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수형, 전 그냥 이렇게 살게요.
현재 대출 이자 570,000원이 연체 중이오니 통장 잔고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집은 아빠가 모기지론 할부금을 내지만 명의는 나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고향을 떠난 생활을 꽤 오래 해오고 있다. 다시 말해 나는 주택 소유주이지만 실질적인 채무의 의무(?)는 아빠에게 있는 셈이다. 그런데 아빠가 기한을 맞춰 할부금을 내지 않으면, 나는 이렇게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연체 중이니 돈 달라는 문자를 받게 되곤 했다.
연체가 되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이런 독촉 문자에 시달리게 된다. 그나마 이런 문자에만 시 달리는 건 괜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젠틀한 경고 또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자비를 베풀지 않게 된다.
카드 사용 제한은 물론이고 핸드폰 소액결제는 물론 체크카드마저도 쓸 수가 없게 된다. 신용 등급이 10점 만점에 10점에 가까워지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아빠에 대한 분노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고로. 경제활동 관련한 모든 손과 발이 묶이는 셈이다.
이렇게 손발이 묶이고 나서야 머리를 굴려가며 소비를 하게 된다. 하다 못해 샴푸를 하나 사게 되더라도 스스로에게 묻는 지경까지 이른다.
이것이 정말 필요한지.
그리고 이번 달에, 지금 시점에 꼭 사야 하는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는지.
그렇게 되고 나면.
말 그대로 그 지경까지 가고 나면.
이 가뭄 같은 상황에 그나마 아주 짧지만 강렬한 해결책을 주게 될, 하지만 아직 2주나 남은 월급날을 기다리다 보면. 그제야 알게 된다. 자신의 소비가 얼마나 쓸모없는 것들로 이뤄져 있었는지를.
사 먹지 않았어도 되는 편의점 간식들,
두 번 입어보고 결국 새 걸레로 위치를 탈바꿈하게 될 옷들.
스스로를 위로한다며 먹어댄 야식 비용들.
욜로 라이프를 부르짖으며 질러댄 가지도 않을 취미활동 관련 비용.
세일한다는 이유로 샀지만 정작 왜 샀는지, 어디에 쓸 것인지 생각하지 못한 물건들.
그리고 이 정도는 써야 품위유지가 되지 라며 써제낀 모든 것들이 생각나며 괴로워진다.
작은 돈을 아끼지 못하면, 절대 큰돈을 만들지 못한다. 티끌 모아 티끌이라고 박명수는 말했지만. 결국은 그 티끌들이 모여 당신이 손톱을 물어뜯게 만드는 몇백만 원의 카드값이 된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라며 소비한 모든 것들이, 결국은 당신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속지 말자. 생각보다 티끌의 힘은 매우 크다.
다음주 예고
진짜 이렇게까지 아끼면서 살아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