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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Dec 16. 2021

남자들은 환장할만하고, 나는 환장하겠고

영화 [레전드]리뷰

이 글은 영화 [레전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위 조폭이라 불리는 사람들에 대한 향수 혹은 미화는 그것이 어디든, 언제든 있습니다. 사실 말이 좋아 마피아고 갱스터지 어떻게 보면 범죄자들이만, 그들의 직업윤리(?)는 짙은 의리로 포장되어 특히 영화에서 매우 멋지게 그려집니다.


물론 저도 무간도 시리즈의 팬이기도 하고. 그 영화의 꼬리에 매달려 있는 [강호]나 [신세계]도 재밌게 봤죠. 그러나 이 영화만큼은 좀 더 특별한가 봅니다. 이 영화를 안 봤다.라고 했을 때 남사친들 모두 저를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며 제게 앞다투어 욕이 아니지만 명백하게 비난하는 말을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물 떨어지는 속도로 해댔기 때문입니다.


그 날선(?) 말 들에서 들리는 공통적인 단어는 "톰 하디가 나오는데 ㅃ!#$ㄲ%#$^%#%&@" 였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친구들이 좋아하는 배우의 순위권에는 모두 톰 하디가 반드시 등장했죠. 얼마나 재밌는지 알지 못해 뭔가 빚진 생각으로 저는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웃긴데 잔인하고 잔인한데 슬프다.;줏대가 있는 듯 없는 듯 에라 모르겠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분위기가 뭔가 오묘해.

영화 자체의 분위라고 해야 할까요. 영화가 유지하고 있는 어조는 기본적으로 약간 우스운 면을 띠고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경찰을 조롱하는 톰 하디 1 이라던가. 톰 하디 1에 비해 조금은 어눌한 톰 하디 2의 태도라던가. 톰 하디 1과 2가 가족 간의 싸움을 할 때라던가. 곳곳에 우습거나 재미있어 보이려는 이미지를 많이 심어 놓았습니다. 그 장면에 맞는 OST도 함께 깔아서 그 우스워 보이는 상황이 더 돋보이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또 잔인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갱스터 영화인 만큼. 영화는 원색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법한 싸움 장면을 몇 번 보여줍니다. 특히 거의 마지막에 폭발한 톰 하디 1의 범죄 장면은 그의 광기와 함께 숨겨져있던 분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겁쟁이인 저는 그저 눈과 귀를 막을 뿐이었죠.


슬픔도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톰 하디 1의 부인인 프랜시스가 남편의 갱생에 실패하는 것을 영화에 걸쳐 보여줍니다. 자신을 이 촌구석에서 구해줄 것이라고. 혹은 자신과 함께 있으면서 자신이 있는 곳마다 세상의 중심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믿었던 그 남자는 결국 자신이 있는 곳곳을 찬란한 고난의 중심으로 만들어 놓곤 했으니까요.


혹시라도 나쁜 남자를 자신이 길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모든 분들이 반드시 보셔야 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절대 바꿀 수 없어요. 바꾼다 해도 자신의 희생만이 그리할 수 있을 뿐입니다. 영화에서 프랜시스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듯 말이죠. 그러니까 헤어지세요.(응?)



톰 하디에게 환장할만하다.;이 사람도 원 맨 쇼가  특기인 듯 
사진 출처:다음 영화/어쩜 이렇게  다른 사람 같지.

[장기수 브론슨의 고백] 이란 영화를 보신 분은 알 겁니다. 영화에서 톰 하디를 빼면 0(Zero)으로 수렴하는 영화입니다. 처음에 그 영화를 봤을 때는 톰 하디가 너무 무서워서 이 사람이 나오는 다른 영화는 이제 안 본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다음부터 나오는 영화는 어찌 된 일인지 약간 덜떨어져 보이게 나와서 그래도 안심이 되더군요(?)


이 영화 역시 그러합니다. 톰 하디 아니면 누가 했을까.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남자들이 왜 톰 하디에 환장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마초.라는 단어가 이만큼이나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직진형이고. 조직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그러면서도 가족은 소중하게 보호하는 모습을 두 시간 내내 보고 있으면 소위 말하는 '간지'가 무엇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담배 피우는 모습을 그렇게도 따라 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죠. 아 저 같은 비염 환자는 담배 근처에도 가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줄거리는 환장하겠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사실 톰 하디(더 정확하게 말하면 톰 하디 1)가 너무 멋있게(?) 나와서 그렇지. 영화의 이야기나 진행 자체는 너무 평이합니다. 오히려 지루하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어딜 가나 꼭 한 명씩 있는 집안의 돌+ I 역의 톰 하디 2와 그걸 저지하려는 쌍둥이 형 톰 하디 1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고. 그 중간에서 톰 하디 1을 갱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부인이 있죠. 그러나 톰 하디 1은 이미 그 삶에 길들여져 손 씻은 듯 바뀔 리가 없고. 톰 하디 2는 보란 듯이 형의 본성을 흔드는 사고를 영화 내내 쳐댑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그 동네를 장악했다는 그 조직을 위협하는 시도들은 계속 일어나죠.


그러면 그 사이에서 갈등을 잘 해결하거나 힘을 합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긴장감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그 진행이 그저 그렇게 그려집니다. 그다지 위압감 같은 게 없어 보인다고 나 할까요. 톰 하디에게 조직의 힘 100 중 99를 밀어주고 나머지 1을 다른 사람들이 나눠가진 것 같은 생각이 영화 들었죠. 톰 하디 1,2가 정말 도른자 같다.라는 것과 부인이 불쌍하다. 정도를 빼고 영화를 요약하자면 어쩌라는 거야.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마치면서

톰 하디 관련 패러디 동영상? 이 한참 올라올 때도 저는 왜 이 동영상들의 조회 수가 높은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다시 돌아보니 그럴만 하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영화 자체가 주는 감동보다는 인물 하나에서 오는 캐릭터에 의한 기쁨이었죠. 물론 그마저도 충분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명성에 비해 아쉬움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이 글의 TMI]

1. 왜 우리 집 근처 과일가게는 멜론을 가져다 놓지 않는가.

2. 나는 오늘 세 끼를 다 먹었고 그 벌로 2만 5천보의 걸음과 스쿼트를 해야 했지

3. 책을 읽으면 그래도 마음이 안정된다.



#레전드 #영화추천 #주말영화 #톰하디 #태런애저튼 #영화리뷰 #장기수브론슨의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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