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만발한 네덜란드 큐켄호프 여행화보
세월 흐름과 더불어 먼 데로 흘러내려가는 것들이 많네만, 떠가는 그것들을 붙잡아 두지 많으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네. 멀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가까왔던 사람들도 그렇지. 거기엔 친구와 가족도 있고, 나 자신조차도 언젠가는 그렇게 멀리 떠나가겠지? 별 다른 소식은 없으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좀 해 볼까? 자초지종을 다 밝히면서 흥미를 끌만한 사건이 없으니, 최근에 외출했던 이야기만 적어 올리네.
2월 말 몽쁠리에 여행 이후로 햇빛 쨍쨍한 날을 한 번도 못 봤지만, 날씨 흐리고 음산해도, 새 풀은 자라나고 나무들도 봄 옷으로 갈아입고 있네. 요새는 근처 정원에 목련꽃이 만발해 있어.
며칠간 날씨가 좋을 거라기에, 튤립이 4월 중순 지나서야 피는데도, 꽃을 보러 지난주 네덜란드 큐큰호프 정원에 갔었네. 그 길에 라이든 시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위트레히트에도 들렀지.
4월 2일부터 4일까지 했던 이 여행 이야기를 화보로 꾸몄으니, 봄꽃을 찾아서 북으로 가보세!
아침 하늘이 완전히 구름에 덮였어. 겨우 로테르담 근처에 이르러서야 두꺼운 구름층 속에 푸른 구멍을 봤지. 북쪽으로 갈수록 그 푸른 구멍들이 커지더니, 라이든에 도착하기 바로 전에는 하늘이 아주 파래졌어.
라이든시의 뷔르흐트는 시내 중심에 있는 12세기에 지어진 성의 폐허에 조성된 공원이네. 그 원형 성벽 위를 걸으면서 시내를 전망하노라면, 남동쪽으로 가까이에 호그란스 께르크라는 고딕식 교회가 보이고, 북쪽에는 마르께르크라는 바로크식 교회의 높은 둥근 지붕이 있지. 시내에 꽤 높은 굴뚝이 있는 게 이상해서 알아보니, 위니뻬르라는 에너지 회사 굴뚝이라네.
라이든의 건물들은 대개 붉은 벽돌로 지어져 있네 - 시청 첨탑, 옛 고아원, 시내에서 제일 큰 교회까지. 또 뭐 있을까? 호르뛰스 보따니뀌스 식물원. 시내에 흩어져 있는 대학 건물 중의 하나인데, 1593년에 샤를르 드 레끄뤼즈가 네덜란드 최초의 튤립들을 기른 곳이야.
라이든은 베니스처럼 여기저기 운하와 다리가 있고, 풍차랑 선상 카페가 더 있네. 렘브란트가 태어난 곳이기도 한데, 그가 태어난 집터 앞을 지나다 보니 겨우 작은 기념패만 있더라.
쿠큰호프 정원에 꼭 들어가려고 며칠 전에 입장권을 사서, 점심때쯤 갔더니 주차장에 전세버스랑 자가용이 엄청 많더라. 입구에 줄도 길었지만, 아주 빨리 들어갔네.
2019년 4월 중순에 왔을 때는 튤립이 꽃밭 대부분을 차지했었는데, 이번에는 튤립꽃들이 아직 제대로 개화하지 않았고, 대신 크로커스와 히야신스가 한창 피어있더라.
산재한 여러 전시관에는 프레지아, 난초, 이국의 화초들을 주제로 전시하고 있네. 간식할 데도 군데군데 많이 있지만 값만 비싸고 제대로 먹을만한 게 없더라.
큐큰호프 정원은 해외로 수출하는 구근식물 꽃밭으로 둘러싸여 있고, 정원 가장자리에 있는 풍차에 올라가면 드 넓은 꽃밭 경치가 펼쳐지지.
위트레히트에 도착하기 전에 역 근처 쇼핑센터 안에 있는 주차장을 예약했네. 일전에 라이든에 도착할 때 거주자 전용지역에서 고성능 감시카메라로 중무장한 차량으로 순찰하는 단속반한테 우리 차 사진이 찍혔는데, 여행 후에 벌금 안 물었으면 좋겠네.
위트레히트의 쇼핑센터는 네덜란드에서 제일 큰 것 중의 하나라네. 수도원이 딸린 세인트-마르틴 성당은 1674년 돌풍에 파괴된 이후로 일부만 남아있고, 성당회의장은 위트레히트대학의 강당이 됐지. 수도원 문 앞에는 덴마크어 고문자가 새겨진 바위가 있어.
라이든시처럼 시내 중심은 성벽으로 둘러 싸여있고, 건물 대부분이 빨간 벽돌집이야. 여기에도 교회, 작은 성, 옛날 양로원과 대학 건물이 있지. 운하는 없냐고? 있지! 수면이 주변의 노면보다 더 낮은 운하가 있어.
중앙역은 여러 기차노선의 교차로에 있어서, 일일 통과 차량과 승객 수로는 국내 최다의 역이네. 대형 쇼핑센터인 호흐 까따레엔을 위시한 역 주변의 건물들은 요즘 유행하는 신식으로 지어져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