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이야기&생각하기-
3)-1. 불꽃 꼬리로 지킨 항파두리 최후의 전마들
제 짧은 생의 마지막은 고려의 삼별초 용사들과 함께 제주 항파두리 토성에서 몽골군에 맞서는 것이었죠. 433년 전, 그 처절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훗날 보니, 항파두리 항몽 유적지의 역사 설명문에 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더군요. “특히 외성은 15리(6km)에 달하였으며, 토성 위에는 나무를 태운 재를 뿌려서 연막전술을 폈다고 한다. 즉, 적이 나타났을 때 말꼬리에 빗자루를 매달아 달리게 하면 자연히 재가 하늘로 날아올라 연막이 되었다는 것이다.” 맞습니다. 제가 바로 그날 말꼬리에 빗자루를 매달고, 재를 뿌리며 달렸던 그 조랑말 ‘불꽃’입니다. 병사는 제게 고맙다고 속삭였고, 저는 그 말 한마디로 모든 고통을 견뎠습니다. 비록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지만, 항파두리에 새겨진 저희의 발자취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희생과 용기의 상징으로 남을 것입니다.
⚬진행자: 와우, 저에게 직접 이야기해 주시는군요. 불꽃님, 짧은 생의 마지막을 고려 삼별초 용사들과 함께 제주 항파두리 토성에서 몽골군에 맞섰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433년 전 그 처절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하시니, 그때의 각오가 어떠했는지 듣고 싶어요.
⚬불꽃마: 몽골군은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거의 정복한 압도적인 적이었습니다. 고려 조정이 강화도에서 버티다 결국 항복하고, 저희 삼별초만이 남하하여 진도, 그리고 이 탐라(제주) 항파두리까지 내려와 마지막 항전을 결의했을 때, 저희 조랑말들도 그 비장함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김통정 장군님을 비롯한 용사들의 눈빛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결연함이 보였습니다. 저희는 그들의 발이 되어, 그들의 심장이 되어, 마지막까지 함께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진행자: 특히 ‘말꼬리에 빗자루를 매달고 달리며 연막전술을 펼쳤다’는 대목이 역사 설명문에 기록되어 있다니 정말 인상 깊습니다. 그때의 경험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어떤 마음으로 달리셨나요?
⚬불꽃마: (목소리가 잠시 잠기며, 그날을 떠올리듯) 외성은 15리(약 6km)에 달했고, 그 위엔 나무를 태운 재가 뿌려져 있었습니다. 적이 나타나자 병사들은 제 꼬리에 빗자루를 매달았습니다. 명령이 떨어지자, 저는 죽을힘을 다해 내달렸죠. 제 발굽이 땅을 박차고, 꼬리에 달린 빗자루가 재를 흩뿌리자, 정말 거짓말처럼 새까만 연기가 하늘로 치솟아 올랐습니다. 그 연기는 적의 시야를 완전히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알았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전술이 아니라는 것을요. 자신의 안전조차 담보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 병사들과 저를 포함한 조랑말들은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고 있었습니다. 온몸에 재를 뒤집어쓰고 뜨거운 연기 속을 달리는 고통보다,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과 용사들이 전하는 무언의 결의가 훨씬 더 컸습니다. 제 달리기가 적의 발목을 잠시라도 잡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뿐이었죠. 그것은 곧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숭고한 정신 그 자체였습니다.
⚬진행자: 몽골군의 막강한 힘에 맞서 싸우다 항파두리성이 함락되던 순간은 어떠했습니까? 그 처절했던 마지막 장면을 듣고 싶습니다.
⚬불꽃마: 저희는 혈전을 벌이며 끝까지 저항했고, 잠시나마 기세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몽 연합군 1만 2천여 명의 총공격 앞에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수많은 화살과 조총, 그리고 끝없이 밀려오는 적들의 모습은 절망적이었습니다. 성벽은 무너져 내리고, 용사들은 하나둘 쓰러져 갔습니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병사를 등에 태우고 달렸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곳에서 모든 것이 끝나고 말았죠. 삼별초 군사들은 모두 순의했고, 저를 비롯한 많은 동료 말들 역시 그곳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날의 함락은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고려의 자주정신이 꺾이는 슬픈 순간이었습니다.
⚬진행자: 훗날 탐라에 몽골군 군마 목장이 생기고 고려 국왕들이 몽골 황제의 사위가 된 것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불꽃님의 심정이 어떠셨을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불꽃마: (한숨을 쉬며) 저희가 목숨 바쳐 지키려 했던 땅에 몽골군의 군마 목장이 들어서고, 저희 동족들이 그들의 군마가 되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통함을 느꼈습니다. 고려 국왕들이 몽골 황제의 사위가 되고, 충렬왕, 충선왕처럼 ‘충성’을 표하는 칭호를 아무 줏대 없이 사용했다는 이야기는 더욱 저희를 슬프게 했습니다. 우리가 목숨을 바쳐 지킨 것이 결국 이런 결말이었다니….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비록 결과는 비참했지만, 삼별초와 우리 조랑말들이 끝까지 보여준 위국헌신(爲國獻身) 정신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임을요.
⚬진행자: 지금 이 순간, 돌이켜보면 어떤 마음이 드나요? 400여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기억들만큼은 여전히 생생할 것 같습니다.
⚬불꽃마: 지금도 저는 자랑스럽습니다. 비록 몸은 작고 걸음은 느렸을지라도, 저는 분명 국가를 지키는 존재였고, 제게 주어진 몫을 다했습니다. 병사들과 함께 울고, 웃고, 달리던 그날들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저처럼 이름 없이 희생한 수많은 말들이 있었다는 것을, 부디 잊지 말고 기억해 주세요.
⚬진행자: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불꽃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저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요.
⚬불꽃마: 전쟁은 참혹한 비극이지만, 그 속에서도 누군가는 끝까지 싸우며 귀한 무언가를 지켜냅니다. 그것이 사람이든, 저 같은 말이든 말이죠. 지금 여러분이 이 땅에서 자유롭게 숨 쉬고 있다는 것, 그 평화는 저희들의 먼지 같은 희생 위에 비로소 세워졌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3)-2. 생각하기
❶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
이름 없는 조랑말 ‘불꽃’은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당신의 삶도 그러해야 한다. 자리가 크든 작든, 그것이 당신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태도다. 모든 경주에서 이기지 못해도, 모든 과업을 완벽히 해내지 못해도 괜찮다. 진정한 성취는 맡은 몫을 자신의 자리에서 끝까지 다한 삶에서 비롯된다. 그렇게 살아갈 때, 당신의 내면에도 강한 집념의 불꽃이 활활 타올라 삶을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❷ 삶의 의미를 성찰하고 흔적을 남겨라.
오래 사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 삶은 공허하다. ‘불꽃’은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맡은 자리에서 헌신하며, 세대를 넘어 기억될 역사의 흔적을 남겼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어떤 흔적을 남길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만약 당신의 삶이 누군가에게 길잡이가 되고 위로가 된다면, 당신의 육신은 사라져도 그 영향력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 지금 당신의 삶은 단순히 시간을 견디는 생존인가, 아니면 의미를 창조하는 실존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오늘의 행동으로 증명하라.
✍ 사유의 여백: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적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