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차]추천
이 글은 영화 [화차]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알고 봐도 재밌는 영화에욥.
결국 그런 것이었다.
한껏 고개를 들어 쳐다보아야 겨우 시선이 닿을 만큼 높은 찬장 안의 사탕 단지처럼.
내가 발을 아무리 구르고 손을 뻗어도. 내 힘으로 가져올 수 있는 가장 높은 의자를 가지고 와 다시 똑같이 행동해도 절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것.
행복 그까짓 거. 내가 먹지 못하는 포도이니 분명히 시큼해빠진 포도라고 생각하고 침 한번 탁 뱉고 돌아서야 했는데. 터덜 거리는 발걸음으로 돌아가던 중. 끝내 미련이 남아 뒤돌아 본 것이 몹쓸 시작이었다. 나처럼 살아온 인생이라도 한 번쯤은 누려볼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고. 그렇게 생각해버린 것부터가 잘못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게 없는 것을 탐한 벌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알았더라면 그러지 않았을까.
애써 이룩한 나의 작고 완고한 행복은 그렇게 내게 남아있던 희망까지도 모두 앗아갔다. 원래 있던 자리에만이라도 있게 해달라고 운명에게 그렇게 빌었지만. 이 모든 것은 내 욕심으로 인한 고집이었다고. 운명은 단호히 내게 등을 보였다.
한 번 맛본 다디단 행복의 맛은 영혼에 박힌 것처럼 잊을 수 없었다. 금지된 단 맛에 대한 단념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어떤 수를 써서라도 다시 내 혀에 감돌게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다시 들춰볼 수도 없을 만큼. 내 과거에서 풍기는 냄새는 지울 수도. 또 덮을 수도 없었다.
피와 살의 냄새는 마치 내 과거의 냄새만큼이나 비리고 역겨웠지만. 이 냄새라면 내 과거의 냄새를 가리기에 충분했다. 그 광경을 마주 보는 것이 힘들고 역겨워 모든 것을 토해내고 싶었지만. 나의 없어져 버려야 하는 과거를 묻어버리기엔 이보다 더 좋은 장소와 시간은 없었다. 지금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그 사실을 상기하며. 그 지옥으로 다시 기어 들어갔다.
그렇게 나는 내가 올라탈 화차의 고삐를 두 손에 쥐었다. 오로지 나만이 알고 있는 그 과거의 냄새가 나를 쫓아오지 않을 때까지.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내가 당신을 만난 것 역시. 이 화차가 달리는 궤도 안의 정거장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을 만났을 때. 드디어 원하던 궤도로 돌아왔다고 믿었다. 이제는 내가 이 화차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도 있을 만큼 익숙해졌으니, 다시 행복을 손에 쥐어도 될 것이라는 마음이 나를 조금씩 물들였다.
이제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내가 올라탄 이 화차(火車)의 종착역은 불구덩이였다. 여태 그것을 부정하려 그렇게도 애썼지만. 어째서인지 모든 것을 인정해버리고 나니 우습게도 마음은 차분해졌다.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뛰어내리는 이 순간에도 망설이지 않았을 텐데. 아니. 당신이 없었더라면. 애초에 이 높이까지 올라오는 일도 없었을 테지. 당신과 함께 했던 덕분에 행복했던 높이만큼. 내가 당신에게 닿게 하기 위해 쌓아올렸다 믿은 그 높은 탑 위에서. 나는 그 어떤 불만도 없이 그 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져야만 한다.
내게 없는 그것을 탐했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과거는 현재와 미래까지 모두 이 화차에 태워 나를 불태우며 추락하게 한다. 나는 그저 행복하고 싶었을 뿐인데.
추신.
배우의 사생활은 그렇다 치고 영화만 보기로 했습니다. 원작도 재밌어요.
[이 글의 TMI]
1. 엄마 손 파이 오래간만에 먹었는데 맛있어.
2. 오늘 체력 진짜 바닥.
3. 파인애플도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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