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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Dec 17. 2021

랑종을 본 관객들이 화를 내는 이유 세 가지

영화 [랑종]리뷰

이 글은 영화 [랑종]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쿠키 없어요. 동물 좋아하시는 분은 보시지 않기를 추천합니다. 벌레 싫어하시는 분도 ㄴㄴ.

다른 사람의 별점이나 평가가 어쨌건 간에 시간과 금전이 허락하는 범위라면 보실 영화는 보시는 게 이익입니다.


요새 가장 흔해져 버린 재테크 수단은 아마도 주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도 나도 주식 덕에 돈 잘 번대.라는 한 마디에 팔만, 구만 전자 때 올라탔다가 죽는소리를 하는 사람이 주위에 많아졌으니까요.


저평가 우량주를 골라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연하게 사기를 치고 있는 기업을 골라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게 자신이 좋은 종목인 척하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이오 기업입니다. 뉴스 기사에서 빵빵 터져 나오는데 맞는 거 아니에요?라고 되묻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성실하게 자신들의 성과를 인정받는 기업들도 많습니다.(실제로 그 약이나 치료법이 의미 있는 경우라고 전제를 했을 때) 그러나 직접 그런 기업들과 함께 일을 하는 제 눈에는 거짓말로 주가 조작이나 하다 쇠고랑 차겠다.며 혀를 차게 하는 그룹들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럴지도 모릅니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곳인데 그런 "바이럴" 정도는 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요. 뭐 주식으로 얻는 재산도 이윤이니 그렇게 뻥튀기 되는 게 "옳게" 보일지도 모르죠. 근데 그 이윤을 여러분의 목숨 값 위에 쌓아올린 거라고 하면. 그게 벌어 마땅한 것인가요 아니면 여러분도 그 정도 돈이라면 효과도 없는 약에 목숨을 맡기실 수 있으신가요. "뉴스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 기업"이라는 이유 만으로요.


여름에 개봉하는 영화들 중 가장 앞장서서 모든 사람의 기대를 듬뿍 받고 있던 영화 [랑종]을 보고 나왔을 때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이 이와 일맥상통하기도 합니다.


감독의 이름과 마케팅의 잘못된 방법 위에 올려놓은 결과란 뜻이죠.




무섭다.라는 단어의 뜻은 무엇일까. ;마케팅 담당자가 마피아라는 게 학계의 정설인가. 
사진출처: 다음/겁쟁이 피셜 딱 두 번 "놀래고" 안 무서움.

우선 랑종을 둘러싼 가장 큰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무섭다"입니다. 무섭다는 식으로 홍보를 해댔고,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사람들이 다들 무섭다며 리뷰를 썼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겁쟁이들을 위해 영화관에서 불을 켜고 상영하겠다는 이벤트(?)까지 벌였을까요. (가려고 한 1인)


늦은 밤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서 팔락거리는 비닐봉지만 봐도 무서워서 다른 길로 돌아가는, 그런 겁쟁이 인생을 평생 살아온 제가 보기에도 이 영화는 무섭다.라는 단어로 표현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서움이라는 감정을 여러 갈래로 나눈다고 한다면. 랑종에서 느낄 수 있는 "무서움"의 근원은 역겨움, 처절함과 잔인함, 두려움에서 옵니다. 소위 하는 말로 밑도 끝도 없이 절망적입니다. 감독의 전작인 [곡성]보다도.


그런 요소들을 섞어놨으니 "무섭지 않을"이유는 없지만. "무서움"이라는 단어가 강조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무서운 영화"를 기대하고 이 더위와 코로나를 뚫고 겨우 예매를 한 관객들은 당연히 실망할 수밖에 없죠. 누가 이걸 무섭다고 홍보했는지. 무섭다고 리뷰해도 된다고 OK 내린 건지 모르겠지만. 한참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러니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분노가 쌓여가는 거죠. 무섭다며.라는 툴툴거림을 입에 달고 극장을 나서는 사람들이 반 이상이었으니까요.




어디서 다 본 거다. ;평론가가 아니라 일반 관객이 알아챌 정도면 이건 아니다. 
사진출처: 다음 영화/노매드 랜드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

영화는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촬영했기에, 일단 화면이 불안정하게 나올 때가 많습니다. 살짝 성가실 정도였어요. 클로버 필드를 보면서 느꼈던 울렁거림이 여러 번 영화 중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등장인물 "밍"의 이상한 행동들은 파라노말 액티비티에서 보았던 형식과 같습니다. 등장인물 "밍"이 이 영화의 주인공인데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데 혼자 영화를 찍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거든요.


또한 곡성에서 써먹은 트릭들이 너무 많이 나옵니다. 물론 이걸 세계관의 연결로 볼 수도 있겠죠. 그러려면 최소한 뻔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정해진 세계관 안에서 뛰어노는 것과, 같은 것을 되풀이하는 것은 다릅니다. 곡성과 무대만 다를 뿐 거의 똑같은 이야기가 좀 더 잔인하게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며. 기분 좋은 기시감을 느낄 관객은 없을 겁니다. 저 역시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된 뒤에 결말이 눈앞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뿔싸. 싶은 기점이었죠.


게다가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가 "무섭지도"않으니. 관객들은 더욱 불만이 쌓여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랑종은 [파라노말 액티비티]와 [클로버 필드] 형식으로 촬영된 태국판 [엑소시스트]인 셈입니다. 근데 이제 여기에 [곡성]보다 조금 더 잔인한 결말을 끼얹은. 클리셰 범벅인 거죠.



영화 자체는 어떤가.;함께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 이상이 욕을 하며 나갔다. 
사진출처: 다음 영화

혼에 빙의 되었다는 설정상, "밍"은 빙의된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들을 다 합니다. 그 과정에 잔인함, 성적인 행동, 기이함, 동물 학대 등 정상의 범주를 한참이나 벗어난 장면들이 포함됩니다. 이미 거기서부터 정서에 반감되는 모든 불쾌감이 시작되어 영화 내내 축적됩니다. (참고 1)


악(Evil)으로 표현되는 빙의, 퇴마의식, 좀비화 등이 섞여 전체적으로 어지러운 느낌을 많이 줍니다. 영화가 뒤로 갈수록 점점 더 기묘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죠.


그 와중에도 우리에게 전해주려는 메시지는 혼자 자기주장만 하고 있으니. 관객의 머릿속에 이 모든 게 잘 섞여 들어갈 리가 없습니다. 곡성을 볼 때보다 더 어지럽고 껄끄러운 마음으로 영화관의 불이 켜지고 난 뒤에도 멍하니 앉아있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결말쯤이야 한 줄로 "그래서 이런 거야"로 끝낼 수 있지만 관객의 마음은 아직도 싸우고 있는 거죠.


이 영화가 무서운 것이었는지.

영화를 본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뭔지.

나는 과연 영화를 통해 얻은 메시지는 무엇인지

과연 나는 이 영화를 뭐라고 말할 수 있을지.


보고 난 뒤에도 관객에게 계속 생각을 던져주는 영화는 어느 정도 성공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게 뭔 소리야"라는 이야기가 영화관을 나서는 관객의 대부분의 입에서 흘러나온다면. 혹은 생각할 시간도 아깝다고 치부되는 영화라면. 그건 실패한 거죠.




마치면서. ;저는 어땠냐고요?

제게 랑종은 마치 금요일 오후 5시 52분에 상사에게 완료된 프로젝트 파일을 첨부한 이메일을 보내는 기분과 같은 영화였습니다. 무거운 마음에 퇴근 시간까지 자꾸 메일함을 새로 고침 하게 하는 찝찝함을 가득 선사했죠.


더 큰 문제는 아직 새로 고침을 하지 않은 그 이메일함을 마음속에 담은 채 주말을 맞이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주말이니 잊자. 싶다가도 다시 새로 고침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고. 내가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이 불덩이처럼 마음에 똬리를 틀고 앉아있는 것 같은 영화. 분명 나를 괴롭히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들여다보고 확인하고 싶은 영화.


곡성보다 더 비참하고 우울한 영화이지만.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다만 그것을 전달하려는 방식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역대급으로 신선할 수 있었는데 어느 시점부터인가 정말 완벽하게 와장창 무너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그러니 메시지가 그 안에 매몰될 수 밖에 없었을테고요.(참고 2)


담력 테스트하러 갔다가 인내력 테스트만 하고 온 것 같은 영화 [랑종] 리뷰였습니다.



참고 1

옆좌석에 아저씨가 앉으셨는데 영화를 보다 놀라셔서 내 음료를 탁 치시는 바람에 뚜껑 날아감. 본의 아니게 그 뚜껑에 맞은 다른 분이 더 놀라심. 그 뚜껑 맞으신 옆 분도 놀라셔서 소리 지르심. 파도타기 하는 줄.


참고 2

초반에 엄청 지루하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많은 거 같던데 난 오히려 초반의 그 긴장감을 쌓아올리는 게 더 신선했음. 뒷부분은 그냥 세상 별로였음.



[이 글의 TMI]

1. 진짜 찝찝했다. 보는 내내 괜히 등에서 땀이 흘러내리는 느낌이었음.

2. 고모인지 이모인지 뭐시기인지 진짜 뒤통수 갈기고 싶었음.

3. 님(바야 신의 랑종)은 용하다 VS 안 용하다?

#랑종 #랑종리뷰 #영화리뷰 #공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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