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직장상사 길들이기] 리뷰
이 글은 영화 [직장상사 길들이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무인도에 떨어진 두 앙숙. 그곳에서 전복되는 사회적인 지위. 두 사람의 사이에서 변수 혹은 반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남자와 여자라는 설정. 그리고 감독 샘 레이미. 이 모든 것이 합쳐진 영화라면 좀 더 잔혹한 버전의 [슬픔의 삼각형] 정도 될 것이란 계산은 꽤 빨리 나온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마자, 기시감은 그들의 무대가 될 무인도의 파도처럼 밀려오기 시작한다. 이 진부함의 파도에 예비 관객들이 휩쓸려 떠내려가는 바람에 영화관에 못 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영화는 애초에 만능 부적 한 장을 떡 하고 붙인 채 시작한다. 딱 네 글자가 적힌.
B급영화.
이 부적의 힘은 참 대단하다. 작품에 대한 기대가 조금은 날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정도의 허술함이나 전형적인 부분이 영화 속에서 보인다 하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할 각오까지 생기니까. 그렇게 물 한 방울 묻지 않은 데다 온순해지기까지 한 관객들을 앞에 두고. 감독은 그 뻔한 밀키트의 봉투를 뜯으며 씩 웃는다.
샘 레이미가 풀어낸 영화는 마치 김풍의 요리를 닮아있다. 뻔한 맛을 아는 맛으로. 아는 맛을 깊은 맛으로 속이고도(?) 남을 만한 킥들이 도처에 가득하다. 덕분에 영화는 뻔한 것들을 익숙함으로 바꾸고. 관객이 그 익숙함 속에서 조금의 안정을 느낀다 싶을 때쯤 상상도 못 한 변주로 허를 찌른다. 결국 감독은 포장지만 보아도 맛을 알 것만 같았던 이야기에 자신의 명함을 완벽하게 박아 넣어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작품임을 증명한다.
그 덕에 우리는 마치 손종원의 요리처럼 어렵게만, 혹은 포장된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할까 봐 조금은 불안해했던 예술적인 영화를 보는 듯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다. 린다(레이첼 맥아담스)와 브래들리(딜런 오브라이언)의 다툼을 쫓는 거친 카메라의 움직임도, 조금은 급작스러운 엔딩도. 이 정도면 충분히 즐겼다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김풍 요리처럼. 우리는 영화를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재밌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흐뭇하게 웃으며 영화관을 나올 수 있게 된다. 거창한 것을 하겠다.(느좋 셰프 비하 아님)가 아닌 내 식대로 풀어내겠다.라는 의도를 가진 사람이 가지고 나온 결과물을 향한 칭찬이라고나 할까. 앙금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 걸음을 옮기며, 문득 이러니 손종원이 김풍에게 질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추신.
그녀의 마지막 모습도 참 인상 깊다. 분명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던 브래들리를 쏙 빼닮은 모습을 하고서. 그녀는 언제 깨질지도 모르는 자신의 행복을 기꺼이 즐기려는 듯한 각오를 내비친다. 또 다른 가짜가 승리한 모습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끼게 하는 것 까지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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