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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Jan 04. 2022

잊기 위한 전쟁

책 [몸은 기억한다]리뷰

책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최근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책의 트렌드가 참 많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몸이 부서져라 노오력 하라는 말만 해대던 책들은 사라지고 괜찮으니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책들이 많아졌죠.


나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니 나를 돌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단순하지만 당연한 진리를 우리는 너무 잊고 살았습니다. 모든 게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며 삿대질을 하던 시대가 그렇게 저희를 아프게 하고 지나간 뒤 찾아온 것은 바로 정신과에 길게 늘어진 진료 대기줄 일 겁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다들 숨겨놓고 쌓아두기만 하던 내면의 아픔들을 이제는 드러내도 흠이 아닌 시대가 다행히 왔기에 더더욱.(참고 1)


덕분에 많은 것이 변하긴 했습니다. 일상에 트라우마라던가. PTSD라는 단어가 자리 잡았고 완벽하게는 아닐지라도 다들 어느 정도 뜻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또한 다른 사람뿐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어서도 그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도 생겼습니다.


물론 자신의 마음 챙김을 통해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성과입니다. 그조차도 해낼 수 없을 만큼 아프고 여린 마음을 겨우겨우 추슬러가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도 아직 많으니까요.


그러나 한 번 용기를 내어 아주 작지만 확실한 창을 뚫은 사람은 알죠. 자신에게 금지당한. 자의와 타의에 의해 금지된 그 햇빛이 주는 따스함은 자신의 눅눅한 마음도 말려줄 것만 같다는 것을 말입니다. 스스로 뚫은 그 구멍으로 들어오는 햇빛 덕에, 어떤 사람들은 용기를 내기로 마음먹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힘든 마음과 심리를 인정하고, 치유하기 위한 슬픈 여정을 떠나기로 말이죠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열게 하는 것도. 그 사람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쪽도. 해내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양쪽 다 진심이어야 하고 양쪽 다 더딘 속도를 인정해야 하며 양쪽 다 그 과정에서 오는 자신의 "지질함"을 받아들이어야만 합니다. 모든 것을 극복했노라 말하는 유명인들의 말이 거짓말 같기만 할 때도 있을 만큼 우울한 날의 연속이기도 하죠. 과연 나아지긴 할까?라는 근원적인 의문도 함께 올 것이고요.



사진출처:보그 코리아

가장 대표적인 예로 오프라 윈프리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던 유년 시절을 보낸 그녀는 자신이 모든 불행에 무릎 꿇지 않았음을 온 세상에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겪었던 상처들을 다 잊은 것만 같아 보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을 학대하고 못살게 했던 아버지를 보자마자 아무 말도 할 수 없이 그의 앞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하기도 했죠. 잊었다 생각했지만. 어쩌면 마음도 몸도 완전히 잊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리고 그녀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그 힘든 여정을 기꺼이 하겠노라 마음먹었습니다. 그 과정이 분명 힘들고 짜증 나고 바보 같겠지만. 그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남은 인생을 절망에서 살게 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프라 윈프리를 위대하게 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그 포인트입니다. 실패하고 힘들 것을 각오하고 내딛는 단 한 걸음.


우리도 그러합니다. 회사를 그만두게 했던 원흉이 되는 사람이나, 자신이 두려워하는 그 무언가와 맞닥뜨리게 되면. 도망가라고 머리에서는 그렇게 소리치지만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거나. 혹은 이제는 하지 않아도 되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마치 오프라 윈프리처럼 말이죠.


심리적 상처가 뇌뿐만이 아니라 몸까지 길들여버린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책의 핵심이자 우리가 고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하죠. . 괜히 배우자가 자신에게 손찌검하는 행동만 해도 이혼하라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때리는 쪽도. 맞는 쪽도. 결국에는 벗어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관계는 탁구와도 같죠. 치는 쪽이 있으면 받아주는 쪽도 있어야 합니다. 외롭지 않은 탁구였습니다.

저는 자신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은 용감한 사람들과 두 달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제게 가장 내밀한 이야기부터 가장 "지질한"모습도 과감 없이 보였습니다. 그분들 안에 숨은 것을 끌어내기 위해 저 역시 최선을 다해야 했습니다. 앞서 말 한 것처럼 양쪽 다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그분들의 모습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변화 또한 찾아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글이 달라졌고. 생각을 담은 문장이 단단해졌으며. 눈빛이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희는 트라우마와 뇌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우리의 무의식으로 들어가 자신을 볼 예정입니다. 마치 인셉션처럼 말이죠. 우리의 숨은 무의식 속에 들어가 상처의 근원은 어떻게 생겼는지 볼 예정입니다.


더 치열하고 비열한 전투들이 저희를 기다리겠지만. 잊기 위한 전쟁은 계속될 겁니다. 우리가 그 아픔들에 더 이상 바보처럼 또다시 무릎 꿇지 않고 웃어넘길 수 있는 그날까지 말입니다.



참고 1

만약 정신과 다닌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이 있거나 네가 약한 거다 이딴 말씀하시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냥 인연을 끊으시면 됩니다.


[이 글의 TMI]

1. 쉴 시간도 별로 없었고 진짜 매주 체력의 끝을 경험하게 했지만. 오히려 내가 배운 게 많은 모임이었다.

2. 고기 먹고 싶어서 쓱 배송 시켰는데 아니 고기가 품절이면 마트 문을 닫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3. 그래서 다 귀찮아서 그냥 라면 먹음.ㅠ

4. 하. 내 한 끼 돌려내.ㅠ


#몸은기억한다 #심리모임 #위아크 #독서 #도서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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