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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Jan 21. 2021

너밖에 모르는 바보, 감정

아들러의 감정수 업

이 글은 영화[인사이드 아웃]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라일리. 해맑은 나의 아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정을 느낀다. 사실 감정이 없는 인간은 살아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노래나 시, 텔레비전 드라마, 연극, 영화와 문화 등에서 즐겨 묘사되듯, 감정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다. 감정은 삶에 풍부한 의미를 주는 동시에 고통과 갈등을 가져오기도 한다. 감정에는 삶의 쓴맛과 단맛이 모두 담겨 있다. 감정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기쁨이나 슬픔이 없는 삶은 지루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바로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감정에는 감탄이나 고마움 같은 긍정적인 것도 있고, 불안이나 공포 같은 부정적인 것도 있다. 그중 가벼운 좌절감이나 스트레스, 불안은 인간 행동의 동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강렬하고 깊은 감정, 특히 불쾌한 감정은 자아를 파괴할 수도 있다. 극단적인 분노와 슬픔, 지나친 불안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삶의 목적을 이루는 데 방해가 된다. -21p

그림출처

라일리.

말만 들어도 우리의 마음을 뛰게 하는 아이.

라일리는 그때의 사춘기가 언제 있었냐는 듯 참으로 멋진 아이가 되었습니다. 남이 보기엔 이젠 다 큰 성인인 쉰이 되어도 우리에겐 열다섯 소녀처럼 보이겠지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의 라일리가 커 오는 과정을 마음 졸이며 봐 왔기에 더더욱 그런 감정이 드는 것이겠죠?


하지만 애석하게도 라일리에겐 그때만큼 풍부하게 감정을 처리해야 할 일들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매일매일이 똑같은 일상이고, 새로운 것을 접하기보다는 늘 같은 것을 보며, 이제 라일리는 슬슬 일상을 지겨워하는 것 같거든요. 꿈을 꾸는 횟수도 줄었습니다. 늘 생기 있던 표정도. 이제는 무표정에 가까울 때가 많아졌어요. 그런 라일리를 볼 때마다 우리는 아. 라일리가 정말로 어른이 되어버렸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때 일어났던 그 소동이 우리에겐 더욱더 소중합니다. 그 이야기만 나오면 저희 모두 지지 않을 것처럼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우리에게 일어났던 이야기를 재구성하기 바쁘거든요. 자신들의 무용담을 한껏 부풀려 자랑하는 것이. 이젠 저희에겐 낙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라일리에겐 더 이상 삶이 그때처럼 변화무쌍하지 않게 되어버렸다는 뜻이겠지요.


이 작은 아이가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요. 

그림출처

보통 사람에 비해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린 시절에 좋아하는 장난감을 갖기 위해 화내고 고집을 부렸을 것이다. 그는 부모로부터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그 방법을 선택했고 그것이 쌓여서 그의 생활양식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화를 잘 내는 그의 성격은 부모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것이다.-39p

아마도 마음속에서 "이런 감정이 올라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어떤 믿음과 관점을 가지고 있기에 이 상황에서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기에 그랬을 것입니다. 어떤 감정이든 수용할 줄 아는 자세가 있어야 새로운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40p

오늘도 그런 날입니다. 라일리는 힘없이 서류 가방을 내던지고는 조용히 샤워를 하러 들어갑니다. 이런 날엔 저녁도 먹지 않고 보통 바로 잠들어 버립니다. 그럴 때면 우리는 더욱 말이 없어지죠. 라일리의 머릿속이 온통 검게 물들어 버리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라일리는 마치 죽은 듯이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아마도 잠들기 전엔 소리 죽여 울었는지도 모르죠. 천천히 숨소리가 고르게 바뀌었습니다. 처리해야 할 기억이나 감정들도 그렇게 많이 있지 않네요. 여느 때와 같이. 우리는 할 일이 없어 불이 꺼져버린 라일리의 마음 한가운데 다 모입니다. 약간은 풀이 죽은 채로요.


가만히 라일리의 사춘기를 돌이켜봅니다. 

라일리는 갑자기 바뀌어 버린 집안 환경에서 시작되어 자신에게 물밀듯 밀려오는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닌 것만 생각해 봐도 알 수가 있죠. 아마 혼란스러웠을 겁니다. 생애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들이었을 테니까요. (게다가 브로콜리 피자만 있는 피자집이라뇨.)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을 거예요. 그 어떤 사람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겠죠. 여느 또래들이 그러듯이요. 아마 세상엔 자기 혼자 남아있는 것만 같은 감정이었을 겁니다. 믿었던 부모님도, 친구들도. 하나둘씩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 같은 감정을 느꼈을 테니까요. 그러니 저렇게 착한 저 아이가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르는 사람이 득실득실한 버스를 탄 것이겠지요. 라일리는 그때 얼마나 낯설고. 외로웠을까요.  


그림출처

감정의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으며 본인의 능동적인 변화 없이는 아무도 그 사람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66p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화를 내는 순간에도 왜 화를 내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일이 잘못되어 화라 나기 때문에 화를 낸다고 생각하거나, 상대방이 내가 화를 낼 만한 잘못을 했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85p

죄책감을 느낀 사람은 자기의 행동을 바꾸는 대신, 원치 않는 감정을 느끼고 괴로워할 뿐이다. 실제로 죄책감은 잘못된 행동과 습관을 바꾸지 않는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면죄부의 성격이 짙다-149p

사실 걱정도 됩니다.

이 아이가 그때 받은 상처 때문에. 혹시라도 자신의 과거가 지금의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우울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까 봐요. 후회하지 않을 사람은 없겠죠. 누구나 철없을 때 한 행동들 때문에 이불 킥을 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비난하지만 안아줬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죄책감은 생각보다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거든요. 단지 스스로를 괴롭히는 감옥에 제 발로 들어가는 정도가. 죄책감이 가진 임무의 전부입니다.


라일리가 현재의 사고방식에 묶여있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고. 다시 활기차고 씩씩한 라일리를 볼 수 있기를 우리는 바랍니다. 감정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라일리가 그런 감정들을 억지로 아니라고 말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기를 바랍니다. 그러고 보니 라일리는 또 한 번의 사춘기를 겪고 있네요. 단지 그때처럼 격정적이지만 않을 뿐. 라일리가 지금의 모습처럼 잘 자라 줬듯이. 또 한 번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기를. 이제 조금 있으면 일어날 라일리에게 진심을 담아 바랍니다. 오늘따라 곤히 자고 있는 라일리의 모습을 보니. 왜 더 마음이 아픈 것일까요.




자,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겠죠?


선택에는 나를 자유롭게 하는 힘이 있다. 당신이 감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25p

힘든 시기에도 감정은 자기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어두운 시기에도 감정을 선택하는 힘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정말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25p 똑같은 사건을 보고도 전혀 다른 감정을 느낀다면, 결국 관점이 감정을 결정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나의 감정은 나의 관점을 변화시킴으로써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29p감정은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반사적 심리 반응이라는 선입견은 감정을 반사적으로 분출하는 오래된 습관에서 나온 것일 뿐이다. -32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게 바로 인생이다"-토마스 라 맨스 190

우리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요.

일어난 라일리의 표정이 어쩐지 밝아 보입니다. 자신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자신 뿐이란 것을 알아준 것만 같아요. 여느 때와 같은 아침일 뿐인데 라일리의 모습이 어제 아침과는 사뭇 달라 보입니다. 그저 숙면의 효과가 아니기를 바랍니다.


그래요. 라일리는 이제 다시 웃으며 살기로. 스스로의 행복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은 것 같아요. 모든 감정들은 외부 사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부나, 환경을 탓해야 할 것이 아니라 결국 자신의 관점을 바꾸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입니다.


우리의 라일리가 다시 한번 짧지만 위대했던 방황을 끝내고 더 크고 단단한 아이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웃는 모습을 보니 다시 우리가 바빠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우리도 기뻐지네요. 앞으로 라일리의 일상이 건강한 감정들로 계속 채워질 수 있기를. 그래서 우리가 이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크고 작은 위기가 올 때마다 이 아이를 지켜줄 수 있기를. 오늘도 간절히 바라면서. 정말 오랜만에 보는 라일리의 미소를 한 번 더 바라봅니다.


[참고 자료]

1. 책 [아들러의 감정 수업]

2. 영화 [인사이드 아웃]

[이 글의 TMI]


1. 원래 엮으려던 영화가 있었는데 너무 아까워서 이 영화로 대체. 이번에는 모험을 좀 덜 하기로 했다.

2. 사실 책이 너무 쉽고 포인트가 단순 명확해 어떤 영화를 갖다 놔도 너무 명랑한 분위기가 날 것 같았다.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거 명랑 핫도그 월드로 가자 싶어 그냥 디즈니로 감.

3. 무인도에 떨어졌을 때 백사장에 미키 마우스를 그리면 디즈니에서 잡으러 온다 그랬다. 그 정도로 저작권에 민감하다고. 이 글은 상업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습니다. 살려주세요.

4. 요새 글 쓸 때 자꾸 당이 떨어진다.(대충 또 떡국 먹었다는 말)

5. 쉰(Fifty)이 되어도 열다섯(Fifteen) 어쩌고는 에어포스 원에서 따온 말임. 영어 발음을 이용한 말장난.

6. 주말엔 영화 세 편의 리뷰를 써야 한다. 떡 쟁여놔야지.(끊으라고)



#아들러의감정수업 #인사이드아웃 #크로스오버 #직장인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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