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망진, 조랑말

-제주마이야기&생각하기-

by 김일석

제3부. 작은 말, 큰 이야기



1. 제주마와 함께하는 목축 의례와 축제들


1.1. 조랑말과 어우러진 전통문화


⚬진행자: 목축의례가 현대까지 전해질 만큼 제주마의 역할이 과거에 정말 컸던 것 같아요. 농경 생활에서 주로 쓰였다면서요?

⚬해설사 네, 맞습니다. 예로부터 제주마는 농경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원이었습니다. 밭갈이, 밭밟기, 농산물 운송 등 다양한 농업 작업에 활용되었죠. 특히 제주는 혜은이 가수의 노래 가사처럼 돌이 많고 바람이 센 척박한 환경이라 농사짓기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러한 환경에 잘 적응한 제주마는 과거 농경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존재였습니다. 제주 사람들의 삶 깊숙이 자리 잡았던 것이죠.


⚬진행자: 지금은 어떤가요? 여전히 농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나요?

⚬해설사 1960년대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기계와 운송 수단이 발달했고, 그에 따라 농경 생활에서 제주마의 가치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주마의 역할이 사라진 건 아니에요. 지금은 경마, 관광, 승마, 재활 등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그 가치는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주의 역사는 곧 제주마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깊은 역사성을 가지고 있어서, 이러한 역사와 문화는 오늘날에도 계승되어 다양한 행사와 목축 의례가 진행되고 있답니다. 제주마는 이제 단순한 동물을 넘어 제주의 문화유산으로 거듭나고 있어요.


⚬진행자: 아, 그렇군요. 다음에는 제꾼 님께서 목축 의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해설사: 네, 제주도에서는 매년 음력 7월 백중날에 소와 말이 번성하기를 기원하며 지내는 특별한 목축 의례 전통이 현대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제주에는 목축을 관장하는 ‘테우리 신’이 있다고 믿는데요. 이 테우리 신을 위한 제의를 ‘테우리 코사’라고 부르며, 쉬멩질, 테우리 맹질, 백중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림 10)>를 보시면 테우리 코사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요. 말과 소의 번성을 기원하는 제주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죠.


⚬진행자: 아, 테우리가 뭔가요? 제주 방언인가요?

⚬해설사: 네, 맞습니다. ‘테우리’는 말과 소를 돌보는 목동을 의미하는 제주어입니다. 제주에서 목축 문화가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진행자: 그럼 테우리 코사는 언제 행해지고, 제의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해설사: 네, 음력 7월 보름인 백중날, 제주의 테우리들은 떡과 밥, 술 등을 정성껏 준비해서 목장의 망을 보던 테우리 동산으로 모두 함께 모입니다. 그곳에서 준비해 간 제물을 사방에 조금씩 흩뿌리고 제사를 지내는데요, 이는 목축의 풍요와 소와 말의 안전을 동시에 기원하기 위함입니다. 바람 부는 넓은 초원에서 목동들이 무릎 꿇고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제주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나요?

download.png

(그림 1) 테우리 코사는 키우는 말과 소의 번성을 기원하며 목축신인 테우리에게 올리는 제사를 말한다. 이처럼 제주에서는 말과 소를 기르는 목축문화가 중요하게 여겨지며, 이러한 전통은 제주 사람들의 삶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출처:VIST JEJU).


⚬진행자: 네, 그렇군요. 이제 제주 말 축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실래요? 어떤 축제들이 있나요?

⚬해설사 제주에는 말과 관련된 흥미로운 축제들이 여럿 있습니다. 먼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 마을회에서 개최하는 “의귀 말 축제”를 소개해 드릴게요. 이 축제는 1998년부터 시작되었는데, 국가로부터 헌마공신(獻馬功臣) 칭호를 받은 의귀리 출신의 김만일이라는 위인을 기리는 행사입니다. 김만일 선생은 국난 시기에 자신의 말을 나라에 바쳐 큰 공을 세운 제주를 대표하는 위인이죠. 헌마공신의 역사가 함께하는 이 축제에서는 유소년 승마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펼쳐져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고마로 마문화 축제”도 열린다고 들었어요. 그 축제는 어떤가요?

⚬해설사 네, 맞아요. 고마로 마문화 축제는 제주 말 문화 관광의 달인 10월에 고마로마문화축제위원회가 주관해서 열립니다. ‘역사와 문화가 숨 쉬고 현대가 공존하는 고마로를 따라’와 같은 다양한 주제로 매년 개최되고 있죠. 행사 장소는 조선시대 수천 마리의 말을 방목했던 고마장(古馬場)이 있던 지금의 제주시 일도2동 고마로 일대입니다. 말을 테마로 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지는 이 축제는 고마로의 역사와 현대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대표적인 말 축제예요. 제주특별자치도 유망축제로도 선정될 만큼 지역 주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그림 11)을 보시면 고마로에 설치된 조랑말 조형물과 축제 현수막을 볼 수 있어요. 이 거리를 걷다 보면 ‘말의 고장이 제주’임을 새삼 실감하게 되죠.


⚬진행자: 수십 년째 이어지는 “제주마 축제(JMAFESTA)”도 정말 대단한 규모라고 하던데요?

⚬해설사 네, 그렇습니다. 제주마 축제(JMAFESTA)는 말 문화의 높은 품격과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역대급으로 흥미로운 행사들로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매년 제주 말 문화 관광의 달을 맞아 핑크뮬리가 만개한 렛츠런파크 제주에서 성대하게 개최됩니다. (그림 12)를 보시면 핑크뮬리 속에서 펼쳐지는 축제 풍경을 엿볼 수 있어요. 2025년이면 벌써 20회째를 맞이한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매년 2만 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찾아와 축제를 마음껏 즐기고 있으니, 정말 멋진 축제임이 틀림없습니다.


⚬진행자: 제주마 축제의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온 가족이 즐길 만한 행사들이 많을 것 같아요.

⚬해설사 그럼요. 제주마 축제에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아주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귀여운 포니가 직접 윷놀이 말이 되어 전진하는 ‘말이 말이 되는 윷놀이’부터, 제주마를 주제로 한 몽생이 요리 교실, 그림 실력을 뽐내는 사생대회, 그리고 축제 분위기를 한껏 띄우는 ‘말馬 가요제’까지 다채로운 행사와 체험 활동이 준비되어 있어요. 이 외에도 화려한 말 퍼레이드를 비롯해 전통 마상무예, 짜릿한 도전 골든벨, 신나는 댄스 경연대회 등이 성대하게 열려 제주의 대표적인 가을 축제 중 하나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습니다.


⚬진행자: 훌륭하네요. 제주 지역에서 이렇게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조랑말 관련 축제들이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나아가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해설사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제주 말 축제가 명실상부한 로코노미(지역+경제 합성어)**와 연계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제주 말 축제는 관광객 유치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숙박, 음식, 교통, 기념품 등 다양한 소비 활동을 촉진해서 지역 상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제주마의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파급 효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되겠죠.

download.png

(그림 2) 김만일(1550~1632)은 제주도 출신의 헌마공신으로 조선시대 전국 최대의 목장을 운영하며 전쟁에 필요한 말을 수천 필 바쳐 나라의 위기 극복에 크게 공헌했다. 그의 공적을 기리기 위한 축제가 고향인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에서 매년 10월에 열린다.(출처:헌마공신 김만일기념관).


download.png

(그림 3) 고마로 마문화 축제는 조선시대에 수천 마리의 말을 방목했던 고마장을 기념하고, 말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축제이다. 매년 10월,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고마로 좌우 도로에는 초원을 달리는 듯한 조랑말 조형물 40개가 설치된다. 거리의 중심에는 마제단(馬祭壇)이 마련되어 있어, 이 거리를 걷다 보면 제주가 말의 고장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download.png

(그림 4) 핑크뮬리가 만개한 렛츠런파크 제주에서 마 문화의 높은 품격과 색다른 경험을 누려보세요! 매년 제주 말 문화 관광의 달을 맞아 제주마 축제(JMAFESTA)가 성대하게 열린다.(출처:렛처런파크제주·헤드라인제주).



1.2. 생각하기


❶ 환경을 뛰어넘어 가치를 창조하라.

제주마는 돌 많고 바람 센 척박한 땅에서 밭을 갈고 짐을 나르며 제주인의 삶을 오랫동안 지탱해온 존재이다. 산업화로 전통적인 역할은 줄어들었지만, 오늘날에는 경마, 관광, 재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롭게 쓰이며 가치를 확장하고 있다. 이는 주어진 환경의 제약을 넘어, 가능성을 발견하고 실현하는 지혜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당신의 삶에도 ‘돌 많고 바람 센’ 척박한 환경이 있을 수 있다. 당장은 그 안에서 자신의 가능성이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제주마처럼 끈기 있게 적응하며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보자. 중요한 것은 환경을 탓하지 않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려는 의지다.


❷ 자신을 돌보고 삶을 성찰하라.

타인과 세상에만 몰두하여 정작 자신을 돌보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테우리’가 자신이 돌보는 생명을 위해 의식을 치르듯, 당신도 자신의 삶을 위한 성찰의 의식을 반드시 치러야 한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가족을 돌보고, 일에 책임을 다하며, 관계와 감정을 보살피는 ‘삶의 테우리’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과 자신의 삶을 얼마나 자주, 얼마나 깊이 돌아보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매일 아침 오늘의 목표를 다짐하고, 사랑하는 이에게 진심을 전하며, 지친 마음과 몸에 작은 쉼을 허락하라. 이러한 행위들이 바로 당신 삶의 ‘테우리 코사’가 될 수 있다. 삶의 평안과 풍요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나를 정성스럽게 돌보는 순간, 스스로에게 진심으로 기도하고 귀 기울이는 일상에서 비롯된다. 지금 바로 자신을 돌보는 작은 의식을 만들어, 테우리처럼 삶을 성찰하며 살아가라.


❸ 삶을 기념하는 당신만의 축제를 열자.

과거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일은 단순한 추억 회상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의 나를 북돋우고, 삶에 자부심과 활력을 불어넣는 살아 있는 행위이다. 제주의 말 축제가 그 좋은 예다. 헌마공신 김만일을 기리고, 마을이 함께 전통을 계승해 나가는 이 축제는 오늘날에도 제주의 정신과 공동체의 생명력을 지켜내고 있다. 우리 각자의 삶도 이와 같다. 지나온 소중한 순간들, 가족과 이웃의 기억, 공동체가 간직한 오래된 전통은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뿌리이며,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처럼 중요한 것들을 너무 쉽게 지나치곤 한다. 이제 당신만의 축제를 열어보라. 작지만 의미 있는 성취를 축하하고, 잊고 지낸 추억을 되새기며, 사랑하는 사람과 보낸 하루를 기념하라. 그 작은 행위 하나하나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오늘을 더욱 빛나게 해줄 것이다. 삶은 스스로 기념할 때 더욱 단단해진다. 지금, 당신만의 축제를 시작하라.



✍ 사유의 여백: 당신의 생각을 적어 보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