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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Dec 31. 2021

낯선 세계로의 다이빙

첵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리뷰

김영하 작가님 믿음을 감히 제가 잠시 저버려서 죄송합니다.

매달 한 권.


생각해 보면 그다지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매주 1.5권 정도의 스케줄이 잡혀 있는 사람의 경우는 말이 조금 달라지죠. 처음엔 매번 꼬박꼬박 읽던 김영하 작가님이 하시는 [김영하 북클럽]의 책들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매달 말일 즈음에 있는 인스타 라이브를 기다리던 저도 점점 스케줄 체크를 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또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일에 지쳐 다시 책으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서재로 갔더니. 이 책이 손에 잡히더군요. 이 책을 내가 샀다고?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제서야 아 맞다.라는 외마디 탄식을 질렀습니다. 왜 샀는지도 까먹고 있었을 정도로 이미 제게서 북클럽의 책은 잊혀지고 있었던 겁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까지도 책과 독서는 제가 지칠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네요.



이게 뭔 책이람. ;책에 대한 선입견이 생겨부럿다.

처음에 책을 펼쳤을 때. 사전에 대한 내용인 것을 단숨에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쓰는 낱말들에 대한 뜻풀이가 한 페이지에 한 번씩은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와 동시에 아 지루하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책장은 더디게 넘어갔고 그 더딘 와중에도 이걸 계속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계속 책장에 매달려 있었죠.


과감히(?) 책을 덮었습니다. 그 길로 이 책은 제게서 잠시 잊혔습니다. 그리고 다시 집어 들어 읽기 시작한 초반만 해도 그다지 재밌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책을 두 번 읽는 일은 잘 없기 때문에, 두 번째까지도 이렇게 느끼자 저는 사전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책이고 단어의 참뜻을 풀이해 놓은 책이려나.는 생각을 하며 심드렁하게 제 마음속의 장벽을 차곡차곡 쌓아갔습니다.


이번에 덮으면 두 번 다시 읽지 않을 것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저는 이 책을 다루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왜 나는 이 책을 잘 읽지 못하는가.라는 의문을 장착하고 책을 뜯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제가 가진 모든 답답함들이 단숨에 정리되더라고요.


답은 매우 명확했습니다.


이 책의 구성이 낯설기 때문이죠.


시중에 나와있는 책 중 사전을 만드는 과정, 혹은 사전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사전을 만드는 사람에 집중한 책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게다가 한국 사전도 아닌 일본 사전 이야기이기에, 그 나라의 문화와 더불어 생경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애초에 책을 쓰기 위한 소재로 사전을 택한 것이 아닌, 실제 일본에서 있었던 다큐멘터리 형식을 책으로 가져온 것이라 더욱 마음을 열 수 없었죠.


이것만 받아들이면 제가 앞부분만 두세 번 읽는 불상사도 피할 수 있었고 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오래 시달리는 일도 없었을 텐데. 제가 정말 어지간히 피곤하긴 했나 봅니다.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어요. 하마터면 책 한 권을 읽지도 않고 그냥 지나칠 뻔했습니다.




연탄처럼 모든 것을 불태웠던  두 천재의 이야기 ;거기에 숨은 이야기들 
사진출처:국민일보/마치 자강두천의 이야기 같은 책입니다.

마의 앞부분을 넘어서고 나면. 책은 우리가 매우 좋아하는 갈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로 치자면 [해어화],[상의원] 혹은 [프레스티지]와 비슷한 구성입니다. 사전 만드는 것, 혹은 단어와 말에 집착하고 사랑했던 두 천재(?)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서로의 스타일이 정말 극과 극인 두 사람의 이야기라서 읽는 내내 두 사람의 싸움 사이에 투명 인간이 되어 가만히 그 상황을 지켜보는 것만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두 사람의 인생은 마치 연탄 같습니다. 자신을 태우는 삶이었죠. 그들은 평생 자신들이 만들 사전에 모든 것을 걸고 기꺼이 타들어가는 날들을 살았습니다. 그걸 느끼면서 책이 점점 재밌어졌죠. 동시에 반성하는 마음도 그만큼 커져갔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정말 다른 색깔로 다가옵니다. 그에 따라 그들이 써 내려가는 사전 역시 그들의 색에 물들어가죠. 나중엔 점점 두 사람 인생의 굴곡도 함께 담고 있는 책으로 스펙트럼을 넓혀갑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치려 했던 제게 아마도 무슨 이야기든 마음의 장벽을 낮추고 일단 들어보라고 말하는 듯한 책이었습니다. 김영하 작가님 그냥 사랑합니다.



가려진 말들;전해져야 했던 말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를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옆집 사람을 용의자로 생각해 그를 관찰하기 시작했죠. 옆집 사람은 도끼 도둑처럼 걸었고, 도끼 도둑처럼 생겼으며. 도끼 도둑처럼 말하고 웃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이 자신의 도끼를 헛간에서 찾게 되었죠. 그리고 다시 옆집 사람을 보았을 때 그는 보통 사람처럼 걸었고, 보통 사람처럼 생겼으며 보통 사람처럼 말하고 웃었다고 했죠.


누군가를 오해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의미입니다. 스스로 만든 지옥에서 미친 듯이 헤매고 빠져나오지 못하죠. 하물며 말을 연구하기 때문에 말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그 두 사람 역시 서로의 말에, 서로의 행동에 상처받았었죠. 그리고 사이가 멀어진 두 사람 사이에 미처 전해지지 못했던 말들이 그 두 사람이 멀어졌던 간극 사이에 시간과 함께 쌓이고 쌓여 있었죠. 그들의 오해, 혹은 기회는 그들에게 절대 닿지 못했지만 반드시 닿았어야 할 편지 같은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책이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서로에 대한 진심, 혹은 이해를 하게 되고, 그들 역시 인생을 걸고 만들었던 각각의 사전은 하나로 합쳐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서로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자신에게서 서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할 때였을까요 혹은 이미 서로가 그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그저 그때만큼은 파워게임에서 지기 싫어서였을까요.



마치면서 ;오늘도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요새 일상이 참 피곤합니다.


정신 차려보면 며칠씩 훅훅 지나가있죠.


가끔은 화가 나고, 가끔은 제가 불쌍하고. 또 가끔은 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제가 살아가는 현재는 나중에 제 사전 안에 어떤 단어로 남을지. 그리고 그 같은 단어를 제가 훗날 다시 봤을 때 어떤 느낌과 정의를 내릴지. 제 인생도 나중에는 지금 그렇게도 싫어하고 힘들어하던 것을 받아들여줄지.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이 글의 TMI]

1. 샐러드용으로 산 생모짜렐라를 떡볶이에 얹어먹음. 하...역시ㅠㅠ

2. 체력 바닥. 이 정도면 심각하다.

3.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너무 달았다. 한동안은 안 먹을 듯.

4. 인생 노잼시기가 약간 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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