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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Feb 21. 2021

Can you feel my heart beat?

넷플릭스 [하울의 움직이는 성]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하울의 움직이는 성], [테넷(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웃님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골든 위크가 내일이면 끝이네요. 새로운 세입자랑 날짜 조율을 하느라 예상보다 훨씬 빨라진 이사기간과 겹쳐 정말 반쯤 울면서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시원한 마음보다는 생각할 시간이 짧았던 바람에 작품들에 대한 제대로 된 관심을 할애하지 못 했던 것 같아 마음이 쓰립니다. 마치 짐이 점점 비워지니 쓸쓸함으로 가득차는,작았지만 이미 너무 정이 들어버린 제 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네요.


오늘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간판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대해 리뷰해볼까 합니다. 먼지 폴폴 나는 택배 박스들을 옆에 두고 라면 하나 대충 끓여 먹으면서 봐서 그런지 뭔가 더 쓸쓸하고 애틋한 애니였습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의 향연;불덩어리에 애정을 느낄 줄이야. 
사진출처:구글 키노라이즈/첫만남에 하늘을 날다니 부럽다 얘

지브리 스튜디오.

이 한마디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영상이 제 눈 앞에 두 시간 내내 펼쳐졌습니다.


모든 것이 아름답고, 눈부셨으며, 사랑스러웠죠. 하울과 함께 하늘을 나는 장면마다 저는 엄마미소가 얼굴 가득 지어졌습니다. 그런 공간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캐릭터들 이었기에 눈 앞의 역경들도 잘 헤쳐나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적재적소에 필요한 캐릭터들만 존재하는 것 역시 너무 좋았습니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의 정보를 머릿속에 쑤셔 넣느라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기에 조금 더 등장 인물들에게 애정을 쏟으며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ost의 제목의 의미 1_노래가 다 했다.


전주만 들어도 갑자기 모든 이야기가 생각나는 곡들이 있습니다.


한때 바이올린에 미쳐 있을 땐 친구들과 함께 이 곡을 악기별로 나눠서 연습을 하기도 했을 만큼 좋아했죠. 그땐 그저 이 노래 자체가 좋았던 것이었을테지만. 이젠 영화를 보고 나니 드디어 저 역시 노래를 듣자 마자 돌돌 말려있던 영화 한 편의 풍경들이 펼쳐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회전목마] 라는 제목도 참 영화에 걸맞게 잘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렵기로 소문났던 영화 [테넷] 역시 회문(Merry go round) 구조의 영화로 이루어져 있듯이, 이 영화 역시 돌고 도는 하울과 소피.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에 회전목마라는 컨셉보다 더 잘 맞는 것은 없겠죠.


음악을 자세히 잘 들어보면 정말 영화에 걸맞는 OST라는 것을 한번 더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처음 회전 목마가 천천히 속도를 올리며 출발하는 것 같은 부분 부터 시작해. 회전 목마 특유의 느릿느릿한 업다운을 표현하는 것 같은 반주가 특징이죠. 변주에 들어서면서 회전목마가 스피드의 정점에 달했을 때는. 빠르게 지나가는 배경들을 마치 미끄러지듯 연주하며 묘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 회전목마들이 저마다의 속도와 업다운으로 정신없이 뱅뱅 돌다가 다시 천천히 속도를 줄여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음악이죠. 그리고는 아쉬움만 남는 곡의 마무리까지.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음악이 나올 때 마다 이삿짐 저 쪽에 숨어있을 바이올린을 다시 꺼내 연주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게 한 훌륭한 OST였습니다.


ost의 제목의 의미 2_마음은 원래 무거운거야;동심을 깨워주지. 그래도 산타는 없는거야.
사진출처:구글 뉴스/꺼져가는 와중에도 너무 귀여워


사실 이 영화가 거의 끝나갈 때 까지는 모든 등장인물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소피의 경우를 예로 들겠습니다. 난생 처음, 그것도 방금 만난 하울과 함께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부분도 그랬고,자신이 노인이 된 것을 너무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부분도 그랬죠. 차라리 하울을 찾아가 방법이라도 물어라도 보던가 하지 않고 그저 청소부를 하고 있는 부분도 뭔가 납득이 쉽게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소피를 원래 있었던 사람처럼 생각하는 하울도 뭔가 이상하기만 했죠.그냥 이야기가 너무 물흐르듯이 흘러서 내가 대체 뭘 놓친거지.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서 모든것이 확실해졌습니다.


왜 인생의 회전목마 라는 곡이 OST인지 다시 한 번 알게 되는 부분이었죠. 이야기는 돌고 돌았던 겁니다. 과거로 돌아간 소피가 한 약속을 하울이 지키는 구조인 거죠. 마치 이터널 선샤인의 마지막을 보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1)


하울은 별똥별의 저주에 걸린 바람에 몸과 마음이 나뉘어져 있죠. 몸뚱아리는 전쟁 기계처럼 이용되지만. 마음만큼은 녹슬고 거미줄이 칠 때도 많아 소피가 청소를 해줘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진짜이자 동심은 한 줌의 작지만 활활 타오르는 불이 되어 늘 성 안에서 보호를 받고 있었죠.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노화가 조절 가능한 소피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소피 역시 하울을 만나 진심과 동심의 의미를 알고 결국 변화했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음은 원래 무거운거야. 라고 말하며 그 무거운 진심을 하울에게 선물하는 소피의 모습에서. 나는 과연 몇 살의 얼굴로 살고 있나. 를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참고 1


이터널 선샤인의 마지막 부분에 대한 제 생각은 이 글의 tmi6번만 읽으시면 됩니다. 블로그 키우겠다. 라는 생각 전에 쓴 글인데 지금보다 더 엉망이네요.

https://blog.naver.com/virgonmalta/222143125405 


[이 글의 TMI]

1. 마녀가 막판에 하울 심장 가지고 안 놔줄때 컴퓨터 던질뻔 함. 그 핑계로 새 컴터 살 수 있었는데 아깝다.ㅠ

2. 오늘 진짜 너무 바빴음. 한 끼 먹음.ㅠ내일 일곱끼 먹어야 되는데ㅠ

3. 이사 때문에 오늘은 짧게 가겠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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