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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Dec 17. 2021

진짜 이제 밤 시리즈는 안 본다

영화 [제 8일의 밤]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제8일의 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바로 리뷰 갑니다.





소재는 너무 좋다. ;내가 딱 좋아하는 소재
사진출처:넷플릭스

엄마는 제가 책을 읽는 것을 매우 싫어했습니다. 그 히스테리는 제가 퇴마록을 읽기 시작하면서 극대화되었죠. 엄마 덕에(?) 저는 저 대신 책을 빌려주었던 친구들의 도움으로 겨우 버킷 리스트(?)의 한 줄을 지울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소위 오컬트라고 부르는 장르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게 생겼습니다. 선택지 여러 가지 중 오컬트가 포함되어 있다면 반드시 그것을 고르는 취향도 생겼죠. 그러니 영화 [사바하]가 세상에 나왔을 때(참고 1) 제가 얼마나 기뻐했을지 대충 감이 오시리라 생각합니다.


[제8의 밤] 역시. 저를 기쁘게 했습니다. 제목만 빼고요. ~의 밤이라뇨. 낙원의 밤에서 이미 호되게 당한 저는 그 제목에서 이미 심상치 않음을 느껴야 했습니다. 그러나. 오컬트 장르에 대한 저의 호기심은 제목의 경고를 무시했죠.


결론적으로, 소재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불교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였고, 악이 세상을 물들이려는 것을 막기 위해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분위기 자체도 어둡고 우울합니다. 적당히 사연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영화 안에서 퇴마(?)와 함께 그 갈등도 함께 날려 없애려고 합니다.


아직까지 주류 장르는 아니지만. 이런 시도가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물론 이렇게는 말고요.




뭐가 문제일까;어디서 본 것만 많은 거 같은데.
사진출처:다음 영화/어디로 가기는 산으로 가지.

오컬트 영화는 서브웨이 주문 법과 비슷합니다.


처음엔 뭐가 뭔지 알 수 없지만 한 번 익히고 나면 자신 있게 서브웨이를 자신의 식사 메뉴에 포함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기본에 익숙해지고 나면 자신이 시도하고 싶은 많은 변주들도 즐기게 됩니다. 오컬트 물이 세계관을 확장해 이미 그 세계에 발을 디딘 사람들을 계속 극장가로 몰고 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기본적인 설명과 부가적인 설명, 그 위에 쌓아올린 이런 세계가 있다고 믿게 해주는 탄탄함.


영화가 스스로 무너져내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죠. 사바하와 콘스탄틴 등의 선배 오컬트 영화에는 그 세계를 설명해 주는 인물들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없습니다. 투 머치 토커가 없다면, 영화를 보며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들이 필요한데, 여기서는 너무 축약해서 자신들의 유니버스를 보여줍니다. 인물의 이야기 또한 꽉꽉 눌러 담아,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보통 말하는 것처럼 "불친절한"영화가 되어버린 것이죠.


이미 익숙한 오컬트 영화 몇 편이 떠오르는 것 정도는 그래도 괜찮습니다. (참고 2) 오컬트 영화에서 키맨 역할을 하는 사람과 퇴마하는 역할이 없으면 그건 오컬트 영화가 아니니까요. 그러나 조금 쓸데없어 보이는 인물 (설정)과 단단하지 않은 설정은 보는 사람을 아쉽게 합니다. 그런데도 후속편에 대한 여운까지 내비치니 더 속상하죠.


후속편을 만드는 걸 비난하는 건 아니지만. 애초에 후속편 생각이 있었다면 차라리 이 이야기를 2~3에피소드에 걸쳐 만들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후속편에서는 악령을 총으로 제압하는 장면은 제발 빼주시길.




이성민 배우 수난시대;그래도 사랑합니다.
사진출처:다음 영화/어휴 이 장면 진짜.

한국 영화 중 [해결사]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설경구 배우지만. 저는 그 배우보다 더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조연밖에 되지 않는 역할이었지만 그 배우 덕에 시시한 영화 내내 웃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분이 "뜨기"를 바랐습니다.


제 바람이 통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 배우는 드디어 드라마 [미생]에서 "뜨고", 영화 [공작]에서 "입지"가 굳어졌죠. 너무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쭉쭉 앞으로 나가기를 그저 바라는 배우의 리스트에 이성민 배우가 올라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좋은 영화를 만나지 못하는 것 같아 너무 속상했습니다. 가장 속상한 것은, 이 배우가 나오면 재미없는 영화다.라는 인식이 생길까 봐 두렵습니다. 연기는 잘하는데 영화가 재미없어.라는 인식이 박히고 나면 점점 영화에서도 보기 힘들어질 테니까 말입니다.


그저 계속 볼 수만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흑.ㅠ




마치면서

요새 제가 보는 영화들의 반응은 보통 둘 중 하나로 나뉩니다.

최악이거나. 혹은 매우 좋거나.


그런데 이 영화의 경우는 너무 아쉬웠습니다. 잘 했다면 정말 괜찮은 영화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밤 시리즈의 막내 역할을 확실히 하는 영화가 되어버렸네요. 앞으로 진짜 뭐시기 밤이라고 제목이 붙은 건 안 봐야 할까 봐요.



참고 1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는 같은 감독님의 작품..... 감독님 제발 소처럼 일해주세요.. 제발.


참고 2

곡성, 콘스탄틴, 사바하를 적절하게 섞은 인물들이 나옴.


[이 글의 TMI]

1. 그 와중에도 무서워서 볼륨 껐다 켰다 하면서 봄

2. 덕분에 잘 놀다 왔습니다. 여섯시간 먹부림 함.

3. 수다도 여섯시간 반 떨었음.

4. 이 영화 보는 내내 자꾸 랑종을 기대하게 되었다.

5. 그리고 이 영화 끝나자마자 사바하를 보았습니다.

#넷플릭스 #제8일의밤 #이성민 #넷플릭스추천 #뭐시기밤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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