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안 되는 글쓰기. 이게 뭐라고

그래도 놓치지 않을거에요.

by Munalogi
3주. 멘탈 바사삭 되기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성격이 도 아니면 모 인 사람은 무엇을 해도 매우 힘들고 피곤한 삶을 살아갑니다.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일이 정상적인, 혹은 원하는 궤도에 올라갈 때까지 정말 미친 듯이 시간과 노력과 정성을 들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팔자 자기가 꼬기로 유명한 제가 지난 3주간 완벽하게 올인을 했던 것은 바로 블로그였죠.


시야를 가려놓은 경주마 마냥. 퇴근 후 잠들기 전까지 남는 시간을 모두 블로그에 글 쓰는데 할애를 했습니다. (참고 1) 늘 바스러지는 저의 작고 소중한 멘탈을 부여잡고 스스로 정한 마감 시간을 지키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죠. 이미 제 입에서 생명을 잃은 뒤라 조금씩 이질적인 냄새를 풍기기 시작하는 딸기 시체의 들큼한 냄새가 코끝에 실려오기 시작하면.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약속은 약속이니까라며 그 약속을 한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는 나날들이었죠.



머릿속의 80% 이상이 효율성으로 가득 찬 저 같은 사람이라면 글쓰기라는 것이 더더욱 매력적인 취미는 아니죠.


4~5천 자 정도 되는 글 하나를 쓰는데 드는 시간 비용을 계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초고를 쓰는 데만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이 걸립니다.

퇴고를 하면서 쓰다가 엎기를 꽤 여러 번 하기 때문에 거기에도 최소 30 분 이상이 걸리죠.

가끔 원하는 퀄리티가 나오지 않거나 연결 고리가 생각나지 않으면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서 바보처럼 한 줄도 쓰지 못하고 가만히 있을 때도 많았습니다. 거기다 영화와 책을 엮어서 글을 써야 하는 날이면 그날은 딸기 두 팩 정도는 가뿐하게 박살 나고 음악 볼륨은 점점 더 높아지게 되죠. 그런데도 돈은 단 한 푼도 되지 않으니. 이보다 비효율적인 취미가 어디 있을까요.


시간만 뺏어가면 다행이겠지만 저의 작고 소중한 멘탈을 가장 효과적으로 박살 내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글쓰기를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저의 치부를 드러내는데 적극 활용하기도 했죠. 어쩌다 이렇게 비효율성을 가진 것에 대한 매력을 지니게 되었는지. 저는 가만히 3주간의 기록을 되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시작은 달콤하게 평범하게 뽕부터 시작
떡상은 가끔 지쳐있는 저에게 큰 힘을 주기도 합니다. 네이버 다음 다 감사합니다. 주식 안 팔게요 영원히.



저는 연구원입니다.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어야 하고 그 아웃풋이 저의 가설과 맞아떨어지지 않았을 때는 그에 대한 가설을 다시 세워 결과를 확인하는 작업을 계속해야 합니다.


즉 이런 비효율적인 작업을 계속하게 하는 기폭제나 흥미, 혹은 노력을 반영하는 증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죠. 그리고 감사하게도 그런 선물은 제게 가끔 찾아와 주었습니다. 브런치에도, 블로그에도. 그리고 다음 메인까지도요.


덕분에 이 간사하고 단순한 동물은 글쓰기를 계속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어째 보면 가장 큰 장벽이 생각보다 쉽게 풀려, 저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가설과 결과를 연결하는 재미에 푹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을 둘러보는 여유와 곱씹어 보는 즐거움



본업 다이어리가 아닙니다. Co founder 들과 함께 해야 할 일과 제 아이디어를 적은 다이어리입니다.


다음 컨텐츠 베타 테스트


두 번째로는 이 비효율적인 작업을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바꾸어야 했습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당시 가장 큰 장벽이었던 글감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 보기로 마음먹었죠.


저는 글감, 혹은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바쁜 길을 재촉하며 가고 있을 때. 반드시 잡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그리고 메모에 미친 저는 second diary를 기꺼이 제 머릿속의 기분 좋은 침입자들에게 낭비하기로 마음먹었죠.


가끔 다이어리가 손에 없을 땐 핸드폰에 녹음을 해놓기도 합니다.(참고 2) 기억이 사라질 때마다 너무 급해서 사투리를 연발해가며 녹음할 때도 있죠. 확실하게 글 쓰는데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은 물론. 맞아.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지?라는 되새김도 가능했습니다. 가끔 너무 급했던지 절대 알아볼 수 없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점점 제 다이어리 안의 글감들이 뛰어노는 것을 느끼고 싶어 괜스레 열어보는 행동도 할 때가 있죠. (대충 일하기 싫다는 말.)


다이어리를 펼쳤을 때 만날 수 있는 저의 하루의 냄새와 색깔들은 생각보다 제게 다채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저는 어느새 그것들 사이로 들어가 마치 제3자가 된 것처럼 저의 하루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느낀 감정들을 글에 녹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하루에 일어나는 일들이, 그저 스쳐 지나가기 쉬웠던 것들이. 눈에 담기기 시작했습니다. 눈에 담기기 시작하자 머릿속에서도 뛰어놀기 시작했고. 저는 그 뛰어다니는 바쁜 토끼들을 다시 다이어리에 적어내려갔죠. 일상이 조금씩 관찰로 인해 풍요로워지는 것을 경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도움 주기. 그리고 도움받기
둘이 갔으니 메뉴 두개 시키고 나중에 추가로 하나 더. 국룰임

만약 이것이 끝이었다면. 저는 계속 글쓰기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이면 그렇듯이. 흥미가 떨어지면 취미도, 친구도 뒤편으로 밀려나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신변잡기 같기만 한 글쓰기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면.

저는 멈추지 않아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친구와 시작한 편지 주고받기는. 제게 참 많은 것을 바꿔주었습니다.

처음엔 내가 도움을 좀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알량한 생각으로 시작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도움을 받는 쪽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누군가에게 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마냥 힘들던 제게. 먼저 다가와 자신을 드러내 준 그 친구에게서 전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놀랍게도 용기가 되어 저 역시 블로그에 자신을 드러내는 글을 쓰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처음엔 부끄럽고 낯설었지만 한 번 쓰기 시작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누구나 숨기고 감추고 싶은 순간이 있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극복은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그 친구와의 편지, 혹은 안부 묻기는 이제 제겐 꽤 중요한 이벤트가 된 기분입니다. 제가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 제가 도움을 받기 위해서 말이죠.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그림출처:네이버 블로그/한 번 보면 다른 그림으로 transition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다른 면을 보는 맛도 있는거죠.


아직도 글쓰기는 제게 비효율적입니다. 시간적으로 나. 금전적으로나. 그냥 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이 비효율적인 취미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 수치화 할 수 없는 데이터 이거나.

그래프상으로는 그릴 수 없는 오류들에 조금 더 관심이 갔다고나 할까요.


다른사람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혹은 무시당하는. 제가 미처 손잡아 주지 못했던 것들을 돌아보는 작업이 생각보다 제게 많은 것을 심어준 모양입니다. 늘 다이어리를 체크하며 그들이 잘 살아숨쉬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이젠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 되었거든요.


돈도 안 되는거 그거 뭐라고. 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가끔은 돈으로 줄 수 없는 기쁨을 만끽하는 법도 배워볼만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글쓰기.이제 제게는 효율적이지 않지만 계량할 수 없는 기쁨을 주는 취미가 되었습니다.



[참고 1]

저는 하루에 8시간을 자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생활 패턴이 매우 규칙인, 환골탈태의 아이콘이죠. 일이 많아 제대로 쉴 시간이 없을 때도 있기 때문에 수면 시간만큼은 반드시 지킵니다. 그리고 저는 알람이 없이도 일어나는 사람입니다. 엄마가 처음엔 이렇게 변한 저를 보고 내 딸 데리고 오라고 했지만 엄마 그 앤 죽었어.


[참고 2]

친구들에게 녹음 파일을 보내주고 어떠냐 라고 물어봤더니 이사람 누구야 라고 물어봤음. 나야 이 shake it들아.



[이 글의 TMI]

1. 1일 1포스팅 끝나면 마음 편하게 쓸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적잖게 당황했다. 오히려 부담이 되어서 공차 한 잔 드링킹하고 나서야 겨우 시작할 수 있었다. (대충 핑계 대고 공차 먹었단 말)

2. 고향 가는 티켓 끊어놨는데 엄마가 5인 이상이니 오지 말랬음. 엄마 그 5인에서 하나는 개잖아.라고 말했지만 됐고 그냥 오지 말라고 하심. 우리 집 개가 저 대신 전 뒤집는 개인기 배운 듯.

3. 굴하지 않고 내려가겠다고 했지만 돈 봉투만 보내도 5인 이상 되니까 오지 말라고 함. 나는 돈 봉투보다 못한 듯.

4. 실험에 Healthy control(건강한 사람 표본) 필요해서 피 뽑았는데 심하게 멍들었음. 내가 왼팔에 혈관 안 나온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그렇게 자신 있다더니 자신 있게 내 왼팔을 조져놓으심

5. 왼손잡이임.




<이미 과거의 나는 사고를 쳤고 미래의 나는 그것을 수습해야 하지. 돌아오는 Golden week Schedu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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