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을 모으면 진짜 태산이 됩니다.(1)
차 없음. 걸어 다님. 운동화. 늘 같은, 혹은 비슷한 옷. 낡아 보이고 오래되어 보이는 소지품들. 한 달 용돈 식비 포함 30만 원.
사회적으로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의 나이 때인 내가 가진 첫인상들을 나열하자면 아마 이 정도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나는 저런 삶을 살고 있다. 꾸미는 대신 깔끔하게 하고 다니기로 다짐하고, 점심값이 아까워 도시락을 싸고, 3~5Km 이하의 거리는 걸어 다닌다.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가계부는 꼼꼼하게 쓰고 분석해 보려고 이리 고치고 저리 고치며 내게 맞는 형식을 찾으려 지금도 고민 중이다. (엑셀로 관리 중)
고정적으로 나가는 보험, 통신요금 등을 제외하면 내게 허락되는 돈은 한 달 기준 약 30만 원.
나의 이런 생활 패턴을 꿰고 있는 사람이건 처음 만나 이런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건 늘 내게 물어보는 가장 상위의 질문은 정해져 있는 듯하다.
그렇게 살아서 행복하세요? 혹은 무슨 재미로 사세요? 진짜 그렇게 까지 아껴야 해요?이다.
가끔 놀러도 가고. 가끔 자기 위로를 위한 지출도 하고. 오늘을 위해 사는 것이 더 맞는 것 아니에요? 너무 궁상맞게 보여요. 등등.
물론 그 말에 일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나이에 누리면 효과가 더 큰 이벤트들도 존재한다. 그것이 그 사람의 취향에 따라 여행이 될 수도 있고, 수집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매하는 것 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분에 따른 계획 없는 지출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무간도보다 더 지옥 같은 회사를 노예가 된 심정으로 다니는 것과 철저한 금전적 계획 아래에 그런 삶을 누리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리고. 정녕 가끔입니까 휴먼?)
모든 것은 trade off다.
물론 자신이 건물주라던지 자기가 고니 같은 타짜라던지 한다면 말이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돈을 모으려는 마음이 있다면, 합당한 노력 정도는 반드시 해야 한다. 또한 평생 20~30대의 몸 상태를 유지하며 돈을 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한 푼이라도 쓸데없는 곳에 쓰이는 돈을 줄이는 것이 은퇴 후에, 혹은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데 조금이나마 더 수월할 수 있다.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이 직장이, 이 회사가, 내 직업이. 영원하지 않은 것도 말해야 무엇하겠는가.
마치 지금의 월급과 젊음이 영원할 것만 같은 느슨한 생각으로 남들도 이렇게 즐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할거 다 하고 살 것들 다 사고 난 뒤에야 돈이 없어 저금을 할 수 없다, 월급이 적다 등의 말을 해서는 안된다.
또 하나.
자신의 의지로 지출하는 삶을 선택했다면 남을 부러워하거나 시기하지는 말아야 한다. 남이 이걸 해서 돈 벌었다더라.이만큼을 모았다더라고 하면 너는 나보다 돈을 많이 버니까(혹은 돈이 많으니까) 네가 돈 내.라는 삶의 태도를 취해서는 안된다. 적어도 그 사람은 당신의 그런 측은한 눈빛을 견디는 노력을 수년간 해 낸 결과로 그 돈을 모은 사람이다.
그러니 요점은 매번 탓만 하지 말고 해결책을 찾으란 소리다.
추신.
소비를 해야 경제가 돌아가지 않아요?라고 생각하지 말자.
당신 한 사람 월급 수준의 소비로 한 나라의 경제가 좌지우지되는 곳은 부루마불 속 유니버스 밖엔 없다.
다음주 예고
90년대생의 카드값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