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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Dec 31. 2021

에미야, 국이 짜다.

책 [완전한 행복]리뷰

사진출처:알라딘/기대는 하지 않았다.

몇 년간 소설을 읽지 않았습니다.


내 인생이 더 소설 같고 기구한데 소설 따위 필요 없다는 생각과 소설을 읽는다는 건 시간 낭비라는 건방진 생각으로 버텼죠. 그러나 손원평 작가님의 [아몬드]를 시작으로 다시 제 돈은 알라딘 소설 분야로 쭉쭉 흘러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소설엔 제 마음을 때리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친절히 자신의 속마음과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우리에게 이런 세계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잊고 있었던 그 세계의 아름다움은 제가 그곳으로 가는 티켓을 무시한 세월만큼이나 더 커졌죠. 저는 한동안 잊고 살았던 세계에 흠뻑 빠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고 돌아. 늘 누군가의 머릿속에 무언가를 남긴다는 정유정 작가님의 책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7년의 밤]외의 책은 읽지 않았지만 그 책은 제게 꽤 대단했기에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죠. 그래서 기꺼이 [완전한 행복]을 샀습니다. 예약본을 못 산 것을 나중에 후회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할 만큼 아주 기꺼이.


결과적으로는 제게 그다지 좋은 인상은 남기지 않았습니다. 예약판매가 풀린 후에 제가 샀을 때 이미 하루 사이에 9쇄가 넘는 책을 팔아치운 대단한 책이었지만요.




빌드업에 실패한 듯 보이는 인물들;자기애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어.
사진 출처:구글 이투데이/뭔가 형태는 비슷한데 어설퍼요.

책 [완전한 행복]은 스릴러에 가까운 책입니다. 무서움을 영상이나 음악이 아닌 문장으로 표현해야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소설은 독자의 상상력을 끌어와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합니다. 물론 그것이 쉽지는 않지만, 만약 모든 것이 찰떡같이 맞아떨어질 경우, 책에 묘사된 모든 것들은 상상력의 깊이만큼이나 증폭되는 결과를 얻게 됩니다. 마치 해리포터 배우 오디션 장에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들어섰을 때 모두들 그래 얘야!!라는 말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게 되는 것처럼요. (참고 1)


이 책의 주인공은 행복에 대한 강박과 자기애(Self loving)가 심한 인물입니다. 자신이 강박을 갖고 있는 이 두 가지를 위해 주변 사람들을 기꺼이 희생합니다. 마치 자신이 은혜를 베풀듯이 말이죠. 누가 봐도 여왕벌 같을게 뻔한 인물과 그로 인해 피해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얼마나 잘 그려냈을지가 아마도 이 소설을 잘 끌어갈 성패였을 겁니다.


아마도 그 부분에서 실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에게 두려움을 입력시켜줘야 할 인물인 유나(엄마)가 전혀 무섭지 않아요. 그냥 생떼 쓰는 어린이 같습니다. 분노하는 포인트는 정해져 있었지만. 그 분노를 끓어오르게 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느껴집니다. 유나가 악을 쓰는 부분도 마음에 그다지 와닿지 않았습니다. 이러니 주인공에 대한 두려움은커녕 긴장 구조도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 정도에서 느낄 수 있는 뻔뻔함, 혹은 당당함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주변 인물들 역시 유나에게 휘둘리거나 가스라이팅 당하는 것을 잘 보여주기보다 그냥 맥없이 나옵니다. 유나에게 가장 많은 고통을 직접적으로 받았을 딸 지유 역시 그랬습니다. 무서움이나 두려움을 넘어 그 어린 나이에 체념을 경험하고 있는 캐릭터라고 하기 보다 작가님이 글을 쓰는 대로 움직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서사도 문제인 거 같다. ;말이 너무 많아. 
상상을 할 틈이 없었습니다. 다 말로 풀어주시느라.

플롯을 완벽하게 밝히지 않기 위해 사건을 섞어 놓는 것은 언제나 있는 일이죠. 그 사이사이에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것도 그다지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걸 잘 엮어야죠. 지루할 때 즈음 이런 사건을.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아는 사람이. 연결 다리가 적절한 때 적절하게 있어야 하는데 별로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조금 지루했어요. 책장은 잘 넘어가지만 궁금해서라기보다 예측 가능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확인 정도 하며 넘어갈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시점도 조금은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유나의 시선이 아닌 주변 인물의 시선으로 거의 모든 것을 봅니다. 악한 인물에게서 물들어버린 사람들을 통해 유나의 악행을 더 도드라지게 하려 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인물 빌드업에서 실패한 것 같아 제겐 그 서술도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뒷부분에 모든 것을 모아 터뜨리기 위해 전개가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떡밥 회수를 위해 구조가 엉망이 되는 속도도 조금씩 빨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미 결말은 정해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놀랍게도 제가 생각했던 결말과 완전히 일치했습니다. 거기서 오는 여운이랄까요. 그 한 꺼풀 정도만 남았습니다.



소설보다 현실이 끔찍한 순간이 드디어 와 버렸다. ;그리고 이번 생은 망했어. 
사진출처:연합뉴스/모자이크 했습니다.

이 책은 고유정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입니다. 모티브라고 하기 보다 큰 줄기는 거의 동일하죠. 그 사실을 책을 읽던 중반에 알게 되었습니다.(참고 2) 그런데 참 이상하죠. 똑같은 사건을 다뤘는데 이 책은 전혀 무섭지 않았고. 이제 소설보다 현실에서 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게 무서웠거든요. 책장을 덮고서도 이 생각에 입맛이 텁텁했습니다. 가장 좋아했던 분야인 소설이 이제 점점 제게서 멀어져 가는 것만 같아서요.


누구에게 공감을 못 하는 현상이 더 심해져서 병원에 가야 할 타이밍이 되었나 싶었지만. 그러기에 저는 CF에서 치킨을 먹는 사람들에게 극대노 하고 있었고 저걸 찍어 먹어야지 그냥 먹네.라고 훈수를 두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아직 멀쩡한 걸 보니. 이 책은 제겐 영 아니었다는 결론만 남네요.




마치면서

한때 베스트셀러에 집착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많이 팔렸으니 좋은 책 일 거라는 오류에 빠져있었죠. 그러다 아주 조금씩 완독하는 책이 많아지면서 취향이란 게 생겨버린 저는 그 공식이 정답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좋은 책은 어디 있냐. 어떤 책을 읽어야 하냐고 물으실 모든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책은 자신에게 맞는 책이 좋은 책입니다. 누군가 싫어한다고 해서 나쁜 책이 아닙니다. 나는 아직 이 분야의 책은 어려워서 못 읽겠다고 해서 그 책을 읽어내려가는 사람과 자신을 비교할 이유도 없고 자존감을 스스로 깎아내리실 필요도 없습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취향은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선호(Preference)만 있을 뿐이죠.


참고 1

실제로 오디션장에서 그랬다고 알려짐. 작가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책은 그럭저럭 재밌게 봤음.


참고 2

커피숍에서 이 책을 보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본 한 여자분이 저 책 저거 그 사건 모티브래.라고 해서 알게 됨. 얼굴 썩은 게 마스크 너머로도 보이셨는지 별론가...라며 자꾸 내 반응을 관찰하심. 뭘 봐요.


[이 글의 TMI]

1. 피자를 먹을까 말까 백번 고민했지만 참아냈다. 장하다 내자신.

2. 아킬레스건이 너무 아파 오늘 걷는 게 너무 힘들었음.

3. 내일은 오래간만에 영화 보러 가는데 다리 아프면 못 감.

4. 불앞에 있기 싫은 나의 선택=(냉면육수+김치 잘게 썬 것+묵)x김가루

5. 오늘 코로나 백신 이상 현상 때문에 집에서 하루 쉼. 오예


#완전한행복 #정유정 #도서 #책 #책추천 #베스트셀러 #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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