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x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nalogi Dec 17. 2021

안 본 눈 삽니다.

영화 [킹덤;아신전]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킹덤;아신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창궐]을 보며 혀를 끌끌 찼던 제게. 킹덤 정주행을 시작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꽤 많은 설정이 겹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김은희 작가님 작품은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라는 생각 하나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드라마를 볼 수 있었죠. (참고 1)


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매 화마다 하며 쫄깃한 서스펜스를 제게 선사했던 것은 물론. 킹덤 시즌 2의 마지막 장면은 무디기로 소문난 저조차도 가슴 뛰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희망이 없어 보이는 이 순간에 드디어 구원자의 등장인가!!라는 마음이 들었거든요.(내적 댄스)


물론 [킹덤;아신전] 자체에 대한 기대는 없었지만. 잊혀지기 시작하려 했던 [킹덤] 시리즈의 기억도 적절하게 리마인드 할 수 있는 기회 정도는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김은희 작가님의 명성과 전지현이라는 배우를 앞세운 [킹덤;아신전]은 제게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 지금부터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가 노래방이야?;드라마에서 간주 점프를 하시면 어떻게 해요.
사진출처:구글

아신전 이라는 제목에 맞게 90분 남짓한 이 드라마는 아신(전지현)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조선이 어떻게 해서 좀비 보유국이 되었는지를 이야기해주는 정규 킹덤 시리즈의 프리퀄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리퀄이라는 특성상 많은 이야기가 들어가야 하는 것도 이해하고, 소위 말하는 떡밥을 실컷 던지는 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마블 시리즈의 문제점이라고 늘 지적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다음 영화(시즌, 페이즈)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영화들의 "공장(혹은 양산)"에 불과하다 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마블 영화는 볼거리를 비롯한 이야기에서 본전 치기 정도는 한다는 "보장" 이 있지만, 아신전은 마치 노래방에서 한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간주 점프 버튼이 고장 나도록 누르는 우리를 연상케 합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노래마저도 1절만 부르고 끈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죠.


아신이 왜 흑화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의 씨앗을 열심히 심어놓긴 했지만 이걸 심은 게 맞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제대로 안 키울 거 같은 생각도 들어 이야기를 따라가도 별 감흥이 없습니다. 어차피 1절만 부르고 이 노래는 끊어질 것이란 걸 알기 때문이죠.


그나마 신선했던 것 중 하나를 뽑으라면. 아신이 레골라스 혹은 구원자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흑화 된 히어로(?)로 나온다는 것 정도였습니다.




사사로운 복수를 왜?;이게 뭐람. 
사진출처:구글 TV 리포트/성격 파탄자인가.

만약 여러분의 아버지가 출장을 간 곳에서 돌아가신 것 같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러면 가족 중 한 사람으로서 먼저 해야 할 말은 아빠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일일까요 아니면 아버지를 정부의 끄나풀로 평생을 이용해 온 사람에게 가서 아빠의 복수를 해달라고 하는 것이 먼저일까요.


아신이 흑화 할 수 있는 계기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아버지입니다. 아신의 아버지는 조선 정부에 의해 토사구팽 당하는 역할입니다. 또한 평생을 인정받지 못하고 천대받으며 살아야 했죠. 그런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어린 아신은 대뜸 복수를 해달라는 말을 먼저 합니다. 차라리 당신 때문에 우리 아빠가 그렇게 되었으니 아빠를 살려내라. 혹은 책임져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나요? 진상 규명도 아닌 복수를 왜 조선 정부에다 부탁하는 것일까요.


흑화 하는 아신에게 기름을 들이부은 두 번째 요소인 성적인 학대를 비롯한 모진 굴욕들은 그다지 서사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의 서사도 제대로 쌓여 있지 않은데 그냥 보여주기식으로 얼기설기 올려놓은 것만 같죠. 복수를 위해 나라 하나를 찜 쪄 먹는 게 불편하다는 것이 아니라, 자꾸 1절만 빨리 불러버리고 끝나다 보니 감정이입이나 빌드업이 될 것들이 쌓여가기 부족합니다.


그러니 재미는커녕 아신에게 감정 이입이 하나도 되지 않습니다.



전지현 효과 실패;이런 연기는 여전히 어울리지 않음. 
사진 출처:구글 네이트 뉴스

배우로서 전지현이라는 사람의 입지는 [엽기적인 그녀] 류의 연기에 특화되어 있는 사람으로 분류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이런 어두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극에서 연기를 잘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킹덤 정규 시리즈에서는 조금의 코믹 요소도 있었지만 아신전은 전혀 그런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죠.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연기는 여전히 조금은 어색하고, 산전 수전을 다 겪었다고 하기엔 얼굴은 여전히 너무 곱습니다.(분장의 문제인 듯) 오히려 암살 때의 연기보다 퇴보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비장한 척하지만 졸려 보이는 표정도 한몫합니다.


주인공의 내공이 쌓이는 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앞으로 큰 빌런이 될지, 혹은 마음을 돌릴지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능력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장면이 별로 없어요. 주무기가 활인 것은 알겠으나 굳이 저 거리에서 활을 쏴아 했는지, 혹은 저 거리에서 못 맞추는 게 이상한 거 아니냐.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 때가 많았거든요.


설상가상으로 아역이 연기를 너무 잘해버리다 보니. 성인이 된 아신과의 간극이 더 커져 버렸습니다. 그녀에게 이런 연기는 앞으로도 안 어울리지 않을까 합니다.



마치면서;세계관 확장.

시즌제 드라마가 가진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합니다. 무언가 덜 보여줬다는 리뷰를 쓰면 아직 정규 시리즈가 안 나와서 그렇잖아요.라고 말할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확실한 건. 정규 시리즈와 연관이 있던 없던. 하나의 작품으로 마무리를 지었다면 그에 합당한 감정이나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던져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킹덤;아신전은 그 어떤 부분에서도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과연 이걸 김은희 작가님이 진짜 쓰신 것인지 의심하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넷플릭스 요새 위태위태하네요. 저는 이제 왓챠 와이 우먼 킬 2 존버 합니다.



참고 1

본의 아니게 보기 시작하긴 했음. 코로나 전 추석 연휴에 내려가기 전 날 장염 와서 고향도 못 내려가고 화장실 옆 바닥에 겨우 누워 있다가 고통을 잊기 위해 뭐라도 봐야겠다. 하고 시작한 것이 킹덤이었음.


[이 글의 TMI]

1. 와플집 문 닫음. 또다시 시작된 연쇄 휴무

2. 독일어 못 해먹겠음.


#넷플릭스 #킹덤아신전 #최신영화 #OTT




매거진의 이전글 랑종을 본 관객들이 화를 내는 이유 세 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