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든 피겨스]리뷰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정말 반가웠던 3일 연휴 내내 저는 책도 많이 읽고 낮잠도 자고 복숭아와 수박도 먹으면서 신나게 보냈습니다. 오래간만에 쉬었다는 것도 기분이 좋지만. 이 3일 연휴 말고도 아직 여름휴가 일주일이 남아 있다는 것도 신납니다. 또 추석 연휴도 있으니 이래저래 조금은 긴장했던 마음이 오래간만에 좀 말랑말랑해지네요.
오늘은 3일 연휴 중 보았던 영화 [히든 피겨스]를 리뷰하는 글을 들고 왔습니다. 이 글을 끝으로(?) 저는 또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한동안 3일 쉬었던 추억으로 살겠죠. 헤헤.(대충 쉬어서 나사 풀렸다는 말)
이중 차별과 싸워야 했던 그녀들 ;지금 현재 우리는 무엇을 차별하는가.
영화에서는 그들이 처한 현실을 정말 적나라한 단어로 나타냅니다. 백인들은 그들을 유색인종(Colored people)이라고 부르는 것은 물론 자조적인 어조로 스스로를 깜둥이(Nigger)라고 지칭합니다. 이 두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서글펐을 60년대의 사람들이었지만. 세 주인공들은 여기에 여자들(Women)이라는 꼬리표를 강제로 하나 더 달아야 했습니다. 이중 차별을 받아야 했던 셈이죠.
이런 사회적인 족쇄는 주인공들이 가진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없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녀들은 스스로에게 채워진 족쇄를 자랑하며 노예로 남기를 거부합니다. 그녀들이 가진 것은 두 손, 그리고 그 손에 들린 투박한 돌덩어리밖에 없었지만 최선을 다해 족쇄가 부서질 때까지 내려치기를 멈추지 않죠.
그 당시엔 "당연한" 족쇄를 깨려고 하는 그녀들에게, 나머지 사람들이 보내는 시선은 "당연히" 냉담합니다. 너희가 그래봐야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냉소가 잔뜩 깔린 눈빛도 그녀들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피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그 누구도 자신들을 도와줄 리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겠죠.
그 누구도 겉으로 드러내 응원하지도, 할 수도 없었던 그녀들의 행동은 결국 그녀들 자신을 해방시키고 다른 흑인 여성들도 구원해 냅니다. 영화에서 도로시가(옥타비아 스펜서) colored computer room의 불을 끄는 장면처럼, 그녀들의 족쇄도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들의 손으로 직접 이룬 결과입니다.
그래도 당신들이 있어서 다행이야.;주인공들을 위한 보디가드
영화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용감한 주인공들만이 아닙니다. 주인공들 만큼이나, 혹은 그 시대 당시 주인공들보다 더 큰 모험을 해야 했던 인물들도 등장합니다.
물론 역사에서 실존했었는지. 그리고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멋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알 해리슨(케빈 코스트너)과 판사는 수없이 족쇄를 내리치느라 까지고 피가 흐르는 그녀들의 다친 손을 아주 잠시 잡아준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영화에서처럼 수월하거나 쿨하게 보이는 과정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최초라는 타이틀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녀들이 힘을 잃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이 멋있게 혹은 대단해 보이는 이유는 이미 기득권에 위치한 사람들임에도 권위에 도전하는 주인공들을 기꺼이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야 생존을 위한 투쟁이지만, 기득권에게는 주인공들의 행동이 성가실 뿐이기 때문이죠.
여기서 영화에서 인물 외에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현재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메달을 딴 선수의 머리 길이가 신경 쓰인다는 것은 페미니스트라 싸잡아 말하는 그들의 행동이 권위에 반기를 드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고. 유니폼 때문에 벌금을 매기는 것을 거부하는 행동이 까탈스럽게 보인다면 여태 그렇게 해 왔는데 왜 유난이냐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죠.
우리는 지금에 와서야 이 영화를 보면서 부당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가 저 시대에 "주류"에 속해 있었다면 저는 두 사람이 보여줬던 용기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역사에서 흑인 여성들을 싸잡아 욕하는 사람들 중 하나로 영원히 남았을 겁니다.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결국 세상을 바꿔 나갔습니다. 그들과 우리가 같은 소변색을 가졌다는 것을 빨리 알아챈 사람 만이 가능성의 창문을 더 빨리 열 수 있었던 것처럼요.
그들의 매일매일이 우주여행이었다;Ignition sequence starts.
세 주인공 모두 나사에서 매일매일 최초에 도전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일에서도, 흑인 여성으로서의 삶도. 영화가 로켓 발사에 대해 다루고 있는 점이 그녀들의 인생과 맞물리는 지점입니다.
그녀들의 매일은 마치 우주를 탐사해야 하는 것처럼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을 반드시 가야만 하는 운명이었습니다. 거기서 죽을지도, 험한 일을 당할지도,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두려움과 희망을 모두 안고 무거운 발을 한발 한 발 내디뎌야 하는 매일이었을 겁니다. 마치 하루하루를 새로운 우주를 향한 여행처럼 보냈겠죠.
흑인 여성들은 밟을 수도. 밟지도 못했던 미지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디뎠을 그 모든 순간들 덕에, 그녀들은 더 이상 백인에 가린 2인자가 아니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먼저 그들만의 우주에 첫 발을 용감하게 내딛어 최초의 타이틀을 달 자격이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녀들은 회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의 삶도 분필을 통해 정확히 계산해내고, 정확히 관리했으며, 그 믿음에 의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능력도, 인생도 모두 믿은 셈입니다.
마치면서;명대사가 쏟아진다.
영화 자체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등장인물들의 대사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박힌 대사는 누가 뭐라 해도
우리는 살아있는 불가능 그 자체다.였습니다.
지금 현재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그 어떤 것들이 정말 넘을 수 없고 없어지지도 않을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국에 영원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습니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영원해 보이는 장애물을 빨리 부스러뜨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겠죠. 작고 약해 보이는 빗물이 결국 바위를 뚫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러분의 인생에 존재하는 모든 전투와 최초의 우주여행에 건승을 빕니다. 두려움과 서러움이 환희로 바뀌는 그 순간이 오롯이 여러분을 위한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글의 TMI]
1. 연휴 동안 복숭아 100킬로는 먹은 듯
2. 간만에 한 작가님이 쓴 책을 정주행 끝냈다.
3. 시계를 안 보는 삶이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