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서사, 더 이상 잘못 쓰여서는 안 된다.

영화 [프로젝트 Y] 리뷰

by Munalogi

이 글은 영화 [프로젝트 Y]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여성 서사라는 단어를 망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물론 비켜나갈 때도 많지만, 슬픈 예감은 아쉽게도 틀리지 않는 경우가 참 많다. 이 영화의 홍보 문구들 중 가장 나를 화나게 하는 말이 되겠지만, 그러면서도 가장 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으게 할 문장은 뭐니 뭐니 해도 “여성 서사‘를 앞세운 문장이 될 것이다.


여성 서사라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특히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유달리 여자들이 주연을 꿰차면 매우 후하게 이런 타이틀을 영화에 달아주곤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영화는 여태 나온 모든 영화를 합쳐보아도 여성 서사에서 가장 먼 작품이 되고도 남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이 감독의 머릿속에 있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 매우 불쾌하지만, 아무리 감독의 편협한 시각을 참아준다 해도 결국 이 영화의 손을 들어줄 수 없게 만드는 장면은. 바로 미선(한소희)과 도경(전종서)이 함께 일하는 친구들의 마이킹을 갚아준 뒤의 서사(?)이다. 두 사람 때문에 재산에 큰 손실을 본 토사장(김성철)은 공범인 둘의 친구들을 다시 잡아온다. 거기까지는 어쩌면 당연한 서사다. 그러나 친구들을 잡아 온 경로가 정말 기가 막힌다. 다른 가게에서 일하고 있던 걸 잡아왔단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토사장은 영화 속에서 결벽증을 기본으로 탑재한, 소위 무지막지한 사람으로 나온다. 대체 왜 저렇게 매번 화가 나 있는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에 성난 이를 드러낸다. 게다가 업장도 여러 개를 갖고 있는 설정이라면. 이런 사장에게서 갚을 빚이 없어졌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행동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도망밖엔 없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 그것도 자기 수족 두 명만 부리면 우르르 잡아올 수 있는 거리에서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니.


혹자는 이들이 얼마나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인지를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친다.


첫째. 영화 속에서도 잠깐 언급되었듯이, 미선은 몇 년 동안 매우 악착같이 일을 해서 꽃집과 오피스텔을 구입할 경제적 터전을 마련한다. 그 악착같이 라는 단어와 반대로 살려면, 지정된 샵에서 꾸밈비를 써야 하고, 옷을 사 입어야 하며, 담배도 자신의 돈으로 사서 피워야 함을 의미한다. 심지어 2차라고 불리는 현장에도 내몰려야 한다. 또한 익히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도 학습했듯이, 근무지나 거처를 자주 옮기는 직업군의 특성상, 보통 사람들이 치러야 하는 값보다도 더 많은 추가비용을 내고 거주처를 마련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마이킹이 없이 미선처럼 삶의 근간을 마련하려면, 텐프로의 에이스라는 설정을 달고서도 몇 년을 죽어라 노력해야 겨우 돈을 모을 수 있는 구조라는 말이 된다.


둘째. 과연 정말로 미선과 도경의 인생이 “밑바닥”이냐.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 스포츠 토토 사기와 전세 사기를 통해 남은 꽃집 잔금을 모두 잃었다는 설정을 제외한다면. 오히려 둘의 인생은 잔잔한 쪽에 속한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에서처럼 당장 갚아야 할 빚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온갖 묘수를 다 써야 할 만큼의 낭비벽이 있는 것도 아니며. 누군가를 속이고 또 속이며 살았기에 자신이 내뱉은 모든 덫들을 기억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밑바닥 인생으로 불릴만한 근거는 단 하나. 그들의 직업뿐이다.


결론적으로. 이 설정 하나 만으로도 감독이 얼마나 화류계 여성들을 바닥으로 보고 있는지. 또한 마이킹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전혀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어이없는 설정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니 극 중 미선이 꽃집에서 일하는 모습이 마치 남성들이 걸러야 하는 직업군 중 하나에 속해있는 여자들처럼 느껴지고. 이는 또 다른 불쾌감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그뿐인가.

배우 김신록은 은퇴한 텐프로 에이스이면서 동시에 미선과 도경의 엄마인 최가영으로 분한다. 그것도 도경에게는 생물학적인 엄마인 것으로. 자신의 죽음을 그리고 딸들의 위험을 직감적으로 알아챈 그녀는 일부러 딸을 밀어내는 행동을 하며 그녀들을 자신의 목숨으로 지켜내는 역할을 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미선이 혹시라도 토사장에게 들켜 해코지를 당할까 봐, 그녀는 영화가 가진 허점을 대변이라도 하듯, 근본 없이 갑자기 등장한 원유 구덩이 속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한다.


이쯤 가니 지긋지긋하다 못해 한숨조차 나오지 않을 지경이다. 대체 제작자들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여자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화류계가 아니면 엄마라니.


결국 이 영화는 다수의 여성을 등장시켰을 뿐. 그 어떤 장면에서도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밑바닥 인생을 탈출하기 위한 그녀들의 고군분투는 감독의 오만하고 편협한 생각으로 인해 러닝타임 내내 불쾌감만을 던진다. 단 한 번도 착취당하는 입장에 있어보지 못한 이의 눈으로 바라본 지리멸렬한 이야기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허황되고 천박하다.


그러니 내가 이 영화에게 마지막으로 줄 수 있다는 것이라곤, 혹평밖에 없다.


추신.

누군가는 그녀들이 이 바닥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 의지가 약해서라고 말한다. 빚을 갚기 위해 들어왔다가 빚을 더 지게 되는 것이 어떤 구조인지. 모바일 고스톱 외엔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 당신들은 착취가 무엇인지. 절대 알지 못한다.

줄 수 있는 게 혹평밖에 없다.


[추천 도서]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이 글의 TMI]

집 앞 영화관이 결국 폐업을 했다. 동선에 대대적인 수정이 생겨서 불편하기도 했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점점 더 영화 보러 가는 것을 귀찮아하지는 않을까 하는 알 수 없는 의협심도 생겼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느낀 감정은. 의리라는 것을 혼자 지킨다고 괴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관객이 영화관을 찾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우선 영화를 만들기 전에 생각을 먼저 해야만 한다. 좋은 작품이라면. 관객은 영화관을 드나들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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