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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Dec 26. 2021

감독과 시리즈가 초심을 지킬때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리뷰

이 글은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킹스맨]은 영국에겐 신호탄과 같은 작품이었다.

영어가 영국의 것임을 (다시) 알림과 동시에(참고 1) 007시리즈와 결이 비슷하면서도 훨씬 즐겁고 가벼운 시리즈물의 시작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등장인물들의 머리를 부활의 신호탄으로 써서 수없이 터뜨려댄 영화를 어떻게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


잘했다는 말에 얼마나 신이 났던 것일까. 감독 매튜 본은 [킹스맨 2]에서 너무도 멋지게 사족을 그려댔고, 덕분에 뱀 그림 자체를 완전히 망치는 자충수를 두어버렸다. 그것도 매우 뻔뻔하게.


시리즈의 호평은 반반으로 갈렸지만 마지막 영화의 기억이 우리에겐 더 가까운 탓에. 두 편 모두를 까내리기 충분한 이름이 되어버린 킹스맨이 이번에는 시리즈의 프리퀄로 돌아왔다. 과연 킹스맨은 이미 막을 내린 007의 다니엘 크레이그를 이은 영국 신사의 자리와 함께 자신의 이름값을 되찾는 또 다른 신호탄을 터뜨릴 수 있을까.



1편보다 더욱 클래식한 이야기;감독 정신 돌아온 듯.
사진출처:다음 영화

히어로를 상징하는 것에는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히어로의 특색을 잘 알려주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슈트"다. 누군가에겐 그 슈트가 쫄쫄이었고. 또 누군가에겐 최첨단 과학의 결정체였지만. 세상에 그 어떤 옷보다도 싸울 때 불편해 보이는 그 "슈트"를 슈트로 입고 싸울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게다가 영국 신사 중에서도 신사인 콜린 퍼스가 "슈트"를 입고 펍에서 양아치들을 줘 패는 장면도. 콜린 퍼스에게 간택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같이 쥐어터지고 있다 해도 어색하지 않았을 에그시의 변신도 영화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충분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성공적이었던 1편이 가진 장점들 중 좀 더 콜린 퍼스에 가까운 듯한 이야기에 집중했다. 킹스맨 모임(?)과, 코드명의 유래가 시작된 세계 제1차 대전 시절로 거슬러서. 이 시기쯤은 되어야 콜린 퍼스가 양복은 입을지언정 그 누구도 때려눕히지 않을 수 있다는 것처럼.


영화는 에그시를 상징하는 듯한 최첨단 무기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검술이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운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 덕에 조금 심심하지 않을지에 대해 우려를 가질 수도 있지만. 다행히 그렇지 않다. 오히려 고풍스럽고 미적으로 아름다운 장면들이 영화를 메우고 있다.


시리즈 자체가 가진 많은 매력들 중 "슈트"에 좀 더 치중한 사람이라면. 눈요기는 제대로 할 수 있다. 시대 설정만큼은 제대로 한 셈이니까.




그럼에도 보이는 단점들;정신이 완전히 돌아온 건 아닌 듯
사진출처:다음 영화/얘를 저렇게만 써먹고 버리다니.

유튜버 승우 아빠는 맛에도 공식이 있다고 말했다. 가령 매운탕을 끓였을 때 매콤하긴 한데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소금을 넣으면 될 것이라고 했다. 맛에도 균형이란 게 있기에 무언가가 강하면 다른 것을 채워줘야 무언가 빈다(Empty)고 느끼지 않아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것.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고풍스러운 그 무언가에 대해서는 확실히 챙겼지만. 나머지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되는 것을 챙기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점이랄까.


영화는 교훈(혹은 히어로의 책임)과 킹스맨 영화 특유의 그 키치적인 포인트에서 고민한 포인트들을 너무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소비재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 역할들을 집어넣었고. 이 인물들은 자신들의 존재감, 혹은 서사를 위해 갑자기 영화를 [1917]의 연장선으로 몰고 간다. 덕분에 영화는 조각조각 나기 시작하고 인물 간의 연결 고리는 헐거워진다.


또한 시리즈 특유의 "병맛"도 놓칠 수 없었던 감독은 라스 푸틴이라는 인물을 투입했다. 잘만 활용했다면 킹스맨 시리즈의 장점을 단 하나도 잃지 않았을 것처럼 보이지만. 감독의 욕심이 조금 더 전자에 입각했던 탓인지 그는 한바탕 칼춤을 추고는 씁쓸하게 사라져버린다. 나중을 위해서 옥스퍼드의 다리를 고쳐주는 것도 잊지 않고.


라스 푸틴을 능가하는 최종 악당이 존재해야 조금 더 나았으련만. 그는 푸틴의 의상보다도 존재감이 없었고. 반전이라 하기엔 악당 역으로 남은 인물이 그 사람밖에 없었던 턱에 추리 자체가 쓸모 없어지는 느낌이다.


또한 그 고풍스러움의 근원이 어찌 보면 "최고의 가문"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점 또한 조금은 숨 막히는 포인트다. 다시 말해 영화는 이미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너무 넣은 덕에 애초에 매운맛이 강한 매운탕이었던 셈이고. 그랬기에 그 대척점에 처한 맛을 찾기도. 무언가를 넣어 균형을 맞추기도 힘들어져버린 찌개였던 셈이다.



앞으로 괜찮을까;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한데
사진출처:다음 영화 /그 와중에 아들 너무 멋있고 난리.

최근 마블과 007 영화는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도 지능이 떨어져 보이는 실수를 저질렀다. 영화에 욱일기와 히로시마 폭탄에 대한 이야기를 실은 것이 바로 그 예.


역린.

다시 말해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을 함부로, 완벽한 이해도 없이 사용한 셈이고. 그들의 무심함은 실질적인 피해자들에게 어쩌면 2차 가해에 해당하는 상처를 주었다고 할 수도 있다.


영화가 보여준 후속편 쿠키를 보며 든 생각은 이와 비슷했다.


물론 누가 봐도 역사적으로 합당(?) 한 순서(??)였지만. 보자마자 과연 저 소재로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까지 무슨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고. 그 소재를 어떻게. 어디까지 발전시킬지는 알 수 없지만. 감독이 [킹스맨 2]에서 칭찬에 겨워 사족을 그렸다면. [킹스맨 4](?)는 사족에다 역린까지 건드려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아주 약간은 정신을 차린 것 같은 감독이 부디 짝수 편 영화에서는 반드시 망한다(?)는 징크스가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마치면서

영화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영화가 통일성이 있어 보인다거나 혹은 정확하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영화관에 걸린 영화들 중 한 편 이상은 히어로 영화가 걸리는 만큼.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영화가 진행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물론 이번 영화의 특성상 더 그러했겠지만. 어째서인지 조금은 영화 자체가 겉멋이 많이 들어있다고 느끼게 한다.



참고 1

하도 영국 발음으로 나한테 뭐 맡겨놓은 사람처럼 "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말해달라 그래서 그 뒤로 영어 할 줄 안다고 말 안 함.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한 10만 번은 말한 듯.



[이 글의 TMI]

1. 너무 춥다.ㅠ 추운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

2. 그래서 유산소 운동은 타바타 운동으로 대체.

3. 아니 그래도 이거 진짜 너무 추운 거 아니오ㅠ


#킹스맨퍼스트에이전트 #킹스맨시리즈 #최신영화 #영화추천 #주말의명화 #랄프파인즈 #해리스딕킨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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