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리뷰
이 글은 영화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과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글 안에서 바글거리는 스파이더맨들은 종종 아래와 같은 표시로 통칭할 예정입니다.
스파이더맨 1:토비 맥과이어
스파이더맨 2:앤드류 가필드
스파이더맨 3:톰 홀랜드
혹은 피터 파커 1,2,3
바로 리뷰 갑니다.
피터 파커 3 말 좀 들어라 진짜.;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나가볼래?
최근 모텔에서 난동을 부렸던 미성년자들이 경찰에 잡힌(?) 사건이 있었다. 그들은 나이 어린 것이 마치 벼슬이라도 되는 것 마냥 자신들은 촉법소년이니 잡을 테면 잡아봐라는 식의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의는 언제나 존재하는 법. 애석하게도(?) 그들은 이미 성인과 똑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나이었고. 호된 사회의 신고식을 너무 어린 성인의 시기에 맞이해야만 했다.
우리의 피터 파커 3도 아마 이런 마음가짐이었을까.
아직 어리니까. 혹은 아직은 내가 히어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혹은 내 친구도 히어로니까 내 마음을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는. 이 촉법소년까진 아니더라도 어쨌거나 아직 여물지 않은 마음을 가진 영웅 피터 파커 3은 영화 초반 한 시간가량을 내내 생떼를 쓰며 사람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착한 것과 정의로운 것. 그리고 지켜야 할 것의 선이 아직 모호한 상태에서 그가 벌이는 모든 행각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괴롭고 대책이 없기에 과연 저 "아이"는 영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나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영웅에게 프레임을 씌우는 짓을 관객인 나 스스로도 하게 만드는 순간이랄까.
물론 후반에는 이 태세가 180도 전환될 것이라는 것도 알았고. 밤에 감고 자서 아침에 일어나니 쑥대밭이 된 것 같은 이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피터 파커 3이 배우게 될 것이 무엇인지도 대충은 감을 잡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맹이가 결국 해결해야 할 문제가 얼마나 클지 안 봐도 비디오라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될 정도이기까지 하다.
피터 파커(들)의 성인식 ;영웅, 트라우마를 벗어나다.
니체는 말했다.
네 삶이 수백 번 수천 번, 무한대로 계속 반복되는 삶을 살더라도 괜찮을법한 삶을 만들어 나가라고. 그만큼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선택을 하며 비겁한 인생을 살지 말라는 뜻처럼 들린다.
그러나 제아무리 영웅이라 해도. 뼈아픈 실수와 문득문득 떠올라 스스로를 움츠러들게 하는 순간은 존재할 것이고. 그 사건들이 빵에 박힌 건포도 마냥 자신의 존재감을 뿜뿜하는 삶을 마치 제3자 마냥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마음이라고 어찌 흔들리거나 아프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참고 1)
영화 내내 생고집쇼 리사이틀을 벌일 것만 같던 피터 파커 3은 영화의 후반부에서 비로소 자신이 보낸 그 시간이 어떤 여파를 불러일으키는지를 혹독하게 느끼고 경험하게 된다. 툭툭 불거져 나온 자신의 삶에 박힌 건포도 같은 고난과 욕심의 결과들을 보면서. 피터 3은 비로소 자신에게 가장 부족했던 것은 돈도, 대학 입학 증명서도 아닌 스파이더맨 3으로서의 책임감임을 알게 된다.
다행히 피터 파커 버전이 3까지 발전해 오는 동안. 우리에겐 두 권의 오답노트가 있었고. 영화의 후반부는 각각의 오답노트가 버전업을 하는 과정과 함께 피터 파커라는 버전 자체가 가진 버그를 다잡는 것 같은 시간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 장면은 보는 내내 가슴이 벅차오르다 못해서 저절로 손뼉을 치게 만드는 순간들로 가득하다.
스파이더맨으로서. 그리고 피터 파커로서의 삶에서 지울 수 없거나. 혹은 두 번 다시는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차원을 달리하는 곳까지 넘어왔던, 혹은 넘어와야만 했던 이유는. 그들의 무한 반복되는 인생에서 절대 두 눈을 질끈 감고 싶은 구간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랐던 인간으로서의 작은 다짐 정도가 아니었을까. 한다.
니체가 원하는 것만큼 충분히 완벽한 삶은 아닐지언정. 그들의 그런 노력이 계속 이뤄진다면. 언젠가는 지금처럼 자신들이 가진 마음의 숙제를 또 한 번 해결하게 할 기회가 올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영웅이 되는 길;괴롭고 또 외롭고.
토니 스타크가 내민 카드로 고작해야 샌드위치나 두 개 사 먹을 줄만 알았던 피터 파커 3은. 이 영화에서 어른의 의미가 무엇인지. 진정한 영웅의 길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또한 마블 영화의 측면에서도 스파이더맨이라는 역할은 조금 더 진중해지고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진 것만 같다. 여태껏 날쌘돌이, 혹은 분위기 메이커나 조력자 정도의 역할에서 머무를 뻔했었지만. 이제는 진심으로 다른 영웅들도 겪어야만 했던 성장통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느끼게 한다.
영웅. 혹은 대중들과 다른 사람이 되는 길을 간다는 것은 분명 고역의 길이다. 자신이 걸어야 할 그 길은 희한하게도 좁고, 길의 앞과 뒤에는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
다만 피터 파커 3이 걸어온 길은,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리. 조금 더 꽃이 많고, 조금 더 자신의 머리 가까이에서 날아다니는 새가 많았던 삶이었을 것이다. 이미 그 환경에 익숙해진 탓에, 그는 이 모든 환경마저도 자신의 일부이며 바뀌어서는 안된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그 어떤 것도 자신의 소유인 것은 없고. 꽃이 아무리 예쁘고 마음에 걸린다고 해도 꺾지 않아야 한다는 것. 모든 것은 그대로. 제자리에 있을 때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 그리고 자신은 이 길의 뒤가 아닌 앞으로 가기를 다짐했기에 걸어가야만 한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 피터 파커 3이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이겠지.
여전히 길은 어둡고, 또 비바람도 치고. 마음에 걸리는 그 꽃이나 새가 떠오르는 날마다 마음이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쓰리겠지만. 그가 가는 길의 미래엔 반드시 또 다른 환경이 그의 지친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빌어본다. 닥터 오은영(?)한테는 반드시 사과하고.
마치면서
영화를 보다가 울게 되는 경우가 많은 나 같은 울보이자 쫄보는, 이제 영화관에서 숨죽여 우는 것에 너무도 익숙해져 버린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 영화 역시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울면서 소리 죽일 필요가 없었다. 영화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앤드류 가필드가 스파이더맨 복면을 벗는 순간, 나와 함께 작은 탄성을 내지르며 울기 시작했으니까.(심지어 조조영화였는데 거의 만석이었음)
스파이더맨 2가 MJ를 구하는 장면도.
스파이더맨 1이 자 피터 파커 1인 토비 맥과이어가 이제 나이가 들어버린 모습을 보면서도.
매번 아이 같기만 할 것 같던 스파이더맨 3이 묵묵히, 그리고 드디어 하고 싶은 모든 말들을 삼키는 그 순간도.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꺼이꺼이 울기에 바빴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정점 혹은 마무리에서라는 시점에서도 좋은 영화였다. 또한 더 이상 "그때"의 마블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했던 나의 마음마저도 모두 날려버릴 수 있는 영화였다.
참고 1
빵에 박힌 건포도 싫어함. 건포도 뽕 하고 빼내면 건포도 물(?)든 부분도 싫어함.
[이 글의 TMI]
1. 아직까지도 눈 내리는 게 좋음.
2. 이제 정말 연말이구나.
3. 너무 추운데 다행히 감기는 안 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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