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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Apr 02. 2021

그네처럼 왔다 갔다 하는 이 감정. 괜찮을까요?

FEAT.글쓰기 모임


누구나 흑역사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흑역사는 순간을 참지 못한 객기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죠.이불킥을 하는 수많은 밤을 보내면서 우리는 늘 다짐합니다. 두 번 다시는 감정을 드러내서 이렇게 봉변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이죠.


이렇게 우리는 감정에 대해 조금은 적대적인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늘 이성에 밀려 지저분하고 하등한 것으로 치부해버렸죠.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말에 묻어있는 느낌이 썩 긍정적인 것만은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감정은 과연 그렇게 나쁘고 미성숙하기만 한 것일까요?


다행히도 책 [감정의 발견]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해줍니다. 감정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감정이 결국 어떻게 우리를 치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해주는 책입니다. 어찌 보면 정말 다행이면서도 여태까지의 제 태도에 대한 답을 주는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이미 제게 안도의 한숨을 몰아쉴 수 있게 해주었어요.



숨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영화 이퀼리브리엄


사진 출처:다음 영화/역시 강아지는 옳습니다.

극적이긴 하지만. 영화 이퀼리브리엄 에서도 감정 유발자들을 처단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감정을 차단하는 약까지 먹으며 최고의 클레릭 자리에 오른 존 역시 처음엔 그 무미건조한 일상이 당연한 줄 알았죠. 하지만 우연과 필연이 겹쳐 약을 먹지 않게 되기 시작하면서. 존의 회백색 일상은 총천연색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감정에 대해 알게 된 존 역시 처음에는 매우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자신에겐 없다고 생각한 말할 수 없는 이 낯선 것들의 공격에 무차별적으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바다처럼 밀려온 그 무언가에 몸을 맡긴 순간부터. 존은 극강의 아름다움과 자신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난생처음으로 하게 됩니다.


결국 리브리아는 하찮은 것으로 생각했던. 이성으로 충분히 누를 수 있을 줄 알았던 감성의 반격으로 와르르 무너져내렸죠.


비록 영화이긴 하지만. 이 책의 내용과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은 있습니다.

감정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그저 감정에 대해 계속 부정하려고 했던 자신들 때문에 더욱 비참한 형태의 결말이 이뤄진 것이죠.


자신의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듯 생겨나는 감정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작지만 큰 시작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인정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 미성숙한 친구에게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오늘 기분 어떠세요?;괜찮아요 말고요. 
사진 출처:다음 영화/누군가의 감정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변화는 일어납니다.

이 책에서 말한 우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가 감정적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엉망진창 에피소드나 일상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감정에 대해 정확한 이름을 붙이지 못하고 우리의 감정을 알아채주지 못하는 데서 오는 괴리감에 있죠. 게다가 우리는 오랫동안 감정을 억누르는 바람에 우리의 기분이 대체 어떻게 바뀌는지도 알 수조차 없는 상태인 채로 그저 살고만 있죠.


우리의 뇌는 불확실한 것을 싫어합니다. 무엇이든 이름표를 붙이는 것을 좋아하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글로 적어내려가는 일기나 말로 내뱉는 상담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게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 뇌는 그것에 대한 문제 인지(인식)와 동시에 해결책을 찾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말할 줄 알아야 합니다.


김영하 작가님도 강의 때 자신의 학생들에게 말했다고 하죠.

앞으로 자신과의 수업 중에는 짜증 난다.라는 말은 금지라고. 짜증이라는 것은 매우 두루뭉술한 감정이고. 그 안에 숨은 진짜 감정을 찾아내고 써내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연습도 책에서는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바로 오늘 기분 어때요?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보고 그에 대해 정확하게 대답하는 것.입니다. 괜찮아요. 조금 피곤해요. 가 아닌 답을 스스로에게 하루에 한 번씩 얻어내는 연습부터 시작해보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감정을 느끼는 여러분이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그 어떤 것도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거예요.




내가 아예 헛다리 짚은 것은 아니구나;책으로 스포 당해버린 내 글쓰기 교실의 콘셉트. 그래도 하실래요?
그림 1/사진 출처: 팬톤 공식 홈페이지



그림 2/사진출처:Mood meter

이 책의 첫 페이지에는 기분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눠 그에 맞는 색과 감정을 표현해 놓은 Mood meter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림 2) 그것을 보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망했다.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게 바로 제가 생각했던 글쓰기 모임의 콘셉트였거든요.


예전에 잠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저는 아직까지 희미하게 공감각이 남아있는 사람입니다. 즉 어떤 것을 접할 때 색이나 질감. 혹은 냄새가 함께 이미지처럼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가끔 예민할 때는 그게 심해져서 괴로울 때도 있을 정도로요.


코끝과 머리끝에 스치는 그 색을 이어잡아 글쓰기로 옮기는 그 과정이 정말 괴롭긴 하지만. 그것을 끝냈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이 책을 보면서 제 아이디어가 아예 틀린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 한 달짜리 짧은 무료 글쓰기 모임을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글쓰기 모임의 이름은 Chromatography입니다. (참고 1)


어두운색을 띤 펜 안에 있는 여러 가지 색깔을 분리해 내는 간단한 실험의 이름을 따 왔습니다. 우리 안에 뭉쳐있는 그 어떤 감정을 하나하나 풀어나갔으면 하는 의미도 갖고 있고요.



1. 일주일에 한 가지 색깔을 정해 하나의 글을 쓸 것입니다.

2. 가명/필명을 쓸 것이고요. (익명성 보장)

3. 글을 쓴 다음 주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 온 후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같은 색깔의 스펙트럼 안에서 어떤 감정들을 느끼고 그에 대한 글을 썼는지에 대해 공유해보려고 해요.

4. 이야기를 나누는 플랫폼은 zoom과 클럽하우스 둘 중 생각 중에 있습니다.


얼굴 공개를 꺼리시는 분들도 있을 거 같아 클럽 하우스로 하고 싶은데. 제약이 좀 많죠?(참고 2)

Zoom으로 할 경우는 카메라를 모두 off 한 상태에서 할 수도 있을 거 같기도 하고요.


5. 공식적인 색깔의 정의는 팬톤에서 가져올 예정입니다.

6. 사실 논술이 아니라 첨삭이 큰 의미는 없지만. 기본적인 첨삭은 나갈 예정. (원할 경우)

7. 신청 링크는 여기에서!!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한 번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글로 써 내려가는 것이 힘드셨던 분들. 글 쓰는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티 안에 속하고 싶은 분들의 참여 바랍니다.


참고 1

처음에는 Prism이라고 지으려 했는데. 내가 데이터 분석하는 프로그램 이름이랑 똑같아서 몸서리치면서 바꿈. 


참고 2

아이폰만 가능. 아이패드는 가능하다고 들었음. 아. 초대장은 제가 많으니 걱정은 마세요. 


[이 글의 TMI]

1. 오늘 친구가 만우절이래서 놀라고. 2021년이야?라고 물어봐서 친구한테 얻어맞음. 

2. 굿윌 헌팅 대신 디태지먼트 쓰려다가 전자가 좀 더 유명해 예시로 채택.

3. 만우절 이벤트로 친구가 이 글의 TMI 넣지 말랬는데 그건 이벤트가 아니라 재앙이야. 

4. 머리가 아파 커피+약을 오후 2시에 먹었는데 그 뒤로 집중이 하나도 안 된 상태.

5. 어릴 땐 거짓말 외엔 생각 나는 게 없었던 날인데 이젠 장국영 밖에 생각이 안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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