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1그램]리뷰
이 글은 [영화 21그램]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황제나 왕자쯤 되었을 겁니다. 그분이 역대 과학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금붕어가 있는 어항을 가리키며 물었다고 하죠. 이 금붕어의 영혼이 몇 그램이나 나갈지 아는 사람이 있냐고 말입니다.
왕족의 앞이었기에, 과학자들은 앞다투어 살아있을 때와 죽었을 때의 무게 차이가 영혼의 무게라고 말했습니다. 꽤 적합한 대답이라 생각했을 테지만. 질문을 한 사람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습니다. 내 물음 자체에 의문을 가지지 않은 모두 다 실격이다.라고 말입니다. (참고 1)
실제로 과학계에서 의문 혹은 질문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가지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고. 또한 이 명제 자체에 궁금증을 느껴 실험을 한 과학자도 있습니다. 그때 했던 실험에서 삶과 죽음 사이의 무게 차이가 21그램이었다는 것에서 착안한 영화가 바로 이 영화 [21그램]입니다. (참고 2)
오랫동안 제 리스트에 있었는데 드디어 빠져나올 시간이 나서 비 오는 주말에 집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게 얼마 만에 집에서 쉬는 것인지ㅠ 흑.ㅠ
어지러운 전개 그것만으로도 긴장감은 커진다. ;사실 이야기 자체는 평이함.
영화의 구성이 조금 독특합니다.
저번에 리뷰했던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와 [메멘토]의 구성을 섞어놓았다고 생각하시면 가장 빠를 것 같아요. 세 가족의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 구분 없이 엉망으로 섞은 채로 두 시간 내내 저희에게 보여주는 구성입니다.
이런 영화는 두 가지의 단점을 미리 안고 시작합니다.
첫 번째는 내용이 너무 복잡해진다는 것.
두 번째는 내용이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 영화는 정말 적절하게 그 선을 지켜냅니다. 덕분에 헨젤과 그레텔이 그랬던 것처럼, 던져지는 빵조각만 따라가면 결론으로 쉽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미친듯한 긴장감을 선사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세 가족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들의 과거와 현재의 시점이 어떠했는지가 합쳐지는 순간 이야기가 증폭합니다. 그 점이 아니었다면 정말 평이하고 심심한 영화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반전(?)에 반전(?)에 반전;은근 비비 꼬아놓았네
앞서 말한 대로 평이한 이야기를 좀 더 돋보이기 위해서 영화가 나는 스크류바가 되겠다. 라고 다짐을 했지만. 그럼에도 이런 구성을 좋아하는 제게는 시작한 지 30분 만에 결말이 바로 머릿속에서 그려졌습니다.
그 지점에서 영화 자체가 주는 긴장감이 완벽히 없어집니다. 저도 그때 이 영화가 몇 분이나 남았는지 체크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영화는 여기서 저희를 쉽게 놓아주지 않습니다. 이 시간이 되면 저희가 조금씩 마음에 쌓아두기 시작했던 문제들에 대한 생각이 시작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영화는 변주를 시도합니다.
품은 생각들이 다 풀리기 전에 또 다른 생각거리들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아주 작은 트릭들로요.
덕분에 후반부로 갈수록 머리도 마음도 복잡해집니다. 이야기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인물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느라 말입니다. 생각할 것들이 너무도 많은 상태에서 영화가 끝나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에서 저는 쿠키영상이 있나를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것들이 이것 말고 또 있나?라는 생각까지 해야만 했습니다.
인간실격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소설 [인간 실격]의 첫 문장입니다.
이 영화를 보며 왜 이 문장이 제 머리를 가득 채웠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의 인생이. 영화에 담긴 그 순간의 인생이 너무도 입체적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숀 펜과 베니시오 델 토로를 보며 비교 아닌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폴(숀 펜)은 두 번의 인생을 살면서 그 어떤 인생도 뉘우치지 못했다고 느꼈지만. 잭(베니치오 델 토로)은 두 번이나 뉘우치는 인생을 살았는데도 한 번도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 어떤, 그 누구의 인생으로 살더라도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긴 했지만요.
21그램.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이 영혼의 무게라고 하는 그만큼의 무게를 다들 잃었다고 가정했을 때. 모두 같은 만큼을 잃어버린 것이 맞는지. 아니면 명제를 의심해야 하듯이 그들 중 영혼이라는 것이 있는 사람이 정말 있는지. 이미 21그램이 없어진 채 살아가는 사람은 없는지. 정말로 모두 21그램이라는 같은 무게를 잃어버리기는 했을지. 영화의 말미로 갈수록 물음은 자꾸 저를 흔들며 빨리 이 문제에 답을 내놓으라는 재촉을 하는 것 같은 영화였습니다.
참고 1
어디서 읽은 건 기억이 나는데 저게 영국이었는지 프랑스였는지도 가물가물하고. 수학자였는지 과학자였는지도 가물가물한데 콘셉트만 기억함. 애초에 죽은 물고기와 살아있는 물고기 사이에 질량 변화가 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은 것이 과학자로서의 실격이라는 식의 뉘앙스였음. 그러나 현실에선 물어보면 이것도 모르냐고 욕먹고 안 물어보면 왜 안 물어보냐고 욕먹고 아니 어쩌라고.
참고 2
그러나 이 실험은 매우 문제가 많은 실험이기도 했음.
[오늘의 TMI]
1. 이번 주 진짜 핵 바빴다. 정신 차리고 보니 토요일 아침이었음.
2.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3. 파인애플을 샀고, 이제 파인애플을 먹는데 입천장이 너무 까지는 중
4.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지.
5. 빨래 널기 전에 팡팡팡 털다가 빨래 날림.
#영화추천 #21그램 #숀펜 #베니시오델토로 #나오미왓츠 #영화 #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