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클럽하우스 입성기

FEAT.Golden week가 끝난 후 털린 멘탈을 부여잡는 에디터.

by Munalogi
%ED%81%B4%EB%9F%BD%ED%95%98%EC%9A%B0%EC%8A%A41.PNG?type=w773 고장 안 났어!! 고장 안 났다고!!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을 보니 제 어린 시절 같아요.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물건을 사고 사용 설명서를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 방구석 여포인 저는 당연히 후자에 속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건이 부서질 때까지 만져보고 나서야 아 이게 전원 버튼이 아니네.라는 걸 알게 될 때가 많죠.


요새 핫하다는 클럽 하우스도 그런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초대가 있어야 되는 줄도 모르고 핫하다길래 앱을 다운로드하고 가입을 했는데 자꾸 기다라리고 하더군요.


보통 사람 같았으면 이상함을 감지하고 검색을 해보거나 했을 텐데 저는 그렇지 않았죠. 당당하게 "앱이 고장 났다."라는 인지적 오류를 심하게 일으킨 다음에 가입을 연달아 했습니다.다섯번이나요. 클럽하우스 관계자들이 제 아이디를 보고 얘는 대체 얼마나 심각하게 이상한 애일까.라며 고개를 갸우뚱하셨을 것만 같아요. 정말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이미 시작부터 잘못된 저희 둘의 만남이었지만. 이런 방구석 여포에게도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 클럽 하우스는 대체 어떤 것인지. 써 보니 어떤 장단점들이 있는지에 대해 오늘 간단히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써보니까 어때??;일단 쓸 시간이 있냐고 물어보는 게 먼저 아닙니까
%ED%81%B4%EB%9F%BD%ED%95%98%EC%9A%B0%EC%8A%A42.PNG?type=w773 나도 이렇게 쓸 수 있을 줄 알았지.

클럽 하우스가 핫해진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크게 작용한 두 가지 요소는 아마도 폐쇄성과 희소성일 것입니다.


제가 글을 쓰고 있는 2021년 2월 22일 현재, 클럽 하우스는 아이폰에서만 구동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미 앱을 쓰고 있는 사람의 초대장이 있어야만 앱을 쓸 수 있죠.


"아무나 쓸 수 없다"라는 말만큼 자존심 상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말이 어디에 있을까요. 마치 펜스 하나만 넘으면 태양왕 루이 14세가 달걀을 먹고 있는 식탁에서 겸상할 수 있는데. 일반 시민들은 그 얇디얇은 줄 하나를 절대 넘어갈 수 없는 것과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참고 1)


image.png?type=w773 유튜브의 구독처럼 follow 해 놓으면 이렇게 스케줄이 뜹니다.


이렇게 클럽 하우스에 입성을 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절대 만날 수 없었던 외국계 인사는 물론(일론 머스크.. 쿨럭)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사람들과의 대화가 가능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관심이 가는 방에 입장해서 손만 들면 됩니다. 얼굴 공개의 부담도 없으니 더더욱 편하고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좋습니다. 이미 제 지인분들은 여기 푹 빠져서 거의 매일 살다시피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러나 써 보았을 때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은 이걸 제가 제대로 쓰거나 즐기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저는 주로 잠들지 못하는 밤이나, 무드 등을 켜놓고 책을 읽는 늦은 밤에 가만가만히 남들의 대화를 엿듣는 심정으로 클럽 하우스를 켜놓곤 합니다. 그리고 그 외엔 절대 들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물리적으로 남는 시간이 별로 없는 삶을 살다 보니 그럴 수도 있지만. 클럽 하우스의 묘미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듣는 데서 끝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데 있습니다. 들을 수는 있지만 참여할 수 없다면.(참고 2) 랍스터 뷔페에 가서 잡채로 배불리고 나오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엄마에게 등짝이 랍스터 껍질 마냥 갈라질 때까지 맞거나 삶은 랍스터처럼 등이 굽을 때까지 맞거나 둘 중 하나인 상태로 나오겠죠.


만약 저처럼 이런 제약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아마 클럽 하우스는 재미있는 대화의 창구가 될 것임은 확실합니다.



벌써부터 문제점이 생긴다;일단 아싸인 내가 여기 입성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photo-1597158284043-4ff77b3870e3.jpg?type=w773 완벽한 것은 없죠. 생각해 볼 문제들만이 남을 뿐.

사실 클럽 하우스의 문제점은 꼬투리 잡자면 꽤 많습니다.


권력화라고 부르는 입성 방법부터가 그렇습니다. 아이폰과 초대장이 없다면 참석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죠. 그리고 오디오 베이스의 앱이기 때문에 청각 장애인은 완벽하게 배제된다는 점 또한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녹취가 되지 않고 방이 끝나면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여러 형태의 범죄에 쓰이게 될 가능성마저도 있습니다.


모든 상황이 다 라이브로 진행되다 보니, 정교하게 짜인 대본이 있는 라디오와는 다르게 큰 사고가 날 위험성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라디오에서는 3초 이상 말이 없으면 방송 사고라고 하는데 제가 들어간 방에서는 그보다 더 길게 호흡이 끊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듣는 사람조차 조마조마하더군요. 최근에 저희 co founder들끼리도 클럽 하우스에서의 콘텐츠 계획을 했었지만 이 이유 때문에 당분간은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미 이름이 알려진 사람의 경우는 쉽게 방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모을 수 있겠지만. 이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나 뭔가 해보려는 단체들은 정말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부담도 가지고 있을 수 있죠. 말을 하는 것을 꺼려 하는 extremely shy 하신 분들의 경우에도 어쩌면 이런 앱 자체가 가지는 폐쇄적인 사교성에 조금은 발길을 주저하실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발제자의 음질이 고르지 않는 경우, 혹은 배경음이 너무 큰 경우는 듣는 것 자체가 고역인 경우가 많아서 그 점 또한 문제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체 어디 있냐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심한 상태일 때도 많아 겨우 시간을 내 듣다가도 방을 나가버리는 경우도 꽤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어보고 싶은 것은 참 많은데. 저는 들을 수가 없는 점이 참 아쉽긴 합니다.




클럽 하우스의 미래는?;일단 제 미래가 안 보이는데요.
photo-1585776245814-89b0b0d9e9bc.jpg?type=w773 보인다 보인다. 2040년의 클럽 하우스가 보인다 보인다. 아니 잠깐만 내가 그땐 몇 살이여.

사실 처음에 엘사의 방문을 점점 짜증 내며 두드리는 안나의 심정으로 다섯 번이나 연달아 클럽 하우스에 가입을 했을 때는. 이 앱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난 뒤엔 클럽 하우스에 모여 제가 리뷰한 영화나 책에 대한 수다 떠는 모임을 만들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참고 3) 그러면서 이웃님들과의 다른 형태로의 친밀도를 높이고 싶은 생각이 있었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많은 형태로의 제약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로는 조금 꺼려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 같이 즐거울 수는 없다고 해도 더 많은 사람이 즐거울 수는 없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우리는 대세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을 너무도 많이 봐 왔고, 그들의 숨기고 싶었을 초라한 뒷모습마저도 필요 이상으로 자세히 봐 왔습니다. 작게는 벌집 아이스크림이 그랬고, 크게는 라이코스 같은 기업들이 있었죠. 클럽 하우스가 지금은 대세인 것이 맞지만 먼 훗날에는 틀린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먼 훗날이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을 지도 모르죠.


그러나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제공하는 기능들을 건전하고 즐겁게 사용하다 불편한 점에 대한 목소리를 반드시 내 주는 것일 것입니다. 그래야 까다로운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또 다른 매체가 탄생할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있을 때. 한창 물이 오를 때. 많이 듣고 목소리를 내시는 소비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마침 그게 클럽 하우스의 모토이기도 하니까요. 제발 저 대신 많이 좀 들어주세요.




참고 1

우선 루이 14세의 일화가 맞는지 불분명하다.

예전에 한 국왕이 왕실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하며 궁궐을 오픈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 전하는 달걀도 우아하게 드시는구나.라는 말을 하는 시민들에게 실망시키기 싫어 달걀을 한 번에 엄청 먹었다는 일화가 있다. 그건 생각이 나는데 루이 14세인지 프랑스는 맞는 건지 헷갈림.


참고 2

현재 연구원+스타트업 co founder+초보 블로거+새내기 칼럼니스트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이제 나도 내 본업이 뭔지 모르겠다) 클럽 하우스 만을 위해 시간을 낼 수 없는 게 맞긴 함. 그러나 나는 일하면서 이어폰을 낄 수 있는 직종에 있고, 실험할 때는 서로 건드리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기 때문에 들어도 별 상관도 없고 나쁘게 보거나 하지는 않음. 대신 클럽 하우스에서 벌어지는 대화에 참여할 수 없고, 집중을 해서 들어야 하는 클럽 하우스의 특성상 실험하다가 실수할 뻔한 적도 많아서 아예 듣지 않음. 글 쓸 때도 집중이 잘 안되어서 음악을 거의 틀어놓지 않거나 클래식 정도 or 한 곡만 무한 반복으로 틀어 놓기 때문에 클럽 하우스의 장점을 전혀 이용할 수 없음.


참고 3

처음에 내가 클럽 하우스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목소리만으로 하는 줌 회의.


[이 글의 TMI]

1. 목요일엔 한국 소설,토요일엔 판의 미로 리뷰가 올라갈 예정.

2. 애플 외길 인생. 이 정도면 가로수길 애플 매장 간판 정도는 내가 바꿔줬다고 봐도 무방함.

3. 잠옷 산 것 상품 없어서 배송 늦어진다고 함. 그전까진 쓰레기봉투 안에 들어가서 자야 할 판.

4. 이사했더니 안경이 박살났다. 지가 이사했나. 내가 했지.

5. 도시락 쌌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놓고 옴. 왜 살지.

6. 옆집 강아지는 왜 니가 옆집에서 나오냐는 듯한 표정으로 날 쳐다봄.보기 싫으면 출가 하던가. 후비적.

7. 인덕션 싫음. 펄펄 끓이는 것을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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