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자국 있는 말티즈가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리뷰

by Munalogi

이 글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image.png 사진출처:다음 영화

웬만하면 후회를 하지 않는 편이다. 그것이 과거의 나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그 길을 담담하게 걸어온 현재의 나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내가 배우 박지훈의 존재를 모르고 여태껏 살았다는 사실은 내게 꽤 큰 충격이자 후회에 가까운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그만큼 그의 역할은 작품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 유배지로 가는 마지막 길목에서, 자신의 신세처럼 두 동강이 난 뗏목 사이로 간신히 서 있는 박지훈을 보는 순간. 정말로 단종이 살아있었다면. 저런 표정을 지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려왔다.


왜소하고 작아진 그의 몸과 마음 안에 갇힌 분노가 토해지는 순간들마다, 억울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향한 미움도 함께 분출하고 있는 것 같아 애처롭고 또 가여웠다. 아무리 질러내도 바닥을 보이지 않을 그의 어지러운 마음은 얼굴 낯빛마저도 탁하고 어둡게 했다.



image.png 사진 출처:다음 영화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고이 품고 있는 무용감이 눈부신 명주실이 되어 뿜어지는 모든 순간마다. 이 영화에 그가 있어서. 그가 단종이어서 얼마나 감사한지를 느낄 수 있다.


그가 뿜어낸 명주실은 다행히도 그 실의 진가를 잘 아는 전문가를 만났다. 유해진은 단종에게 완벽한 엄흥도가 되어 때론 울고 있고, 때론 비통해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자신의 거친 손을 위로하는 듯한 명주실을 감사히 받아낸다. 두 사람이 만드는 궁합은 튀지도. 어색하지도, 그렇다고 작위적이지도 않다. 다가오는 큰 위기가 두 사람을 어찌 갈라놓을지 알고 있으면서도. 두 사람이 자아내는 물레질이 흐뭇해 보이기까지 한다.



image.png 사진출처:다음 영화

하지만 영화의 미덕은 여기까지다. 이 비단의 무늬를 디자인한 감독의 솜씨는 조금 구식이라, 몇몇 장면들에서는 작위적임을 넘어서서 구태의연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매끄럽게 연기를 이어가는 배우들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로, 영화의 연출은 쉬이 한계를 드러낸다. 후반부에 집중된 이런 장애물들로 인해, 클라이맥스에서 두 주연이 보여주는 앙상블이 조금은 빛바래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배우는 자신의 일을 한다. 묵묵하게, 등을 보인채로.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두 장인의 진심 덕에. 그들이 만들어낸 비단은 여전히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된다.


비록 역사적으로 실은 뚝 끊어질 운명이었고, 물레도 위험했다고 전해지지만. 몇백 년이 지난 후 다시 그때의 일을 조용히 비단에 담아낸 두 배우는, 이 작품에 임하는 내내 자신들이 짜내려 간 비단을 가만가만 만져보며. 그들이 쏟아낸 진심의 뜨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의 TMI]

아빠의 치료는 순조롭고. 점점 아빠는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영혼을 가진 인간으로 일상에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에 언제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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