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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Dec 17. 2021

여기서 윌스미스가 왜 나와?

책 VS 영화 [나는 전설이다]

이번엔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는 코너로 찾아와 봤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계속해서 제게 숙제와 영감을 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저는 영화의 원작이 책인 경우, 훗날 책의 표지가 영화 포스터처럼 바뀌어 특별판으로 재출간 되는 것을 정말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표지를 볼 때마다 아예 책의 인물에 대한 상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제게는 영화와 책이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느껴질 때가 많아 그에 대한 기억을 각각 가지고 있고 싶기 때문입니다.(대충 리메이크 ㅈ같았다는 말)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작품은 후자에 가까우며, 제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영화 처돌이 생활에 있어 원작과 재창조 된 작품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바로 우리에겐 윌 스미스 주연으로 잘 알려져 있는 [나는 전설이다]입니다. 처음 시작하는 코너인 만큼, 제게 처음이었던 것을 소개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죠.




빡침 포인트;러셀 크로 데려와라.
사진 출처:다음 영화/아냐. 아니라고.

이 영화의 개봉을 알리던 그 순간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저는 당시 이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 바로 아르바이트 가던 길에 있던 서점에서 이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원작을 읽고 제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들이 어떻게 영화로 재연되는지 보고 싶기 때문이었죠.


책은 과연 대단했습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 한동안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이 작품의 결말이 가진 의미는 제게 컸습니다. 이걸 영화로 만들어 낸다니. 그걸 조만간 볼 수 있다니.라는 기대감이 한동안 화려한 조명만큼이나 꽁꽁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책방 건물 맞은편에 있는 영화관 건물 앞에 펄럭거리는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었습니다. 바로 제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나는 전설이다]의 개봉을 알리는 포스터였죠. 바람의 일부가 된 것처럼 하늘거리는 포스터에서 제목을 먼저 보고, 저는 작게 미소 지었습니다. 그 미소를 따라 저는 주연 배우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시선을 점점 위로 올렸습니다.


그리고 마치 고라니처럼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댔죠.


원작에서 주인공은 정말 이 shake it 이거 지금 물려 죽어도 아무 이상할 게 없는데 왜 살아있겠다고 발악하고 GR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삶에 대한 의지가 오락가락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자신 혼자 살아남았다는 그 알 수 없는 기분이 자신을 그런 심리적 궁지까지 몰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쨌거나 자신의 처지 때문에 성격파탄까지 기본 옵션으로 가지고 있는 개복치 남인 것 만은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렇게 자기 관리가 철저하게 잘 된 윌 스미스가 마지막 생존자라니. 저는 제 눈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마음도 모르고 너무도 멋있게 포스터의 중앙에 서 있는 총을 둘러멘 윌 스미스를 보며. 저는 알 수 없는 큰 상실을 겪은 사람이 되어버렸죠. 아르바이트하는 곳으로 가는 그 길이 어찌나 그날따라 더 씁쓸하던지.



반드시 똑같을 필요는 없지;그렇지만 왜 화가 날까.
사진출처:알라딘

하지만 이 영화를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이건 내가 원한 게 아니라.라는 불만 아닌 불만을 갖고 영화를 보긴 했죠. 결말이 두 개 이상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모오든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사실 원작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영화 자체가 나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게 더 화가 났죠.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또 다른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유명한 [아메리칸 갱스터]였죠. 찌질하고 애잔하게 샌드위치를 만드는 러셀 크로의 뒷모습을 본 순간. 저는 최소한 저 배역을 한 사람이 주인공이었으면 그래도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 책에서 주인공은 뒤통수를 유리컵으로 한 대 갈기고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러셀 크로 의문의 1패)


물론 이 영화에서 감독이 말하려는 의도는 명확했습니다.


9.11테러 이후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상태에서 다시 일어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었죠. 실제로 영화에서도 그라운드 제로라는 말이 대사에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 영화에 대한 해설을 해주는 라디오를 들으며. 저는 그제서야 한 가지를 봐도 다방면으로 느끼고 풀어내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용기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그나마 쌓여있던 분노가 조금씩 녹아내렸죠. 시각의 차이가 결국은 이런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일 테고. 저 역시 글이라는 걸 쓰기 시작한 이후로 이 점을 잘 이용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죠. 감독님 아무것도 몰랐던 애송이를 용서해 주세요.




원작과 영화 각각의 추천 포인트 

영화는 속도감 있는 좀비들을 꽤 잘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텅 빈 도시 안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외로움과 싸워내는 바람직한 최후의 1인인 윌 스미스의 모습도요. 그냥 뛰어 제끼는 좀비들이라기보다 아주 약간의 지능이 있는 존재들로 그려집니다. 다양한 결말 중 하나 역시 그 점 때문에 조금은 이해가 가능하죠. 물론 완벽하게 좋은 좀비 영화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킬링타임용으로, 그리고 윌 스미스의 밝은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 좋은 영화입니다.


그에 비하면 원작은 영화 같은 생동감이나 큰 스케일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혼자 남은 개복치 남의 화풀이... 가 아니라 인류 최후의 한 사람이 가진 심리상태를 정말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읽는 것 자체가 가끔은 고역일 만큼 그 인물에 감정 이입이 심하게 될 때가 있었거든요. 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읽었을 때의 그 전율만큼은, 책 자체가 가지고 있는 어쩌면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는 분위기를 모두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책은 조금 두껍습니다.)


그러니 원하시는 분위기의 작품을 골라 즐기시고, 여러분의 안목과 시선에 맞게 또 다른 해석을 함께 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게 재미죠.


[이 글의 TMI]

1. 오늘은 잘하면 오늘 퇴근 가능할 듯.(응?)


#나는전설이다 #책원작 #영화 #원작과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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