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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마아빠 May 22. 2021

9살 연상 영국인 아내와 삽니다 - 1

결혼과 배움의 기록

9살 연상 아내와 2년 조금 넘게 같이 살면서 우리 둘의 나이차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거의 없다. 아, 이 나이차라는 숫자가 예상외로 얼마나 쓸모없는 정보인지에 대해서는 가끔 생각하기도 한다. 처음 아내가 9살 연상이라는 사실을 주변에 알렸을 때 마주한 반응들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엄마는 손을 이마에 살포시 얹으며 소파에 주저앉았고, 몇몇 친구들은 마치 내가 "사실 내 아내는 전과자야..."라고 말한 것과 흡사한 놀라움과 불편함 섞인 반응을 보였다. 사실 나 또한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 이들과 비슷한 생각이었다. 5살, 아무리 많아도 6살 연상이 마지노선이고 그보다 더 연로하신 분과 만나는 건 적어도 내 삶과는 무관한 일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유는 단지 그 정도의 나이차가 있다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 때문이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그가 '나이에 맞는' 관심사를 가졌을 테고, 일의 우선순위도 '나이에 맞게' 매길 테고, 인간관계도 '나이에 맞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부실한 논리이다. 물론 나와 아내는 관심사가 다르고, 일의 경중을 다르게 판단하며, 굉장히 다른 결의 사람들을 각자 곁에 둔다. 하지만 이는 나이차와는 무관하다. 그냥 나와 아내가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와 거의 유사한 성장배경을 가진 또래 친구들보다 영국과 캐나다에서 인생의 절반씩을 산 9살 연상 아내에게 훨씬 더 끈끈한 동질감을 느낀다. 우리는 조금 느리게 살고 싶고, 지구에 최소한의 피해를 끼치는 의식주를 실천하고 싶고,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몸으로 하는 취미활동을 즐기며 소박하지만 흥미진진한 삶을 꿈꾼다. 나와 비슷한 삶의 궤적을 가진 또래 친구들도, 내 부모도, 이런 인생관에 크게 공감하지 않는다. 결국 나라는 사람을 가장 본질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은 9살 연상인 아내다. 이 사람 품 안에 있을 때 내가 가장 나답게 존재하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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