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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Feb 19. 2021

이 드라마가 망했다고요?

넷플릭스 [종이의 집]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종이의 집]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 내용:인물(관계)도. 간략한 줄거리. 인물에 대한 분석 등



사진출처:네이버 블로그/ 설날 연휴를 바쳐 이 재밌는 드라마를 본  나 자신에게 치얼스

저는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끝나지 않은 결말과 내용이 계속 제 머리 안에서 맴맴 도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좋아하죠. 한 번에 결말까지 그 자리에서 볼 수 있고 혼자 곱씹을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성격이니 시즌제 드라마를 좋아할 리는 더더욱 없겠죠.


세상에 [절대 없다]라는 것은 절대 없다.라는 말처럼. 시즌제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저의 취향은 BBC 셜록 덕에 조금은 바뀌었습니다. 시즌 1의 마지막 장면을 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쥐어뜯다 5분쯤은 멍을 때리게 되죠. 그리고 그때부터 오매불망 셜록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입덕하기까지 셜록 정도가 아니면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저에겐 드라마. 그것도 시즌제 드라마는 여전히 매력 있는 주제가 아니었습니다.


골든 위크 때 겁도 없이 이 드라마를 고른 이유는 조만간 마지막 시즌이 시작한다길래.라는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시즌 4까지 있는지 알았다면 저는 절대 시작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왜냐하면 설날 연휴 내내 이 영화 때문에 컴퓨터와 아이패드를 끼고 살아야 했기 때문이죠. 나중에는 머리가 너무 아파 두통약을 먹어가며 봐야 할 정도였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 정도의 가치를 하는 드라마였다는 것입니다.


천재 교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성격 나쁜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은행털이 이야기를 정말 짜임새 있게 잘 다루었습니다. 스페인 드라마.라는 낯선 이미지가 주는 분위기 또한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두 갈래로 나뉘는 네 개의 시즌;그리고 더 잘게 쪼개지는 나의 멘탈


사진출처:조선일보

아직 나오지 않은 시즌 5를 제외하면. 네 개의 시즌은 크게 두 가지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즌 1과 2는 스페인 조폐국을.

시즌 3과 4는 스페인 국립 은행 지하의 금을 털기 위한 작전과 계획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은행을 턴다는 것은 같지만. 이 큰 두 시즌을 기점으로 해서 이야기의 결도 조금은 달라집니다.


시즌 1과 2는 조금 더 야생적인 것에 가깝습니다. 인물들은 다듬어지지 않았고 어떤 이야기가 뒤에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도 없었습니다. 지금 여기서 모두 다 자폭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속에서도 교수가 짠 완벽한 계획이 눈앞에서 실현되는 것을 보며 눈이 황홀할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후 시즌(시즌 3,4)의 경우에는 이야기의 스케일이 조금 더 커집니다. 이야기는 야생성을 잃는 대신 정제되고 조금의 정치 성향까지 띠게 됩니다. 그리고 비로소 인물들의 심리와 생각이 우리의 눈에 읽히기 시작하죠. 시즌이 진행됨에 따라 우리의 관심사는 조금씩 훔치는 돈의 스케일보다는 그들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시즌 1,2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성격이라면 3,4는 지뢰밭에서 홀로 남아 내 발밑에 느껴지는 지뢰와의 싸움을 연상케 하죠. 알게 모르게 슬픔 한 겹이 이 시리즈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 드라마는 엄청난 속도와 흡입력으로 시청자를 극한까지 몰았다가 다시 풀기를 여러 번 합니다. 덕분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다음 화 버튼을 연타하는 것 밖에는 없었고 그런 초조함에서 오는 희열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드라마를 찢고 나오는 인물들:내 통장 잔고보다 걱정되는 주인공들의 성격


마치 제가 몸담고 있는 부업인 스타트업 회사에서나 볼 수 있는 상극들로 이뤄진 사람들인데. 은행을 털어 내더라고요.

[종이의 집]은 시즌제 드라마이며 교수를 중심으로 한 많은 공범들이 출연하는 드라마입니다. 이런 특성상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제각각 자신들의 인생 이야기를 가지고 있죠. 교수와 경찰 측에 속했던 사람들을 제외하면 모두 전과가 있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더욱 극적입니다.


그들의 살아온 거칠고 힘들었던 여정이 성격, 혹은 캐릭터 구축에 매우 큰 힘을 불어넣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덕분에 등장인물이 함께 모인 장면에서는 엄청난 시너지가 일어나죠. 모든 캐릭터들이 서로 자기가 잘났다며 자기주장을 열심히 펼쳐준 덕에. 지금 당장 찢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은 팀워크를 보여주는 장면들마다 마음을 졸이며 볼 수 있었습니다.


폭탄의 뇌관 같은 역할을 하는 주인공 [도쿄]야말로 이런 팀워크 박살의 1등 공신입니다.


거침없는 언행. 언행보다 더 빠른 행동. 다른 사람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태도 덕분에, 보는 내내 대체 쟤는 왜 저럴까.라는 말이 입에서 계속해서 튀어나왔습니다.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른다.라는 말이 그 어떤 역할보다도 잘 어울렸죠.


최근에 보았던 한국 영화 [콜]의 전종서 배우의 모습이 언뜻 스치는 것만 같았습니다. 정말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무모하고 앞뒤 없는 그런 역할 말입니다. 그런데 한국판 [종이의 집]의 도쿄 역할에 전종서 배우가 캐스팅되었다는 말을 듣고 정말 뛸 듯이 기뻤습니다. 임자 만났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전종서가 연기하는 도쿄는 콜에서의 모습과는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다를지 주목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 아슬아슬한 팀워크를 지배하는 것은 바로 완벽한 계획입니다. 돈을 위한. 그리고 탈출과 생존을 위한.


그것을 지휘하는 것은 또 다른 공범인 교수입니다. 날뛰기 바쁜 이런 멤버들을 전화 한 통 만으로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을 만큼 지배적인 역할을 합니다. 험한 말 한 번 하지 않지만. 교수라는 존재 자체만으로 그는 힘을 가집니다.


시즌 1,2에서의 교수는 정말 난공 불락의 사람이었습니다. 제갈량을 데려와도 이길 것만 같은 치밀함은 물론 라켈과의 심리전의 승기를 잡는 모습들을 보며 얼마나 이 강도행각을 벼르고 벼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랬던 교수는 시즌 3으로 가면서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바로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이자 모든 것인 부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교수는 계획의 완벽성에 의심을 품으며 흔들리고. 부인이 위험에 빠져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난생처음 겪었을 지도 모르는. 혹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로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을 그 슬픔을 겪으며 어쩌면 도쿄나 다른 인물들이 이리도 날뛰는 것을 이해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망했다고요?;망한 건 제 리뷰와 다이어트밖에 없습니다. 
사진 출처:티스토리/오래간만에 재밌었다. 두통약은 좀 먹었지만.

종이의 집은 스페인 드라마입니다. 방영 당시 초반의 높은 반응과는 다르게 갈수록 시청률이 떨어졌다고 하죠. 우리의 구세주 넷플릭스가 될성부른 나무라 생각해 이를 덥석 물었습니다. 어차피 망할 거 이렇게라도 해서 본전이나마 건져보자.라는 생각에 넷플릭스와 계약해 시즌제로 나눠 방송을 시작한 것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시즌 3을 찍을 때는 너무 많은 팬들이 모여 있어 주연 배우들이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고 하니. 그들이 겪었을 마음고생이 얼마나 크고 무거웠을지 알만 합니다. 사람 일 진짜 모르나 봅니다. 그러니 무슨 일이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겠죠. 그것이 영화이건, 제가 하는 작은 블로그이건 간에 말입니다.


물론 시즌 4의 개연성이나 시에라의 가학성이라고 할까.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조금 눈살을 찌푸리긴 했지만. 저는 아직도 시즌 1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처음으로 총격전이 일어났을 때의 그 카타르시스와 베를린이 도쿄를 묶어 조폐국 밖으로 내다 버렸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합니다.


오래간만에 시간을 빼앗겼지만 재미있는 드라마를 알게 되어 기쁩니다. Golden week 기획이 아니었다면 절대 안 보았을 것입니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재미있었던 경험이었고. 기꺼이 그에 시간을 쓴 제 결단도 칭찬하고 싶네요.


재밌었다. 시간 순삭이라 조금 아쉽긴 했지만. 너무 행복한 연휴였다.


여담이지만 이런 드라마를 알아봐 준 넷플릭스의 안목에 다시 한번 손뼉을 치고 싶습니다. 덕분에 에너지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 엔트로피를 잔뜩 높여 놓은 다음에 풀어내는 솜씨에 혀를 내두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무언가 좋아하는 것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었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손꼽아가며 마지막을 기다리는 드라마를 만나게 된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다가오는 작은 연휴(2/26~3/1)에는 시도해보시길 권유합니다.


[이 글의 TMI]

1. 진짜 도쿄 같은 스타일 발암발암 GAE발암. 뇌가 없나. 란 말만 한 백 번 한 듯.

2. 최애는 베를린과 교수. 차분한 도른자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

3.이사가 이렇게 힘든 것일 줄이야. 왜 침대 밑에서 안 구운 쥐포가 나오는 건지 알 수 없음.

4. 김밥 사 오는 길에 정말 대자로 넘어졌는데 옆집 강아지가 난 안중에도 없고 김밥 물고 도망감. 하...

5. 강아지 덕에 오늘도 한 끼도 못 먹음. 

6. 내일 여섯끼 먹을거다. 

7.컴퓨터 사망하신 듯. 회사에서 자료를 편집할 수 없어 PPT 자료들은 컴퓨터 고친 뒤에나 수정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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