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신춘문예 유감

by 김일석

2026년 신춘문예 유감




알을 깨는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새로 집필 『삶은 알』이란 글에서 다룬 생각들을 아이들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을까? 그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용기였다. 그렇게 나는 2026년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나는 4번 계란입니다」라는 작품을 응모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었다.


12월 중순까지 아무 연락이 없었다. 예상대로 탈락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삶은 알』 집필에 파묻혀 문을 펼칠 겨를도 없이 연말과 연초를 보냈다. 그러다 새해가 일주일쯤 지난 어느 아침, 밀린 신문 더미 속에서 우연히 신춘문예 당선작 별지를 발견했다.


동화 부문 당선자는 2005년생, 문예창작과 재학 중인 대학생이었다. 나와 나이 차이가 얼마인가 하는 생각이 퍼뜩 스쳤지만, 곧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어떤가. 여전히 도전하고 있다는 것,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신문 한 귀퉁이에 실린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내가 응모한 작품에 대한 심사평이었기 때문이다.



“당선작을 가리기 위해 최종적으로 논의 대상이 된 작품은 다음 세 편이다. '나는 4번 계란입니다'는 동물권, 기후 위기, 과도한 산업화의 문제로 확장될 수 있는 이야기를 흔치 않은 소재로 형상화했다. 리드미컬하고 정확한 문장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작가의 문제의식이 이야기의 옷을 입고 정리, 설명된 것 같았다.” -조선일보, 2026년 1월 1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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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응모작이 최종 심사 대상 세 편 가운데 하나로 올랐다. 자랑스러웠다. 문학 수업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내가 여기까지 왔다.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심사평 속 “정리, 설명된 것 같았다”는 한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아마도 그 한 줄이 당락을 갈랐을 것이다. 그 문장은 문학의 본질을 조용히 일깨워주었다. 문학은 옳은 생각을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이야기가 스스로 숨 쉬게 만드는 일이다. 생각이 아무리 정확해도, 이야기 속에서 살아 움직이지 못하면 그것은 여전히 관념에 머문다.


돌이켜보면, 이것이야말로 『삶은 알』이 내게 준 가장 정직한 메시지였다. 삶은 알이다. 이미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지금도 익어가는 과정이다. 병아리는 반드시 스스로의 힘으로 껍질을 깨야 한다. 누군가가 대신 깨준 알에서는 생명이 태어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잘 정리된 생각도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 깨어나지 않으면 알 속에 갇힌 관념일 뿐이다. 내 글은 아직 안전한 껍질 속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다시 쓰려한다. 내년에 재도전할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아직 내 글이 다 깨어나지 않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은퇴 후 빠지기 쉬운 지적 게으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유도 있다. 2026년 신춘문예에서는 떨어졌지만,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까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이 마음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당신도 어쩌면 지금 어떤 알을 품고 있을지 모른다. 시작했다가 멈춘 일,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험, 아직 꺼내지 못한 꿈. 누구에게나 그런 알이 하나쯤은 있다. 나 역시 그랬다.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내 글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패는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다음 '부화'를 위한 준비였다. 그러니 당신의 알도 아직 죽지 않았다. 깨지지 않았다고 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다. 안에서 여전히 무언가가 자라고 있다면, 그것은 살아 있는 알이다.


알은 늘 다음을 품고 있다. 깨지는 순간만이 아니라, 깨질 준비를 하는 시간까지가 알의 생명이다. 나의 글도, 그리고 당신이 꿈꾸는 그 도전도 지금 이 순간 조용히 익어가고 있다. 언젠가 우리는 각자의 껍질을 깨고 나올 것이다. 그때까지,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알은 서두르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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