 아직 항공기 기체 수리에 일부 적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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