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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이언 국립공원

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 - 4주 4천 마일

by lov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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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이언 국립공원

애리조나주를 지나 유타주로 들어오니, 화창했던 날씨가 어느새 변하여 세찬 비바람이 부는데, 도로변에 바람 막는 가로수가 없어 차가 몹시 휘청거린다. 게다가 산세가 험하고 가파른 언덕길에 성가신 엔진 소리를 내며 맹렬히 추격해 오는 대형트럭들이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무섭게 앞질러 간다.

불안한 마음에 경치를 즐길 여유 없이 바쁜 차량들을 앞으로 보내며 조심조심 산길을 넘고 나서 조금 한가한 국도로 30마일을 달리고 나니, 붉은 산들이 찌푸린 하늘 아래 풀이 죽어 있긴 하지만, 긴장이 좀 풀려서 그런지 꽤 근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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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이언 국립공원(Zion National Park) 입구에 있는 스프링데일(Springdale)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묵을 곳을 찾아본다. 이미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인 미국의 현충일(Memorial Day) 휴가부터 성수기라서 빈 방이 없다. 운 좋게 깨끗한 호텔을 발견하지만 방 값이 너무 비싸다. 다시 발견한 호텔은 조금 전에 보았던 호텔보다 나을 게 없는데, 방 값이 두 베라 한다. 황급히, 나왔던 호텔에 가보니, 방이 벌써 나갔다니! 결국 우리는 스프링데일에 있는 호텔에 두 배의 방 값을 내고 들어간다. 아침밥도 안 준다는 그 야박한 호텔에 잠만 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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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어 호텔에 수속만 하고 짐도 풀지 않고 나오니 마침 날씨가 개여서 주변의 산정이 밝다. 하지만 공원 안에 들어갔을 때는 산 그림자에 가려서 어둡기만 하다. 공원 안내소 옆의 안내판을 보니 계곡 안을 구경하려면 순환코스(Zion Canyon Scenic Drive)를 도는 셔틀버스를 타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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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출발하자 운전사가 왼 손에 마이크를 잡고 오른손으로 운전대를 돌리며 코스에 대해 안내하고, 정류장에 설 때마다 내려서 무엇을 볼 것인지, 또 몇 분 후에 다음 차가 오는지 자세히 가르쳐 준다. 버스가 계속 언덕길을 올라가는 동안 점입가경이라, 하늘에 구름도 걷히니 점점 더 우람한 바위산들이 뽐을 내며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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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코스의 끝까지 올라오니 운전사가 계곡 안으로 들어가 협곡 사이를 흐르는 개울(The Narrows)을 꼭 가 보란다. 계곡 진입로를 따라 계곡 안으로 들어가니 깎아지른 두 암벽 사이로 좁은 개울에 물이 세차게 흘러간다. 물 때문인지 춥기도 하고 들어갈수록 계곡이 좁아지며 길도 끊긴다. 우리는 바닥에 깔린 미끄러운 자갈을 밟으며, 개울물을 거슬러 올라갈 용기가 없어서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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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에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주변의 산들을 보니 거대한 바위산들이 위엄을 드러낸다. 수직으로 깎인 벼랑의 색깔이며 봉우리의 모양이며 바위산의 웅장함이 한마디로 숨을 막히게 한다. 원주민이야 당연히 인디언이었지만, 이곳을 발견한 모르몬교인들이 이런 바위산들에 아브라함, 모세 등 성경 속 인물들의 이름을 붙이고 계곡을 자이언(Zion: 성서의 시온산)이라고 부른 것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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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도시 스프링데일

미국의 현충일 휴일에 관광객이 부쩍 늘어나, 평시의 두 배 이상 껑충 뛴 숙박비를 낸 호텔에 식당도 없어서, 꽤 먼 데 있는 식당을 찾아가 저녁을 먹었다. 다행히, 미국에는 햄버거 말고도 먹을 게 있다. 여기도 피자 저기도 피자 어디 가나 피자가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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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샌드위치 잘한다는 집까지 차를 타고 가서 아침을 먹었다. 넓은 땅을 가진 나라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었지만, 미국처럼 큰 나라에는 모든 시설이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멀다. 자동차 없이 살다가는 굶어 죽을 나라다.

아침 먹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호텔 근처 풀밭에 조그만 장이 섰는데, 인근의 주민들이 농장에서 가꾼 농작물과 집에서 만든 잼, 채집한 꿀 등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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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장에서 한 할머니에게 피칸넛(Pecan nut: 미국 호두) 1파운드(500g)를 샀더니, 할머니는 공원 입구의 피칸 나무 있는 집에 혼자 사는데 먼 데서 아들이 와서 피칸을 따 줬단다.

- 자이언의 두 얼굴

우리는 스프링데일을 떠나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길은 자이언 국립공원을 통과한다. 다시 공원 입구에 이르니 휴일이라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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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는 전날에 본 우람한 바위산들이 흐린 날씨에 기가 죽어 있다. 계곡의 동편 길로 올라가 터널을 지나니, 감색의 두리뭉실한 언덕이 온통 소나무 껍질처럼 갈라진 모양이며, 고산에 푸른 소나무들이 서로 손 잡고 서있는 듯한 모습이 흐린 날씨지만 예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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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 계곡 안에서 본 것과는 달리 꼬부랑길을 돌 때마다 좀 먹은 듯한 골짜기, 바둑판처럼 줄 쳐진 바위산들이 얼굴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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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위산이 장관이라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데 오토바이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벌떼처럼 달려온다. 관광객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몰려드니 성수기인 것이 분명한데, 이걸 모르고 호텔도 예약하지 않고 와서 그나마 잠을 자고 나간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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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 국립공원의 동문 밖에 이르니, 미국 들소들이 초원에서 풀을 뜯는다. 우리가 원시적인 풍경에 이끌려 들소 떼를 보려고 방목장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들소 한 마리가 말을 하는 것 같다.

"얼마나 우리 조상을 사랑했길래 멸종되도록 다 먹었냐? 인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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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참 동안 미국 들소들이 풀을 뜯는 모습을 기이하게 바라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 있다. 그리고 차에 올라 평원을 달리는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카멜 마운틴 분기점(Carmel Mountain Junction)에서 남동쪽으로 꺾어 50마일을 내려가 길가의 팻말을 보니 자콥래이크(Jacob Lake)이다. 이제 곧장 80마일만 더 내려가면 저녁에 묵을 호텔이 있는 페이지(Page), 방향을 돌려 산길로 40마일쯤 올라가면 그랜드 캐니언 노스림(Grand Canyon North Ri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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