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크리트 마켓] 리뷰
이 글은 영화 [콘크리트 마켓]과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소재라는데는 의견이 없다. 재앙 앞에서 모든 사람이 공평해진다는 설정과 그 속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로 이뤄진 사회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리고 그 안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기심과 배타심으로 인해, 영탁(이병헌)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 영화가 가진 펀치라는 것에도 불만은 없었다. 그러니 전작(?)인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콘크리트 마켓]이 이번에는 어떤 비틀린 것들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가 될 수밖에.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같은 것이라곤 황궁 아파트라는 이름뿐. 꼭 세계관 확장이라는 말을 써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층계로 나눠진 계급사회에 대해서는 영화 [하이 라이즈], [설국 열차], 그리고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로 이미 맛본 바 있고. 재앙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사회의 위계가 뒤집힌다는 것도 [슬픔의 삼각형]을 통해 이미 통렬히 느낀 적 있다. 그렇기에 마지막에 가서야 8층 사람들의 손에 의해 얼굴이 짓이겨지는 박상용(정만식)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충분히 의도했는지는 알 수 있으나 여기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카타르시스가 아닌 급작스러움에 가깝다. 전복의 핵심이 되는 8층의 여자들은 영화 내내 제대로 된 언급도 없었을뿐더러, 마지막의 독약 처방을 위한 실마리는 그녀들의 말 한마디로 퉁쳐버렸으니까. 그러니 영화가 속 보이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이렇게 큰 실망(?)을 느끼게 하는 데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괴리감도 한몫을 한다. 오히려 전반부는 꽤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고, 주(main) 사건과 부(sub) 사건이 함께 일어나면 긴장감만큼은 괜찮겠다.라고 생각될 만큼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후반부로 달리는 동안, 영화는 희로(이재인)의 책략들을 시간적으로 묘사하자면, 점층적인 것이 아닌, 일직선으로만 보여준다.
이로 인해 긴장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떨어지고, 늘어진 시간만큼이나 후반부는 오히려 얼렁뚱땅 해치워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또한 희로가 이 아파트에 눌러앉게 되는 원인이 세희(최정운)의 건강에 좀 더 집중되는 순간부터, 그녀의 진짜 목적이 무엇이었지?라는 의문도 함께 들기 시작한다.
이러니 숱한 레퍼런스들에 견주어 보았을 때 차별화되는 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도 답을 할 수 없게 된다. 황궁 아파트라는 이름 외에는.
영화는 매우 안전한 선택들로 가득하다.
기왕 모든 것이 망했다(?)는 설정을 택했다면 안전한 것은 황궁 아파트 하나이면 족할 텐데. 영화 전체가 안전한 선택을 하다니.
물론 실패가 없을 것이다. 아니. 실패가 적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이 실패 적은 안전함이 다른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이 영화를 선택하게 할 끌리는 요인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회피형과의 연애 같달까. 건드리지 않을 때는 그럭저럭 견딜 만 하지만. 이런 약점을 콕 짚어버리면 두 번 다시는 동굴에 들어간 그 사람을 볼 수 없을 것 같은.
[이 글을 읽고 남긴 메모]
황궁아파트 세상 이용당했네/전후반부 너무 달라서 늘어진다ㅠ/그래서 얘, 이 아파트에서 뭘 하겠다는 거야/높낮이로 표현하는 건 이제 좀 식상함/레퍼런스들이랑 다른 게 뭘까/스팸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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