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x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nalogi Dec 17. 2021

뭐 하자는 걸까

영화 [365일]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365일]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친구들은 가끔 제게 동굴에서 사냐고 물어볼 때가 많습니다.


그만큼 유행하는 것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고. 그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 아니 못하는 삶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한창 무언가 유명해서 친구들이 무어라 이야기를 할 때도 저만 두꺼비처럼 눈을 꿈뻑거리며 가만히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친구들의 안쓰러운 눈빛은 가끔 이런 걸 보라며 추천작을 건네주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365일도 봐 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들었고(참고 1) 미루고 미루고 틀어놓고 잠들고의 연속으로 나날들을 보내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친구와 절교하기로 마음먹었죠. 그 친구는 제게 영화 [레전드]도 추천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게 사랑이라고요?
사진출처:구글 SBS 뉴스/사진을 쓸 수 있는 게 없다.

사랑하니까.라는 말은 매우 위험한 말입니다.


그 상대방이 누구이든 간에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무엇을 해도 사랑이라고 판단해버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일어나는 일들은 가스라이팅인 경우도. 스톡홀름 신드롬이기도, 또는 범죄인 경우도 많습니다. 단지 우리는 그것에 사랑이라는 황홀한 이름을 씌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뿐이죠.


건강하게 사랑하는 사이라면. 내가 아닌 상대방에게는 자유의지가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 사람은 나를 반드시 사랑해야 하는 그 어떤 의무도 없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우리의 옆에 소중한 사람이 있어줄 때. 서로의 의지로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때 우리는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부터. 그러니까 이 사람은 나를 반드시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사랑은 슬퍼지기 시작하는 것이죠.


남자 주인공(이름을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은 여자 주인공에게(너도 마찬가지다) 감히 자신을 사랑할 기회를 주겠다고 말합니다. 지가 뭔데.라는 말이 자동적으로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저 대사가 영화의 거의 초반부에 나왔으니까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대사와 장면들로 저를 괴롭힐지 상상하지 않아도 모두 다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잘 봐줘야 스톡홀름 신드롬과 가스라이팅에 익숙해진 관계 정도였습니다. 뭐 저 나라에선 사랑하면 납치 정도는 친해지려는 수단으로 하나 보죠.




주인공이 매력이 없는데.;매력 없는 거에서 서로 매력을 느낀 거면 천생연분인 듯
사진출처:네이버 블로그/사생활도 그다지 깨끗하진 않던데요 이 남자는.

최근 리뷰한 영화 [레전드] 역시 톰 하디 없으면 영화 자체는 평이했죠. [365일] 역시 이미 이야기의 개연성 정도는 초장에 안드로메다로 보냈으니 캐릭터라도 살아있어야 말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남녀 주인공의 소위 말하는 (얼굴을 포함한) 피지컬은 훌륭합니다. 뭐 안 훌륭한데 이런 영화에 썼을 리가 없겠죠. 그리고 피지컬에 힘을 너무 쓴 나머지 두 배우 모두 매력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선 설정 자체가 사기입니다.


남자 주인공은 잘 생기고 돈 많고, 여자 주인공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사람입니다. 여자 주인공의 허락 없이는 그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안 간다는 사람 끌고 다니는 게 취미인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을 애착 인형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여자 주인공은 어떻고요.


불리하면 쓰러지고 누릴 건 다 누리는데 그 와중에 약 올리는 것도 빼먹지 않습니다. 납치당한 상실감에 대한 반작용으로 식욕이 증가하는지 혈색이 날이 갈수록 더 좋아지더군요.


돈 많은 거 빼면 본질은 마피아인 남자 주인공과 납치당했지만 옷 갈아입는 것 만은 잊지 않는 여자 주인공이 벌이는 애정 행각이 재미있을 리가 없습니다. 여자의 경솔한 행동 때문에 자신의 가업이 흔들릴뻔했으면 그만 만나야죠. 그걸 커버해 주고 있습니까. 어딜 가나 상대방을 자기가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래서 안 되는 겁니다.





사랑에 빠지는 시간? 너네를 용서하는 시간이겠지.;365년도 모자란다.

제목 365일, 그러니까 1년은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준 시간입니다. 1년 동안 자기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자 주인공에게서 마음을 뺏어 오겠다는 당찬 포부를 담고 있죠. 그리고 여자 주인공은 두 달도 안 되어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홀라당 빠져 버립니다.


뭐 사랑이란 게 늘 그렇듯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그에 대해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냥 다 마음에 안 듭니다. 영화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은 이 영상물을 용서하는데 1년을 써야만 할 것만 같은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이 영상 때문에 남자 주인공은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고 합니다. 영화 설정 자체도 백마 탄 왕자님 정도였으니까 그럴만하기도 하죠.



영화 러닝타임 동안 저는 두 사람이 나오는 그 어떤 장면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불쾌했습니다.


이 영화 말고 다른 영화를 봤다면 다른 영화를 리뷰했을 텐데 참 이번 주는 애석할 뿐입니다.




마치면서

물론 이 영화(?)도 원작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남녀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정말 멋들어진다고 하고 영화에서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책에서는 고개가 끄덕이게 한다.라는 리뷰가 간간이 보이더군요.


그런데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시간 낭비니까요. 이 작품을 위한 시간 낭비는 이 리뷰를 작성하는 것 이상은 허락하고 싶지 않네요. 아오.



추신

그리고 여자 주인공은 왜 이렇게 눈에 흰 자가 많이 보이는 걸까요.


[이 글의 TMI]

1. 오늘 두유만 먹고 있음.

2. 체리 박살 완료. 복숭아만 기다리고 있다.

3. 이 날씨에 마스크 끼고 달리면 울겠지?

4. 책장에 자리가 없다. 책장 정리를 해야 할 판.


#365일 #넷플릭스 #뭔데 #장난하나 #시간낭비




매거진의 이전글 여기서 윌스미스가 왜 나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