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먕진, 조랑말

-제주마이야기&생각하기-

by 김일석

2)-1. 피 맺힌 증언, 살아남은 전마의 비가(悲歌)


-탄금정 굽이 돌아 흘러가는 한강수야, 신립 장군 배수진이 여기인가요-



1592년 임진왜란 초기, 충북 충주 탄금대 전투는 조선군의 참패로 끝났다. 기병 중심의 조선군은 조총으로 무장한 왜군 보병을 막기 위해 산악 지형 대신 평야에 배수진을 쳤지만, 조총의 화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신립 장군은 “왜군은 보병이고 우리는 기병이니, 넓은 들판으로 끌어들여 철기(鐵騎)로 짓밟으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전장을 평지로 택했으나, 이는 결정적인 오판이었다. 이 전투로 약 8,000명이 전사했고, 신립은 자결했으며, 곧이어 한양이 함락되고 선조는 몽진(피난)에 나섰다.


탄금대 전투의 참혹함 속에서 저는 기적처럼 살아남았습니다. 제주 조랑말 특유의 강인한 지구력과 체력 덕분이었죠. 질척이는 평지였지만, 다른 말들이 쓰러져 갈 때도 저는 끈질기게 버텨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보다 가슴 저미는 아픔이 더 큽니다. 함께 전장을 누볐던 수많은 전우들, 그들의 처절한 비명과 뜨거운 피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동백꽃보다 붉게 남한강을 물들였던 그 피는 바로 제 동료들의 피였고, 그들의 마지막 숨결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살아남은 자로서, 저는 그들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그날의 비참한 패배와 스러져 간 전우들의 넋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의 몫까지 제가 더 굳건히 살아가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 진행자: 신립 장군이 조령을 버리고 탄금대로 간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희 입장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인데요.

⚬ 전마: 음, 솔직히 그때도 좀 답답했습니다. 저희 말들 입장에서도 조령은 정말 훌륭한 요새였거든요. 좁은 길에 험준한 산세, 발굽으로도 오르기 힘든 지형이었으니 왜군이 아무리 많아도 쉽게 뚫기 어려웠을 겁니다. 병사 한 명이 천 명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죠. 거기에 함정이라도 파놓았다면 아마 왜놈들을 꼼짝 못 하게 묶어둘 수 있었을 텐데… 왜 굳이 그 넓고 뻥 뚫린 들판으로 나가려 했는지, 그때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장군님의 기병 운용에 대한 강한 믿음은 알겠지만, 천혜의 지형을 버린 것은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 진행자: 그럼 탄금대에서 벌어진 전투는 어떠했습니까? 직접 경험하신 그 현장의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 전마: 탄금대는 저희 기병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드넓은 평야는 오히려 왜군의 조총 사정권에 더 쉽게 노출될 뿐이었죠. 우리는 바람처럼 달릴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왜놈들의 총알은 보이지 않는 위협이었습니다. 흙먼지가 자욱하고 병사들의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제 등에 탄 병사는 용감하게 싸웠지만, 숫적으로 그리고 무기 체계에서 불리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치열한 공방전이라기보다는, 저희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싸움이었습니다. 결국, 많은 동료 말들과 병사들이 그곳에서 지는 꽃처럼 쓰러졌습니다.


⚬ 진행자: 탄금대 전투가 조선군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그 전투가 가져온 결과는 어떠했나요?

⚬ 전마: 한마디로 재앙이었습니다. 조령이라는 천혜의 방어선을 버린 것부터 시작해서, 전투 자체에서도 왜군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조선군의 핵심 전력인 정예 기병 수천 명을 한꺼번에 잃어버렸으니, 그 후의 전세에 막대한 악영향을 주었죠. 저희 같은 말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이후 왜군의 진격을 늦출 만한 병력이 없어진 셈이니, 왕께서 피난을 가셔야 할 정도의 사태로 이어진 데는 이 탄금대 전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 진행자: 훗날 가수 주현미 씨가 신립 장군의 쓸쓸한 심정을 ‘탄금대 사연’이라는 노래로 구슬프게 읊조렸더군요. 만약 이 전투에서 이겼다면 이 노래가 그리도 슬플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죠.

⚬ 전마: 무척이나 고마운 일입니다. 저 ‘돌풍이’도 그 노랫가락에 가끔 실려 봅니다. 『탄금정 굽이돌아 흘러가는 한강수야/신립장군 배수진이 여기인가요/열두대 굽이치는 강물도 목메는데/그 님은 어딜 가고 물새만이 슬피 우나.』 그 구슬픈 선율이 우리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듯합니다. 하지만 부디, 그 노래 속 신립 장군의 쓸쓸함과 함께, 저희 조랑말들의 위국헌신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장군님의 기마병과 함께 목숨을 걸고 싸웠던 저희의 용기와 슬픔 역시 그 한강 물결 속에 고스란히 스며있으니까요. 저희의 말발굽 소리가 그날의 비극을 기억하는 메아리가 되어 영원히 역사 속에 울려 퍼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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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생각하기


❶ 고정관념을 깨고 본질을 직시하라.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는 삶은 발전을 가로막는 무지가 된다. 신립 장군이 탄금대 전투에서 기병 운용에 대한 확신에 매몰되어 지형과 시대의 변화를 간과했던 것처럼, 당신도 익숙한 방식에 갇혀 변화하는 환경의 위협을 놓치고 있지 않은가? ‘예전에는 잘 통했으니’라는 안일함이 오히려 ‘조총’과 같은 새로운 위험을 간과하게 만든다. 상황의 본질을 냉철히 파악하고, 기존의 고정된 사고를 버리고 유연하게 대처할 때 비로소 재난을 피하고 진정한 승리를 얻을 수 있다. 어제의 성공법이 오늘의 함정이 될 수 있음을 반드시 명심하라.


❷ 끝까지 견뎌내라

시련 앞에서 쉽게 포기하는 것은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일이다. ‘돌풍이’가 처참한 전장에서 끈질기게 버텨내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듯, 당신도 삶의 역경에 맞서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견뎌내야 한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을 넘어, 고난을 극복하고 더욱 지혜롭고 강인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역경을 이겨낸 당신은 이미 내면의 강인함을 지닌 진정한 승리자임을 분명히 기억하라.


❸ 책임감을 가져라.

당신의 삶이 오롯이 혼자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돌풍이’가 전장에서 희생한 동료들의 뜻을 가슴에 새기며 책임을 다했다. 당신도 자신의 삶이 수많은 이들의 헌신과 노고 위에 서 있음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과거의 아픔과 타인의 희생을 기억하며, 그 몫까지 감당하는 책임감으로 삶을 더욱 의미 있고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잊지 말자. 당신의 삶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피어난 소중한 열매임을.



✍ 사유의 여백: 당신의 생각을 적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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